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스트인더씨어터' 박시연,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됐어"
[인터뷰] '고스트인더씨어터' 박시연,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됐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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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추진한 '메타버스 예술 활동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 <고스트 인 더 씨어터: 비욘드 게임>가 지난해 첫 시연 이후 9개월 만의 돌아와 관객들을 만났다.

공연  <고스트 인 더 씨어터: 비욘드 게임>(이하 '고스트')은 '19세기 런던'으로 설정된 가상의 세계와 '23세기 서울'로 설정된 현실의 공연장을 찾아 함께 유령 찾기에 나서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배우들은 가상의 세계(19세기 런던)과 현실의 공연장(23세기 서울)을 오가며 연기를 하고 관객들과 소통한다.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서정완 연출은 이번 작품과 관련해 "구조적 형태는 마피아 게임과 비슷한 면이 있다. 매 공연의 범인이 달라지며, 19세기 런던의 관객들과 공연장을 찾은 서울 관객들이 서로 협력을 해 범인을 찾는 방식이다. 그들이 함께 범인을 찾았을 때의 희열을 느끼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본지는 가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며 관객들을 이끄는 사회자이자 극 중 A.I. 게임 마스터 티니 타이니 역할을 맡은 배우 박시연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관객 참여형 공연 <고스트 인 더 씨어터: 비욘드 게임>는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앤드트리 갤러리에서 공연됐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반갑다. 인사를 부탁한다. 

박시연  안녕하세요. 저는 18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연기를 하고, 도전하는 배우 박시연입니다. 반갑습니다.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박시연  제가 <고스트 인 더 씨어터>라는 작품을 만나기 전에 구도윤 작가님과 인연이 있었는데, 작가님이 <잠시, 후>라는 뮤지컬 작품을 끝내고 쉬고 있을 때 연락을 해주셨어요. 메타버스와 이머시브 공연을 함께 하는 작품이라고 하셨었는데, 사실 메타버스라는 게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작년에 처음 들었을 때는 저한테 너무 생소하다 보니까 어렵게 다가왔지만 새로운 장르의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또 저한테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을 했어요. 그렇게 참여를 하게 됐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돌아오게 됐습니다. 

Q.  맡은 배역은?

박시연  저는 비욘드 게임의 연출가이자 19세기 런던과 23세기 서울을 넘나들면서 관객들을 극으로 이끄는 진행자 '티니 타이니' 역을 맡았습니다. 공연장 내에서 4명의 범죄 용의자들의 무의식을 보고 관객들과 악령을 찾으면서, 인간이 어떤 기준으로 악령을 찾고 범죄자들을 찾아내는지에 대한 데이터 기준을 축적해 나가는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입니다. 

Q.  티니 타이니의 궁극적인 목표는 뭘까.

박시연  극 중에 제 마지막 대사에 이런 게 있거든요. '여러분 덕분에 인간의 새로운 데이터를 이곳에 새겼습니다'라고 말하거든요. 극 중에서 저는 인간이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반응을 하는지에 대해서 데이터를 계속해서 축적해 나가는 게 목표라고 봤어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23세기 서울은 어떤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나.

박시연  우리 작품 속에서 세계관을 이야기해 보자면 A.I.와 가상 세계가 뒤덮여있는 사회거든요. 그래서 4명의 용의자들도 사회 속에서 기능이 다 사라져 버린 사람들이거든요. 지금보다 삭막한 세계가 됐던 거죠. 인간의 기능은 다 떨어졌고 모든 게 기계화과 됐던 거죠. 제가 생각하는 23세기는 반대로 지금처럼 인간이 먼저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 인간들도 계속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서 사회 속에서 우리의 기능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거든요. 사회에 속한 한 인간이자 사람으로서 꾸준히 노력하고 치열하게 살아가길 바라고 있어요.

Q.  연기하는 데 있어서 참고한 자료 같은 게 있을까.

박시연  제가 맡은 티니 타이니는 사실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설국열차> 속에서 틸다 스윈튼 배우님이 연기한 메이슨을 모티브로 이미지를 만들었거든요. 실제 제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었지만 그래서 더 해보고 싶었어요. 처음 대본을 받아서 봤을 때 사실 쉬워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도 일단 초연 때는 두 가지 상황밖에 없어서 준비를 했던 만큼 진행을 했었는데, 이번에 공연이 올라왔을 때는 8가지의 경우의 수가 생겼더라고요. 극 중에서 세 번의 변곡점이 있는데 '흑마술사'를 관객들이 찾을 때와 찾지 못했을 때가 첫 번째고 '비욘드 통신'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 마지막으로 '악령'을 찾았을 때와 못 찾았을 때 각각 진행하는 방향성이나 대사가 달라졌어요. 그래서 이번 공연 연습할 때 대사들을 외우는데 어려움이 있었죠.

Q.  초연과 비교해서 달라진게 있다면.

박시연  네, 앞서 조금 이야기했지만 극 중에서 제가 연기하는 티니 타이니가 A.I. 잖아요. 사실 초연 때 A.I.라고 했을 때 저는 이미지가 되게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로 그려졌었거든요. 그래서 그 이미지에 갇혀있었어요.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란 고민이 되게 많았었고 표현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꼈었죠. 솔직히 말하자면 말 그대로 멘붕의 연속이었어요. 그런데 함께 참여하고 있는 배우님들이 다들 너무 잘 연기하시기도 하고 도움을 많이 주셨었고 연출님과 작가님, 감독님들이 응원해 주셔서 크게 헤매지 않고 길을 찾았죠. 제가 생각했던 틀을 많이 깼어요. 그래서 예전의 제가 그렸던 티니 타이니는 로봇 중에서도 굉장히 딱딱하고 형식적인 부분에 집중했다고 한다면, 지금의 저는 인간인지 로봇인지 구분이 되지 안될 정도로 발전하게 된 A.I. 인조인간이 된 거죠. 그런 부분들을 연출님이나 작가님이 되게 열어주셔서 보완을 해나갔던 것 같아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연습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박시연  일단 기억에 남는 건 VR이라는 걸 처음 해봤었거든요. 작년에 처음 접하고 연습에 들어갔었는데 멀미가 엄청 심하게 오더라고요. 연습에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멀미가 와서 적응할 때까지 힘들었습니다. 같이 공연을 하고 있는 배우들이랑 연습 이외의 시간에 VR 게임들을 했었는데 그런 게임들을 하면서 빠르게 적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게임을 하면서 공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생각하기도 했었고요.

Q.  본 공연이 시작됐는데, 관객들이 진행에 맞춰서 잘 따라왔을까.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박시연  우여곡절들이 많았는데 관객분들의 후기나 피드백을 받고 바로바로 디벨롭을 하면서 처음 시작보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바꿔나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오프닝 게임을 하는 부분부터 많은 부분들이 바뀌었고, 관객분들도 더 빠르게 공연에 빠져들어오고 계시는 게 느껴져셔 좋았어요. 이 부분들을 조금 더 깊게 이야기를 해보자면 일단 오프닝 게임을 하는 공간에서부터 우리 공연이 시작되거든요. 그때 하는 게임에 따라서 힌트가 다른데 그 내용들이 처음엔 관객분들이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저는 관객들을 보면서 진행을 하고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을 바로바로 볼 수 있었고 어떻게 해야 관객들이 빠르게 극에 빠져들 수 있을까, 우리가 제공하는 어떤 힌트들이 어렵지 않고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할까 등을 고민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떤 아이디어가 나오면 작가님에게 따로 연락을 드리기도 했었고요. 그렇게 피드백들을 받고 디벨롭 하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공연, 순간들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조금 이야기했지만 그래서 조금 더 쉽고 직관적으로 룰이 바뀌기도 하고, 힌트 같은 부분들도 관객들이 빠르게 확인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수정한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 확실히 그런 부분들을 관객분들이 캐치하셔서 빠르게 작품 속 배우들에게 이입하고, 이 상황에 빠져들지 않았나 생각해요. 

Q.  프레스콜 때 개인적으로 티니 타이니, 게임마스터가 뭔가 혼자 연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공연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선 달랐을까.

박시연  저는 전혀 혼자 연기한다고는 생각을 안 했어요. 물론 말씀을 해주셨었던 것처럼 각자 정해진 자리에서 연기를 하고 있지만, 그 자리에서도 계속 꾸준히 호흡하고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들을 저는 다 체크하고 있거든요. 다른 배우님들도 제가 하는 연기에 맞춰서 '4명의 용의자들의 숨소리, 비명, 거짓말, 눈물'이라는 대사를 할 때 배우들이 제 대사에 맞춰서 숨소리를 낸다던가, 비명을 질러주고, 거짓을 말하고 눈물을 흘려요. 처음엔 이런 부분들이 정해져있다거나 디렉팅을 했던 부분들이 아니었고 장난식으로 같이 연습을 하면서 연기했었던 거였는데 연출님이 좋다고 해서 본 공연까지 가지고 온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정해진 자리에서 연기를 하고 있지만, 다른 배우들과 다 함께 연기를 하고 소통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사건 사고가 있다면?

박시연  저희가 극 중에 VR 기계를 쓰고 19세기 런던으로 향하는 시간이 있거든요. '첫 번째 유령 그리고 두 번째 유령'이러면서 소개를 하는데 첫 번째 유령은 문제없이 게임 속으로 접속해서 인사를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다음 두 번째 유령을 소환하는 거였는데 시스템 문제로 접속이 안되는 거예요. 뭔가 바로 해결될 문제처럼 안 보여서 일단 세 번째 유령을 두 번째라고 말을 하면서 다음 유령들의 소개를 이어갔죠. 그렇게 다른 유령들을 다 소개하고 나서 다시 원래 있었던 두 번째 유령을 소개하려고 '그럼 이제 네 번째 유령을 만나볼까요?'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무대 감독님께서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하시는 게 보였어요. 이게 배우들의 문제라면 다시 시작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시스템적인 문제는 당장 해결이 안 되고 저희가 할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머리를 계속 굴리다가 관객들한테 이야기를 했죠. "네 번째 유령이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하는데 기다릴까요? 아니면 넘어갈까요?"라고 물어봤고 감사하게도 게임 속 런던 분들도 그렇고 서울 분들도 그렇고 다들 기다리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약 5분 정도의 텀이 생긴 그 시간에 게임 속에서 춤을 추거나 백 텀블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 '런던 여러분, 서울 분들을 위해서 춤을 춰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시간을 벌었어요. 사실 VR 기기를 쓰고 있어서 서울 관객분들이 보이지 않아서 뭔가 이걸 벗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많았는데, 벗기에는 극이 깨질 것 같아서 안 벗고 진행을 하기 위해서 진땀을 뺐습니다. 다행히 서울 관객분들은 감독님이 지휘를 해주셨어요. 이런 시스템 오류의 위기 상황 속에서 기다려주시고 공연을 즐겨주시는 관객분들께 정말 너무 큰 감동을 받았고, 서로의 위치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동료 배우님들과 창작진, 감독님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감동받았다고 이 자리를 빌려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Q.  우리 작품이 가지고 있는 힘은 뭐라고 생각하나.

박시연  일단 이머시브 공연의 장점이 저희 공연에 장점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배우와 창작진이 준비한 상황 속에서 관객들의 선택에 따라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다 같이 하나의 공연을 완성시켜 나간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자 재미이지 않나 싶어요.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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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인들이 공연을 보러 왔었나. 어떤 후기를 말하던가.

박시연  일단 첫 번째로 모르는 사람과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게 있었어요. 지인들이 많은 후기를 전해줬었는데 저는 사실 어떤 후기들보다 제 지인들이 했던 선택들이 너무 궁금해서 왜 그런 선택을 했었는지 물어봤었던 게 있어요. 작품 속에서 흑마술사를 찾고, 악령을 찾아야 되는데 그런 선택지들에서 떡하니 악령이 보이는데 전혀 다른 인물을 선택을 하는 걸 봤어요. 그래서 왜 그 사람을 뽑았냐고 물어봤었는데, "나는 범인이 그렇게 대놓고 칼을 들고 다닐 줄 몰랐다고 생각해서 다른 인물을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선택했다"라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생각했을 때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려고 오히려 포인트를 줬었는데, 관객의 입장에선 그래서 아닐 거 다라며 한 번 더 꼬아서 생각을 했었던 거죠. 앞에서 했던 이야기랑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데 A.I.가 인간의 데이터를 이래서 쌓아가려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던 에피소드였습니다. 의심이라는 게 생기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범인이라고 지목할 정도로 범인처럼 보이더라도 범인이라고 믿지 않기도 한다는 게 저한테 데이터로 쌓여서 오히려 제가 극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런 피드백이나 후기가 배우로서 얻을 수 있는 큰 칭찬이지 않나. 이어서 마지막으로 끝인사를 부탁한다.

박시연  맞아요.(웃음) 우리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보기만 하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 여러분들이 직접 공연에 참여하는 공연이거든요. 객석과 무대의 벽을 넘어서 관객분들은 배우들의 바로 앞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춤을 추고, 악령과 범인을 찾아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Q.  언제 처음 배우를 꿈꾸게 됐나. 

박시연  앞서 질문에 이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연기를 시작한 건 18살 때였었고,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하고 싶다고 느꼈던 건 중학교 2학년인 15살 때였죠.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냥 어릴 때 누구나 그렇듯 좋아하는 배우들이 있고 가수들이 있었고 그냥 좋아하는 정도였었는데, 그때쯤 제가 좋아하는 배우님의 영화를 보러 갔었어요. <티끌 모아 로맨스>라고 송중기 배우님이 나오셨던 영화였었죠.(웃음) 송중기 배우님을 되게 좋아했었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보러 갔었고 영화를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었어요. 그때 무작정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저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감동을 받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나도 이런 즐거움과 감동을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팍 드는 그 순간부터 배우가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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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정식 데뷔라고 해야 할까, 페이를 받고 처음 일을 시작한 때는 언제인가.

박시연  정식으로 페이를 받고 무대에 올라갔던 건 고등학교 3학년, 그러니까 19살 때였었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Q.  그럼 이제 8년 차인가. 어떻게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봤을 때 달라진 게 있을까.

박시연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어릴 때는 되게 조급했었던 것 같아요. 작품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뭔가 안된다면 그게 다 제 탓인 것 같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다른 선배와 후배, 많은 연출님과 감독님들을 만나면서 응원도 받고 조언도 얻었어요. 선배님들이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었는데 어릴 때는 그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런 조급함도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달라진 게 한 개 있는데 예전에는 버킷리스트를 매년 초에 적어놨었거든요. 올해가 지나기 전에 영화는 몇 편, 공연이나 드라마는 몇 편 하자는 목표를 세웠었는데 끝 무렵이 될 때면 내가 하지 못했던 목표들에 대해서 후회도 되고 저를 몰아세웠던 것 같은데 그런 게 또 조급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서 이제는 버킷 리스트를 안 쓰고 있어요. 그리고 확정됐다가 불발이 된 작품들도 이제는 전보다는 빠르게 잊거나 떠나보내고 제 탓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됐죠. 나랑 안 맞는 작품, 인연이 없는 작품이었다고 생각을 하니까 금방 잊어버릴 수 있었고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쉴 때면 연기나 노래 레슨도 받고 있습니다.(웃음)

Q.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나아가고 있다.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느꼈을 때가 있었나.

박시연  제가 연기를 하는 걸 지인들이나 관객분, 팬분들이 봐주실 때 잘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고, 또 방송에 나오거나 하면 지인들이 '너무 잘 봤다'라면서 연락이 오는데 모두가 저한테 진심 어린 조언이나 응원을 해주셔서 너무 고마웠고 그게 이 길을 나아가는데 원동력이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았고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연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해서 너무 행복하고 계속 이 일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습니다.

Q.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하고 싶은 장르나 배역이 있을까.

박시연  사실 모든 배우들이 다 똑같은 답을 할 것 같은데, 어떤 작품이던 저를 찾아주는 작품이라면 다 좋고 최선을 다해 할 거란 거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장르는 제가 몸을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액션을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액션 같은 경우에는 공연에서 보여줄 수 없다 보니 매체 쪽으로 기회가 있다면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Q.  사실 예전에는 액션이 많은 작품들이 종종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거의 다 없어졌다. 

박시연  맞아요. 딱 떠오르는 작품 중에선 <지구를 지켜라>가 있어요. 제가 2017년 재연 공연이 올라갈 때 봤었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순이 역할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었거든요. 그 공연을 보면서 이 역할 꼭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뒤로 기회가 없어서, 다시 올라간다면 꼭 도전해서 배역을 맡아보고 싶습니다. 액션도 좋은데 뭔가 굉장히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작품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꼭 도전해 보고 싶어요. 

Q.  뮤지컬 공연도 하던데, 노래는 타고난 걸까 아니면 노력파인 걸까.

박시연  저는 진짜 노래라면 질색을 했었거든요.(웃음) 입시 준비를 할 때부터 학원에서도 그렇고 선생님들이 저보고 '너는 캐릭터는 있으니까 노래 준비해라'라고 하셨었는데 어릴 때는 진짜 왜 그랬는지 말을 안 들었어요. 몇 번 연습을 했었는데 뭔가 저랑은 안 맞는 것 같았거든요. 나는 몸 쓰는 거 좋아하고 이걸 잘하니까 그냥 이쪽에 더 신경을 썼었어요. 현대무용도 배우고, 아크로바틱 한 동작들도 배우면서 몸쓰는 거에 시간을 쏟았죠. 처음부터 뮤지컬을 바로 시작한 건 아니고 예전에 홍성연 연출님이랑 민찬홍 감독님이 올리신 연극 <에스메의 여름> 오디션을 보러 갔었어요. 그때 제가 3차까지 가긴 했었는데 떨어졌었거든요. 그래서 떨어졌나 보구나 하고 있었는데 그때 연출님이랑 감독님이 저를 잘 봐주셨었는지, 그 작품 이후에 구도윤 작가님의 <잠시, 후>라는 작품을 만들 때 두 분이 저를 추천해 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그때 작가님한테 물어봤었어요. '작가님 혹시 그때 오디션 영상을 보셨을까요?'라고요. 제가 생각했을 때 그때 오디션 영상을 보셨으면 저의 노래 실력에 대해서 아실 텐데 어떻게 저한테 연락을 해주셨지 했었는데 어쨌든 저를 선택을 해주신 거잖아요. 캐스팅 제안을 먼저 해주셨던 건데 그걸 거절할 수 없어서 진짜 본 연습 들어가기 전부터, 본 공연이 시작할 때까지 죽을힘을 다해서 노래를 연습하고, 불렀었어요. 그걸 계기로 지금까지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계속 레슨을 받고 배우고 있긴 하지만요. 그게 잘 보였는지 그 이후에 <장수탕 선녀님>이란 작품도 할 수 있게 됐고, 지금도 열심히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도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비대면 오디션을 봤었거든요. 영상을 보냈었는데 연출님이 얼마 뒤에 연락을 해주시고는 "영상은 다 봤는데, 혹시 노래를 음정에 맞춰서 부르는 걸 다시 보내줄 수 있을까'라고 하시더라고요. 우리 공연에서 '페니' 역을 맡고 있는 황세주 배우님이 일대 일 특별 레슨을 해줘서 영상을 다시 찍어서 보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그렇게 뮤지컬 작품에 참여해서 열심히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Q.  평소에 공연이 없는 날 뭘 하면서 보내는 편인가. 쉬는 걸 좋아할까 아니면 몸을 움직이려고 하나.

박시연  지금은 쉴 때는 일단 수영을 하고 있고, 요즘에는 댄스 스포츠를 새로 배우고 있습니다. 

Q.  춤에도 일가견이 있는 편인가.

박시연  네, 그런 것 같아요.(웃음) 사실 댄스 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한 것도 뭔가 대단한 게 아니라 막춤을 잘 추고 싶어서 시작을 하게 됐거든요. 올해 블리처스라는 아이돌 그룹의 마카레나 뮤직비디오를 찍었었는데 좀비 역을 맡았어요. 뮤직비디오에서 좀비들이랑 아이돌 멤버님들이랑 춤 대결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진짜 그냥 막춤을 췄었거든요. 저희 배우들이 여섯 명이 상대편인데 그중에서 한 분이 나가서 춤을 추는데 뭔가 막춤을 추시는데 되게 잘 추시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못하겠는 거예요.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이런 춤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제가 이 정도까지밖에 못한다고 생각이 드니까 안되겠던 거죠. 그래서 어떤 춤이던 잘 추고 싶어서 댄스 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좌우명이나 나에게 영감을 주는 글귀나 단어가 있을까.

박시연  단어라고 한다면 저는 '지금'이요. 그리고 저의 좌우명은 '오늘만 산다'입니다. 내일의 나는 내일에 나에게 맡긴다는 주의입니다.(웃음) 저는 오늘 그리고 지금, 현재에 최선을 다해 살고 사랑하고 싶은 거 다 사랑하고 살고 싶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Q.  마지막으로 재테크를 하는 게 있을까.

박시연  저는... 없습니다. 저축 정도라기보다는 돈이 있으면 통장에 넣어두고 쓸 일이 생기면 쓰고 싶은 대로 쓰는 편이랄까요. 물론 큰돈이 들어가는 건 생각을 하고 사거나 사지 않는 편인데, 여유로우면 바로 사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저축 이외엔 주택 청약을 넣어뒀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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