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_조경호 기자] 정부가 DL이앤씨(옛 대림산업)에 칼을 빼들었다. DL이앤씨에서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8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중대재해 1위 불명예를 얻었다. 고용노동부가 DL이앤씨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마창민 CEO가 좌불안석. DL이앤씨는 별도의 안전책임자(CSO)를 두고 있다. 마 대표와 남용 고문(이사회 의장)을 제외한 이해욱 회장을 비롯한 CSO도 미등기 임원이다. 고용노동부의 날선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29일 오전 9시부터 DL이앤씨 본사와 현장 사무실 등에 근로감독관 50여 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30일 밝혔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소속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7건 발생해 근로자 8명이 숨지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중대재해 최다 발생 사업장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DL이앤씨 간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를 두고 법리 싸움이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이하 경영책임자)이란 ①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②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기업에서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대표이사라는 데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반면,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의미는 그렇게 명확한 것은 아니어서 논란이 많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의미에 대하여 ‘대표이사 등에 준하여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예산ㆍ조직ㆍ인력 등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에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등 안전 및 보건 의무 이행에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용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주요내용 설명자료').

마 대표는 지난7월 고용부의 조사에서 자신은 안전 문제에 대해 권한이 없다고 진술했다. 최고안전책임자(CSO)가 공사 현장의 안전에 대해 권한과 책임이 있다며 안전조치 미비의 책임을 부정했다. 

노동계 안팎에서 고용노동부의 이번 강제 수사는 마 대표가 실제 현장의 안전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수사라고 보고 있다. 실제 법정으로 갈 경우 대형 로펌을 고용한 대기업과 쟁점을 하나하나 따져 나가면서 대표이사가 실제 안전 책임을 지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대형 건설사의 중대재해에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DL이앤씨를 비롯해 10대 대형 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부분 CSO를 선임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건 중 고용부가 검찰에 송치한 사건이 한건도 없기 때문이다.

중대처벌법 위반 첫 선고로 알려진 온유파트너스 등 중소건설사의 경우, 이미 대표이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

강제수사의 사령탑인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이 직접 나선 만큼, 고용노동부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미등기임원인 CSO에게 전적 책임을 묻기에는 물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욱 회장을 비롯해 이현동 안전지원센터장 등 모두가 미등기 임원. 등기를 하지 않은 이사는 단순히 '이사'라는 직함에 불과하다. 이사 직함을 갖고 업무를 보는 것을 말한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선출된 등기이사는 마 대표와 남용 사내이사(이사회 의장) 뿐이다. 이사회 참여와 의결권을 갖고 있다.

DL이앤씨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단초가 된 것은 지난달 사건 때문. 4일 경기 의정부시에 소재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중국인 노동자 A씨(52)가 깔려 사망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고용부는 DL이앤씨 전국 사업장 79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일제 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61곳(77.2%)에서 위반 사항 209건이 적발됐다.

정부가 강제수사에 나선 만큼, DL이앤씨가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인 대형 건설사로 첫 중대재해법으로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경영책임자에 대한 의미와 범위가 대법원 판례가 없어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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