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사라지는 고속도로 차선...부실시공 묵인 한국도로공사
비가 오면 사라지는 고속도로 차선...부실시공 묵인 한국도로공사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3.0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증권_조경호 기자] 비만 오면 고속도로의 차선이 사라진다. 이유가 뭘까. 차선을 잘 보이도록 하는 도료 대신 기준 이하 불량 도료로 시공한 부실 공사 때문. 한국도로공사 실무자가 부실을 묵인한 사실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의 수사에서 밝혀졌다. 경찰은 공사 직원과 성능이 떨어지는 반사물질 등을 섞어 시공한 나쁜 건설업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28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고속도로 차선을 도색하면서 성능이 떨어지는 반사물질 등을 섞어 쓴 혐의로 시공업체 30여 곳과 업체 관계자 등 6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021년 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전국 20여개 고속도로 차선도색공사(240억원 규모)가 부실 시공됐다는 정황을 확인해 지난해부터 수사를 벌여왔다. 부실시공 의혹을 받는 고속도로 차선은 전국 20여개 구간, 240억원 규모다.

경찰은 고속도로 차선 시공업체들이 형광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단가를 낮춘 데 따라 부당하게 이득을 챙겼다. 도로공사 직원들이 업체들의 부실시공을 묵인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정황을 파악했다.

앞서 3월 1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와 충남 부여지사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바 있다.

부실시공 고질적 문제

고속도로공사의 이권카르텔은 심각한 수준. 고속도로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우천 시 잘 보이는 차선'을 전 고속도로에 시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값싼 불량도료를 사용해 이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이헌승 의원(국민의힘, 당시 자유한국당)은 도색한 지 1년 이상 지난 왕복 6차로 이상 고속도로의 40개 구간 중 19개 구간(47.5%)은 차선 휘도(단위 면적당 밝기의 정도)가 기준치보다 낮았다고 지적했다.

도색 1년 후 하자 검사를 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구분선 기준 128곳 중 절반에 가까운 62곳(48.4%)의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2020년부터 비오는 날에도 고속도로의 주행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구간에 적용하던 '우천 시 잘 보이는 차선'을 고속도로 전 구간에 확대 적용했다.

'우천 시 잘 보이는 차선'은 우천형 유리알이 혼합된 기능성 도료를 사용해 도색한다. 이 도료는 불빛이 유리알에 정반사 돼 차선에 물기가 있어도 차선이 잘 보인다. 내구성도 높아 안전한 주행환경을 제공한다.

도로공사는 그동안 6차로 이상 구간의 중앙선과 갓길 차선에만 우천형 차선을 적용해 왔다.  2020년부터 차로 갯수와 위치에 관계없이 모든 본선 구간에 적용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