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CEO 60%가 삼성 출신…내부고발 우려
동부 CEO 60%가 삼성 출신…내부고발 우려
  • 이상준 기자
  • 승인 200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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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내부제보자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화두로 떠오를 이유가 없는데 다시 불거져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 삼성 영입인사들과도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에선 삼성출신과 동부출신간의 불화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에 난감해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선 동부 내의 갈등설이 퍼지고 있다. 올해 초 삼성 출신과 동부 출신들 간에 화장실내 격투설이 외부로 알려지기도 했다. 사소한 문제가 싸움으로 번졌다는 게 당시 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동부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갈등설은 불만이 쌓인 직원들의 내부 제보설로 번지고 있다. 내부제보자가 오너와 기업 경영의 중대 사안을 검찰에 제보한다는 내용이다. ▲ 영입 후유증 만만치 않아 이처럼 동부가 외부 인재를 대거 영입하며 추진하고 있는 경영체질 개선 과정에서 성과 못지않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게 동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정그룹 출신이 대거 영입되면서 기존 임직원들과의 불협화음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외부 임원 영입이 삼성 출신에만 그치지 않는 점도 내부 임직원들의 한숨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김 회장을 비롯한 동부 각 계열사 CEO들과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경영혁신전략회의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삼성 출신 임원들과 기존 임원 간에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한 삼성 출신 임원이 기존 동부의 경영 방침에 일침을 가하며 ‘토종 동부맨’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후문이다. 양 진영은 본회의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설전을 벌이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계열사인 동부한농의 경우 올해 초 삼성 출신 임원들과의 갈등으로 상무급 이상 임원 6명이 동시에 사직서를 내기도 했다. 최근 일부 임직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삼성 출신 연봉에 대해 하소연을 쏟아내기도 했다.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 경영권 승계위해 삼성식 경영시스템 도입 동부가 삼성출신을 과도하게 영입한 이유는 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 김 회장은 외아들 남호씨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삼성식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스템 경영이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 경영을 경험한 삼성출신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글로벌 경영을 통해 검증된 삼성출신이 동부가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런 동부의 분위기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이 ‘시스템 경영’의 전도사라 불리는 이명환 동부 부회장으로 동부정보기술 부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1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외부에서 수혈한 대표적인 CEO이다. ‘삼성의 DNA’를 동부에 옮겨 심어 새로운 동부그룹을 만들어내는 게 이 부회장에게 주어진 임무이자 운명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동부로 자리를 옮긴 이후 삼성 출신 임원들을 대거 끌어오는 데 주력했다. 이명환 부회장은 올초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1년 ‘동부 맨’으로 오자마자 벌인 일이 우수한 인재를 찾고 양성하는 체계를 만든 것이다”며 “글로벌 넘버원을 향해 달리고 있는 ‘삼성의 DNA’를 이식할 필요성이 있어 삼성 출신 임원들을 대거 끌어오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사업 분야가 삼성과 유사하다. 삼성 측의 인재풀이 넓어서 생긴 일이다. 시스템 경영을 경험해 본 우수 인재중 삼성 출신이 많다 보니 영입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자율경영이 성공하려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경영인 발굴이 필수적이다. 이에 글로벌 그룹 삼성에서 검증된 인물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CEO 60%가 삼성출신 동부그룹의 삼성출신 CEO는 삼성그룹 비서실 인사팀장, CJ홈쇼핑 대표를 거친 조영철 (주)동부 사장을 비롯해 임동일 동부건설 부회장(삼성항공 사장 출신), 오영환 동부아남반도체 사장(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연구소장 출신), 이명환 동부정보기술 부회장(삼성전자 종합기획조정실장, 삼성SDS 사장 출신), 김순환 동부화재 사장(삼성화재 부사장 출신), 김창경 동부엔지니어링 사장(삼성건설 영업담당 전무 출신), 조재홍 동부생명 사장(삼성생명 전무이사), 김병태 동부화재 부사장(삼성화재 상무보 출신), 박세훈 동부화재 해상보험 부사장(삼성생명 교육담당 상무 출신), 전대진 동부 부사장(삼성항공 상무이사 출신)등이다. 김홍기 전 동부정보기술 사장도 삼성출신이다. 이들은 동부그룹 주력 10개 계열사의 부회장 및 사장으로 포진하고 있다. 상무·부사장급에서도 삼성에 몸을 담았던 인사들이 대거 영입됐다. 이밖에도 그룹 전체 임원 1백80여명 중 3분의 1이 넘는 70~80명이 삼성 출신으로 알려졌다. 요즘 동부그룹은 삼성그룹이라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삼성 출신들이 대거 포진되고 있는 셈이다. 한 지붕 밑에 두 그룹이 함께 생활하고 문화가 다른 두 기업 출신들이 뭉쳤기 때문에 불협화음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기 때문에 언젠가 폭발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경영승계를 잘한 삼성을 본받으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스템 경영이 동부에서 정착되기 위해선 동부 문화가 접목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동부에 충성했던 직원들을 내치고 그 자리에 삼성출신들을 앉혀 시스템 경영을 한다면 누가 동부에 충성하겠는가. 동부 직원들로선 회사에 대해 배신감마저 느낄 것이다. 이 때문에 내부제보자가 김준기 회장과 회사 비리를 폭로할 것이라는 소문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부는 두 그룹 출신들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내부제보자 고발 등 심각한 경영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감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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