‘김앤장’-정부 고위관료 맞교대 인사 절정
‘김앤장’-정부 고위관료 맞교대 인사 절정
  • 김성훈 기자
  • 승인 200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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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전 총리 ‘김앤장’으로 원위치, 김회선 전 국정원2차장도 복귀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상공부장관이던 시절 10여명의 국장급 관리 중 한덕수 전 총리는 막내 뻘이지만 산업정책국장이란 요직을 맡아 장관을 보좌했다. 한덕수 전 총리는 청와대경제수석 때 한-중 마늘 파문으로 공직을 떠나 2004년 법률사무소 김앤장 고문으로 영입돼 월 17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이헌재 전 김앤장 고문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부총리로 임명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조카 사위이기도 한 한승수 전 총리는 외교통상부장관, 부총리 등을 지낸 뒤 역시 2004년 김앤장에 고문으로 들어갔다. 새 정부 들어 초대 총리로 발탁된 그는 지난 9월 퇴임한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연어가 회천하듯 다시 김앤장 고문으로 복귀했다. 그는 “총리를 그만두자마자 가는 것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본래 있었던 곳이고, 외교활동의 능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뒷말을 낳고 있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가족관계를 의식한 말을 하기도 한다. 서울서부지검 검사장 등을 지낸 뒤 김앤장에 들어갔다가 국정원 2차장으로 정부에 컴백했던 김회선 변호사가 최근 다시 김앤장으로 복귀했다. 여기서 김앤장의 조그만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김앤장은 김회선 변호사를 영입했다는 사실을 홈페이지 동정란에 올린 것이다. ‘재합류’했다고 정확하게 표현해 정부에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온 점을 밝혔다. 대부분의 로펌이 홈페이지에 대표변호사와 고문, 파트너 변호사 등을 소개하는데 반해 김앤장은 고문 등 구성원들을 직접 공개하고 있지 않다. 김 변호사의 경우 예외로 공개했는데 이것이 사무소운영 내용의 공개를 향한 자정 노력의 첫걸음인지는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해외 언론으로부터 올 1~3분기 중 아시아지역 M&A 자문건수 1위, 국내 최고의 로펌으로 선정되는 등 1위 로펌으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같은 위상에 비춰보면 실상은 여전히 미흡하기 짝이 없다. 스스로는 ‘엄정한 윤리의식’을 내세우지만 외부의 평가는 이와 사뭇 다르다. 로비력을 키우기 위해 고위 퇴직 관료들을 빨아들이는 ‘블랙 홀’로 불리기도 한다. 김앤장은 많은 전직 장·차관급 인사를 고문 등으로 영입해왔는데 이들이 다시 정부 요직에 발탁되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의 통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관직에서 물러난 후 김앤장으로 갔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다시 정부 요직으로 들어온 경우로는 한 전 총리를 비롯해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한덕수 주미대사, 서동원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김회선 전 국정원 2차장 등을 대표 케이스로 꼽을 수 있다. 김앤장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무리한 로비를 해서 정부에 들어간 것이 아니고, 구성원들이 개인적으로 유능해서 발탁된 것뿐인데 결과만 보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현직에서 물러나자마자 김앤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고위공직자의 도덕적 해이로 보이고 나아가 정부정책의 왜곡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전과예우가 강한 힘을 발휘한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전관예우를 생각할 때 민간기업 취업이 법 위반은 아니라 할지라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물러난지 한 달 만에 쏜살같이 달려가는 민첩함은 가히 기네스북감”이라고 비꼬았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정책위원장은 “정부요직에 있던 인사들이 법원이나 행정부서에서 의뢰인의 입장을 적극 대변해야하는 로펌을 회전문처럼 드나들게 되면 재벌이나 외국투기자본과 관련된 사건을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다룰 수 있겠느냐”며 “정책의 왜곡과 변질을 우려했다. 형사사건의 무죄선고율을 보면 이는 단순한 우려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06~2008년 전국 1심법원의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선고율은 1.5%였다. 올 1~7월 중 김앤장이 수임한 형사사건의 무죄선고율은 34.9%였다. 김앤장 등 대형로펌이 맡은 사건은 엄밀한 법리해석이 필요한 경제범죄 사건이 많아 일반 폭력 사건 등과의 단순비교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법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퇴직 고위 공직자가 옷 벗고, 하루 아침에 로펌이나 사기업에 가는 것은 많은 국민들에게 배신감을 주는 게 현실이다. 고위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을 형식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제도로의 개선이 절실하다는 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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