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목줄 죄는 은행의 두 얼굴
중소기업 목줄 죄는 은행의 두 얼굴
  • 신동민 기자
  • 승인 2008.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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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정부 지원받고 중기 대출은 회수
대출 지점 관리에서 본점이 직접 챙겨
은행들이 말로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돈을 풀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중소기업의 목줄을 더 죄고 있어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관련기사 15면>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A중소기업은 10월 중순 B거래은행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동안 마이너스 대출 통장을 이용하던 A중소기업은 이달 만기가 다가왔다. 매년 대출 연장이 되던 마이너스 대출이 이번에는 연장이 안 된다는 B거래 은행의 통보가 날라 왔다. 대출 연장을 사정했지만 담당자는 “그동안 일정 한도 안에서는 지점이 대출 결정을 했는데 이달부터 본사의 통제를 받고 있어 연장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A중소기업은 마이너스 대출 한도를 반으로 줄이는 수준에서 대출 연장을 받았다. 나머지는 사채를 얻어 갚았다. A중소기업 측은 “정부에서는 시중은행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막상 은행들은 대출 회수에만 몰두해 영세 중소기업들을 다 죽을 판”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침체가 나타나면서 시중은행들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상황이다. 겉으로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표명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현장에서는 정작 자금이 급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존 대출마저 회수해 자기 이속만 챙긴다는 비판이 높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대출 수요가 늘자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일괄 인상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한 중소기업체 사장은 “이럴 거면 은행의 진입장벽을 왜 그대로 놔두는지 모르겠다”며 “자신들이 힘들 때는 정부에 손을 벌이면서도 정작 고통분담을 해야 할 때는 자신들의 고통을 중소기업에 떠넘기기 급급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은행에 대출 한번 받으려면 적금과 펀드 가입은 기본이고 심지어 직원들이나 지인들에게 신용카드 가입을 부탁해야 겨우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금융감독은 꺾기를 금지하고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꺾기 없이 대출해주는 은행이 한 군데라도 있으면 말해봐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은행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을 위해서는 은행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강력한 방안부터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리스크 관리는 뒷전인 채 외형적 자산 부풀리기와 임직원 돈 잔치에만 여념 없는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책임자 문책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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