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아시아나 3자 매각설 전모...조원태 한진 회장 위기론 실체
産銀 아시아나 3자 매각설 전모...조원태 한진 회장 위기론 실체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3.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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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美·유럽 장거리 노선 포기 이어 화물사업부 매각 배수진
美國-EU경쟁당국 기업결합 심사 부정적...産銀, 화물사업부 매각 부정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

[한국증권_조경호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지지부진하면서 3자 매각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산업은행이 곧바로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한진의 입장에서는 인수가 늦어지면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경제는 7일 <[단독] "사실상 아시아나 공중분해"…산은, '플랜B' 만지작>제하 기사를 통해  두 항공사 간 합병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 경쟁당국에 막혀 장기간 표류하자 합병절차 무산을 전제로 제 3자 매각 등 ‘플랜B’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곧바로 산업은행은 성명을 내고 "아시아나항공의 제3자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제3자 매각설은 산업은행이 최근 삼일회계법인에 ‘아시아나항공 안정화 방안’ 컨설팅 용역을 발주한 것을 두고 한국경제는 제3자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해당 용역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항공시장 변화에 대비해 자금수지 점검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아시아나 매각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두 항공사의 합병 작업이 3년째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실패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합병을 위해서는 항공 노선이 얽힌 다른 여러 나라들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14개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심사에서 11개국의 승인을 받았다.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할 4국 중 중국 단 한곳에서 승인을 받았을 뿐.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3개국의 허가 받지 못했다. 특히 미국과 EU 규제당국의 벽이 공고하다.  미국 법무부(DOJ)는 5월 대한항공에 “독점을 해소할 경쟁 항공사가 없으면 합병 승인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EU 집행위원회(EC)도 "양사 합병으로 인한 여객 분야와 항공화물 운송시장의 경쟁 제한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합병을 위해 영국과 중국에 일부 슬롯(시간당 비행기 운항 가능 횟수)을 반납했다.  EU의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더 많은 슬롯을 다른 항공사에 넘겨야 하는 상황.

대한항공은 자사와 아시아나항공이 가지고 있는 일부 미국 및 유럽노선을 국내 다른 항공사에 넘기는 방안도 이달초 산업은행에 보고했다. 아시아나의 화물 부문을 티웨이항공 등에 매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산업은행은 난색을 나타냈다. 아시아나를 정상화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합병 초기 청사진과 달리 사실상 해체하는 조치이기 때문. 화물사업은 2021년 아시아나항공 항공운송 매출의 72%를 차지하는 알짜 사업부이다. 

항공업계는 미국과 EU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따라, 합병 여부 결론이 해를 넘기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에 대해 “플랜B는 없다”고 수차례 공언한바 있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선 미국과 EU 등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자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더 훼손되기 전에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은행 내부는 대한항공이 여객 슬롯 반납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논의까지 나오자 무리한 합병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합병이 더 지연될 경우 산업은행 경영진의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계에선 산은이 주도하는 국가 주도의 기간산업 구조조정이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HD현대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간 조선업 ‘빅딜’도 EU 규제당국에 의해 좌초된 바 있다. 한진해운을 파산으로 몰고간 해운업 구조조정도 대표적 실패 사례다.

아시아나항공 M&A결과는

두 항공사의 합병 문제는 미국, EU 경쟁당국에서 기업결합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두 항공사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양 사의 피해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 결과에 따라 조 원태 회장의 입지가 엇갈릴 전망이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 총회 중 진행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며 "(합병에)100%를 걸었다”고 밝혔다. 합병 성사를 두고 물러 설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던 만큼, 실패할 경우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지배력 악화가 예상된다. 계약금·중도금 1조원과 자문비용 2000억원 등을 지출했다. 인수가 무산되면 곧바로 자금 회수가 마땅치 않아 경영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아시아나항공도 타격이 예상된다. 부채비율이 다시 상승했다. 최악의 경우 파산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 확충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성공할 경우는 달라진다. 조원태 회장의 입지는 강화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세계 10위권내 초대형 항공사로 부상하게 된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두 항공사의 합병 문제에 재계와 항공업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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