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호프' 반정모, "성장하는 배우 되고 싶어 노력 중..."
[더인터뷰] '호프' 반정모, "성장하는 배우 되고 싶어 노력 중..."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3.0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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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제작사 알앤디웍스의 창작뮤지컬 <HOPE:읽히지 않은 책과 인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가 돌아왔다.

뮤지컬 <호프>는 앞서 지난 2018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뮤지컬 부문 선정작으로 첫 무대를 선보였으며 이듬해인 2019년 1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 무대를 선보였다. 이어 같은 해 3월 두산아트센터에서 재연 무대를 올리며 평단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작품이다.

본지는 이번 시즌 카델과 변호사 역으로 극에 합류한 배우 반정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앞서 지난 2019년 두 번째 시즌 무대에서 앙상블 '책갈피' 역을 맡았던 배우다. 이번 시즌 카델로 극에 합류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한편, 뮤지컬 <호프>는 프란츠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과 '호프'의 재판을 모티브로 그린 작품으로 오는 6월 1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반갑다. 본지와 처음 만나게 됐는데 인사를 부탁한다.

반정모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로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반정모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올해로 서른 살이 됐습니다.

Q.  아홉수는 잘 넘긴 걸까. 그래도 작년에 여러 작업을 이어가서 빠르게 지나갔을 것 같다.

반정모  맞아요. 걱정을 했었던 것보다 많은 응원을 받았었고,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던 한 해였어요. 행복했던 기억들이 가득합니다. 물론 그때마다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결과가 다 좋게 끝나서 행복했었던 것 같아요. 특히 관객분들과 팬분들이 정말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더할 나위 없는 오히려 조금 벅차게 사랑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던 한 해였습니다.

Q.  이번 작품, 3년 만에 돌아왔는데 어떻게 참여를 하게 됐을까.

반정모  일단 제안을 해주셨었어요. 그리고 제가 3년 전 책갈피로서 공연에 올라갔었을 때 코로나 초창기다 보니 공연이 중단되거나 취소됐던걸 겪었던 작품이다 보니 너무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거든요. 마지막 공연 때 진짜 눈물을 흘리면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었고 꼭 하고 싶다고 다짐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진짜 책갈피로도 좋으니까 언젠가 다시 올라온다면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이번 시즌 제안이 들어왔을 때 고민할 거 없이 무조건 하고 싶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Q.  카델 역할을 제안받았던 걸까.

반정모  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전 공연 때 책갈피로 연기할 때 카델 역할을 맡았던 형들이 저한테 '너는 카델이 잘 어울린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했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성장을 해서 공연에 다시 참여하게 된다면 카델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안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하겠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Q.  어떻게 보면 너무 빠르지도 그리고 느리지도 않게 어느 기간에 잘 맞춰서 들어온 것 같다.

반정모  어떻게 보면 작품이라는게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번 시즌에 어떤 역할을 혹은 앙상블로 참여한다고 해서 다음 시즌에 또 그 역할로 혹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보장이 된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기회가 오면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딱 마음을 먹었던 거죠.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대본을 다시 봤을 때, 전과 달라진 점은 없었나. 

반정모  일단 제가 지난 시즌 연기했던 책갈피의 감성이 아직 남아있다고 해야 될까요? 다시 대본을 받아봤을 때 카델이란 인물을 이해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Q.  어떤 부분들이 보였던 걸까.

반정모  일단 카델이란 인물에 대한 생각이나 행동들에 대해서 보이는 게 있었어요. 이 인물은 왜 이랬을까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고민을 했었는데 대본에서 그 답을 찾으려고 했었고, 이 인물의 외적인 부분들도 고민이 됐던 것 같아요. 

Q.  책갈피 역할에 비해서 집중도가 더 높아진 역할이라 그런 걸까.

반정모  사실 저희 작품에 있어서 책갈피들은 정말 꼭 필요한 존재들이거든요. 극의 분위기와 흐름을 책임지고 있어요. 그래서 책갈피를 했을 때는 극의 흐름이 잘 흘러갈 수 있게 하는데 신경을 썼다고 하면 카델같은 경우에는 이 인물이 등장해야 되는 장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정확하게 표현을 해야 되다 보니까 그걸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책갈피로서 등장해 보여줬던 부분들, 봤던 것과는 또 다른 부분들이 보이다 보니까 그걸 어떻게 이야기 속에서 잘 풀어내고 보여줄 수 있을까를 두고 고민이 많았었어요.

Q.  앞서 말했던 부분들에 이어 연습 때 어려웠던 게 있었을까.

반정모  연습 때 위에 부분들을 해결하려고 했었고, 여기에 제가 전에 책갈피를 했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책갈피로 무대에 오를 때 했던 화음을 하게 되는 게 있어서 그걸 빨리 체크하려고 했었고,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연습실 분위기는 어땠나. 새로 참여하는 배우들도 있긴 하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만나게 된 배우들도 많았는데

반정모  맞아요. 분위기가 진짜 너무 좋았어요. 말씀하신 대로 새로 참여한 형 누나들이 저한테 '지난 시즌에도 이랬어?'라고 물어볼 정도로 연습 분위기가 정말 너무 좋았죠. 제가 생각했을 때 이 호프라는 작품이 주는 힘이 이런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공연이 주는 힘도 힘이지만 배우들한테도 뭔가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거든요. 

Q.  연습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반정모  기억에 남는다는 게 하나 있는데, 극 중에서 카델과 과거 호프가 같이 무대에 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카델이 과거 호프에게 돈을 던지는 장면인데, 감정이 고조되니까 어느 순간 가방에 있는 돈을 모조리 다 던졌던 적이 있었거든요. 진짜 잡히는 대로 다 잡아서 던졌었는데, 사소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조율했었죠. 적정량을 잡아서 던지는 연습을 했었습니다. 

Q.  적정량이라는 게 얼마 정도 인가.

반정모  글쎄요? 그 장면 속 카델로 보자면 얼마라고 생각할 겨를이 없고, 빨리 떠나길 바라면서 본능적으로 꺼내서 던지거든요. 제가 연기하는 카델은 본능적으로 그 돈이 자기의 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그냥 잡히는 대로 많이 주게 되는 것 같아요. 아, 재밌는 에피소드라고 하긴 뭐 하지만 예전에 지원이 형이 연습 때인가 가방에서 달러 한 장만 꺼내서 던져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어요. 물론 저는 던져볼 생각은 없고, 그 정도까지 된다고 하면 과거 호프가 진짜 마지막에 총을 쏘지 않을까 싶어서 안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장면을 할 때가 되면 괜히 약간 긴장이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아 여기에 덧붙여서 연습 때 예은 누나랑 이 장면을 연습했을 때가 있는데 예은 누나가 돈 가방을 확 끌어안았는데 제가 가방을 통째로 뺏겼어요. 카델이 돈을 던지고 들고나가야 돼서 절대로 뺏기면 안 돼요. 저도 모르게 놀래서 "내놔!" 하는데 빼앗겨서 연출님이나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돈 가방을 뺏기면 어떡하냐"라면서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 뒤로는 절대로 안 뺏기게 꽉 쥐고 있어요.(웃음)

Q.  카델에게 어떻게 보면 그 돈 가방이 주는 의미가 되게 클 것 같다.

반정모  뮤지컬 호프에서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다 집착이라는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있어요. 카델한테는 돈 가방이 집착이라고 하기보다는 집에 가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분들에 집착하고 있었고 그 기폭제가 된 게 돈 가방이었을 수 있죠. 그래서 돈 가방에 어느 순간 시선을 빼앗기지 않았나, 이 돈만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란 착각을 했을 것 같았어요.

Q.  카델은 돈 가방을 들고 과거 호프를 떠나게 되는데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 것 같나.

반정모  카델은 아주 절망적인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결국 과거 호프를 배신하고 돈을 챙겨서 떠나갔지만 그 어느 때보다 춥고 외롭고 주변에 그 누구도 없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그렇게 비참하게 살아갔을 것 같았어요.

Q.  돈을 다 썼을까?

반정모  언젠가는 다 썼겠죠. 그런데 그게 큰돈이 갑자기 생긴 거잖아요. 그래서 카델은 그 돈을 어떻게 써야 되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뭔가 치밀해 보이지만 사실 되게 어리숙한 청년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카델이 그 이후에 어떤 행복도 못 느꼈을 거라고 봤어요. 어찌 됐던 카델이 얻게 된 돈은 자기 돈이 아니고, 저는 그렇게 얻게 되는 돈을 가진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는 그리 행복한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Q.  본지는 카델이란 인물을 바라봤을 때, 그가 호프를 다시 찾아오지 않았던 이유는 죽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돈에 눈이 돌아갔었기 때문에 호프를 배신했고, 그래서 돈이 다 떨어진다면 다시 돌아왔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안 돌아왔다고 본다면 그가 죽었기 때문에 안 돌아온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반정모  저는 카델이란 인물에 대해서 생각했을 때 거기까지는 나가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아요. 일단 카델의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사랑이었어요.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됐을 때 그가 가장 원했던 게 뭘까라고 생각해 보면 돈이 아닌 사랑이 먼저였어요. 그렇게 살아가다가 호프를 만나고 그에게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죠. 그렇게 사랑을 원했지만 정작 선택을 한 건 돈이었어요. 원하는 게 옆에 있었지만 돈에 눈이 멀고 사랑하는, 사랑했던 호프를 떠나죠. 그래서 돈 때문에 다시 호프를 찾지 못했을 것 같았어요. 만약 찾아온다면 잘못을 구하고 남아있던, 외면했던 사랑을 되찾으려고 했었겠죠. 사실 처음부터 돈을 생각했다면 호프는 절대 카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을 거예요. 그때 두 사람이 원했던 게 사랑을 바랐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었던 거죠.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카델의 인생에서 목표가 변하는 기폭제는 원고 때문일까.

반정모  사실 대본에선 정확하게 카델이 어느 시점에서 변하게 되는지는 안 나와있거든요. 제가 생각한 카델은 과거 호프랑 경매장에 가는 동안까지는 괜찮았어요. 호프랑 그런 말을 하거든요. "행복할 수 있어, 우리 전부"라고 말을 하고 카델도 호프한테 "우리 행복할 수 있어, 전부 다. 집에 가자"라면서 호프한테 우리 다 행복할 수 있다고 정말 순수하게 말해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같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제 호프가 엄마한테 원고를 뺏으러 가고 나서 카델이 경매장에 그 물품이 있다고 말을 하러 가면서부터 어떤 일이 있었고 그때부터 흑심을 품게 되죠. 그리고 나서 카델이 '인생은 B 와 D 사이에 초이스'라는 넘버를 부르는데, 감정이 최고로 올라오는 넘버거든요. 카델로서 호프의 사랑을 갖느냐 아니면 원고로 얻게 되는 돈을 빼앗고 호프를 배신하느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거든요. 마음을 먹는 기폭제라고 한다면 이때 그게 터지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돈을 보게 된 순간? 그게 사랑과는 다르게 또 다른 행복을 찾게 해줄 거라고 봤던 거죠. 

Q.  그러고 보니 춤을 잘 추는 것 같은데, 어려운 건 없었나.

반정모  저는 몸을 쓰는 게 좋거든요.(웃음) 그래서 춤을 출 수 있는 뮤지컬을 많이 참여해 보고 싶어요. 대사나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너무 좋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춤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이나 이야기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인 바람으로 몸을 많이 쓸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Q.  카델로서 바라본 과거 호프 세 명은 어떤 느낌인가.

반정모  카델로서 바라봤을 때 우선 서연 배우님은 진짜 아기 같다고 해야 할까요? 되게 순수한 과거 호프인 것 같았어요. 일단 귀엽고 아담하거든요. 그래서 누나가 대사를 하거나 연기할 때 보면 되게 아이처럼 순수한 표현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가장 아이 같은 호프인 것 같다고 생각했고, 이어서 수연 배우님은 아픈 상처가 많은 호프였어요. 그래서 처음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누나의 눈을 바라보면 그 슬픔이 다 느껴져요. 그래서 이후에 카델한테 말하는 '개 XX'가 가장 와닿는 과거 호프이지 않나 싶어요. 마지막으로 예은 배우님은 되게 고양이 같다고 해야 할까요? 경계심이 가장 많은 과거 호프예요. 한 번 마음 여는 데까지 쉽지 않은데, 또 한 번 마음을 열면 다 퍼주고 사랑을 주는 그런 고양이 같은 과거 호프였습니다.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에서 말 그대로 개냥이가 됐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바라봤을 때 마지막에 가서 제일 크게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하고요. 

Q.  그래서 가방도 뺏겼던 게 아닐까.

반정모  그랬나 봐요.(웃음)

Q.  그럼 이어서 호프 역에 배우들은 어떤가.

반정모  개인적으로 다 너무 좋은 선배님들인데 공연 준비를 하면서 들었던 느낌은 다 어머니 같았어요. 진짜 저희 엄마보다 더 어머니가 될 때가 있고 그냥 눈만 마주쳐도 구원받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위로받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치유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 좋았죠. 

Q.  극 중에 초반 부분에 대립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반정모  그럴 때는 또 진짜 무서워요. 제가 변호사로 호프와 마주하는데 재판에서 승소하기 위해서 호프를 계속해서 자극하는 역할이다 보니 되게 건방져요. 어떻게 보면 카델이랑 변호사랑 닮은 부분도 있는 것 같네요. '개 XX'이란 공통점이 있어요... (웃음) 아, 이게 아니라 변호사도 어떻게 보면 돈 때문에 더 호프를 자극하는 부분들도 있달까요. 

Q.  마지막으로 K(이하 '케이') 역에 세 명의 형님들은 어떤가.

반정모  일단 형균 배우님은 장난꾸러기 그 잡채요. 그냥 철부지 7살짜리 꼬마 아이 같은 케이인 것 같았어요. 평소에도 장난꾸러기이신데 케이 역할을 할 때도 그냥 그 잡채가 되세요. 자체로 규정할 수 없는 장난꾸러기 그 잡채이신 형균이 형입니다. 평소에도 장난치는 거 너무 좋아하셔서 너무 딱 잘 어울렸어요. 이어서 경수 배우님은 지난 시즌에도 같이 했었는데 되게 젠틀하시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면 약간 허당끼가 있으세요. 긍정적인 의미로 젠틀하고 럭셔리한 바보 같다고 하는데 진짜 너무 멋있으세요. 키도 크시고 목소리도 되게 부드럽고 '쏘'프트 하시거든요. 그런데 약간 가끔 예측할 수 없는 매력을 보이는 그런 케이입니다. 마지막으로 형훈 배우님은 첫 연습 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했던 말이 있어요. "진짜 케이 그 자체다."라고요. 초반에 재판장에 와서 '대단하다. 이렇게 거대한 것들과 싸우고 있었던 거야?'하면서 엄청 신기해하고 놀라는 장면이 있는데 연습실에서 그 대사를 치는 모습을 봤을 때 진짜 갓 태어난 신생아나 그 어떤 조랑말 같다고 해야 될까요? 고라니라고 해야 되나요? 아무튼 진짜 케이 그 자체였었어요. 

Q.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같이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라가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을 것 같다.

반정모  전 아직 한참 멀었어요. 열심히 배우고 최선을 다해서 잘 해내자, 잘 끝내자는 게 지금의 목표입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1년 차가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초심을 잃지 말자는 걸 계속해서 되뇌고 있거든요. 처음 무대 위에서 관객분들에 박수를 받았던 그때를 잊지 말자. 내가 열심히 한다면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Q.  케이 역할은 해보고 싶지 않나.

반정모  생각만 해도 진짜 벅차고 감사한 것 같아요. 말하면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많은 작업을 하고 나서 제가 이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 뮤지컬 호프에 참여할 수 있다면 케이 역할로 관객분들에게 인사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인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준비해야겠죠?(웃음)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잘 될 일만 남았다. 이어서 본 공연으로 넘어와서 한 달 가량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공연 중 에피소드는 없나.

반정모  있어요. 제가 올라갔던 무대는 아닌데, 극 중에 과거 호프랑 마리가 전쟁이 끝나고 베르트를 만나러 오는 기차 장면이 있거든요. 그때 과거 호프가 '이딴 원고 필요 없어!'라면서 마리가 들고 있는 원고를 바닥에 던지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 호프가 던진 원고가 무대가 아니라 객석으로 떨어졌던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공연을 했던 모든 배우들이 다 긴장 상태가 됐다고 했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1열에 앉으셨던 관객분이 자연스럽게 원고 그 자체가 되셔서 그걸 들고 조심스럽게 무대 위로 올려주셨다고 했어요. 그때 형훈이 형이 무대에 올랐던 날인데, 너무 감사해서 커튼콜 때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하실 정도였죠. 아니 인사를 하고 절까지 하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그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관객분들이 진짜 꼭 필요한 존재구나라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됐었죠. 

Q.  객석의 관객들도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책갈피들이 아니었을까. 

반정모  맞네요. 맞아요. 관객분들이 또 다른 책갈피였었던 거예요. 무대 아래에서 함께 공연을 하고 즐기고 있는 거죠. 

Q.  좋아하는 넘버나 가사, 대사가 있을까.

반정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넘버는 진짜 매일매일 달라지거든요. 진짜 매일 달라지는데 가장 최근에 울림 있게 다가왔던 건 '앞으로 써나갈 이야기가 더 많아. 시작이 아냐 잠시 멈췄던 거야. 반전은 항상 마지막에 있어. 내가 아닌 너의 이야기로 채워. 누구보다 빛나는 결말을 맺어'라는 가사가 있는데 많이 와닿았어요. 저도 어찌 됐던 이 대학로에서 배우로서  무대에 오른 건 얼마 되지 않았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는데, 걱정이 많이 되기도 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부담감도 가지고 있어요. 늘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사람들을 만나야 되는데 그것도 마냥 쉽거나 편하지 않고 어떤 부담으로 이어지는 게 있거든요. 그런데 이 가사가 어느 날부터 되게 가슴 깊이 다가오더라고요. 앞으로 써나갈 이야기가 많고, 시작이 아니라 멈춰있었던 거라고, 반전은 항상 마지막에 있고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게 저를 응원해주는 말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관객분들이 극장에 오셔서 우리 작품으로 위로와 힘을 얻고 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뮤지컬 '호프'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반정모  우리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은 누구나 무언가에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집착으로 인해 스스로를 힘들게 혹은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주고, 그 집착과 안녕할 수 있게 만들고 또 스스로 나 자신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작품이라서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공연을 하면서도 위로를 받고 누군가 두 팔 벌려 저를 꼭 안아주는 기분이 드는 작품이거든요. 이게 호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만약 본인에게 미발표 원고가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반정모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만약에 제가 진짜 미발표 원고를 가지고 있다면 그의 가족에게 돌려줬을 것 같아요. 저는 프란츠 카프카의 유언대로 이걸 태우지 못했을 것 같고, 그렇다고 이걸 끝까지 보관하지도 못했을 것 같아요.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그 원고가 돌아왔다면 제가 가지고 있다면, 저는 그의 가족이나 애인, 혹은 후손들이 있다고 한다면 그들에게 돌려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전 제가 감당하지 못할 일은 하지 않거나 너무 많이 긴장해서 다른 일을 못할 정도가 되거든요. 그래서 돌려주는 선택을 할 겁니다.

Q.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반정모  뮤지컬 <호프>는 저에게 있어서 정말 많은 위로를 준 작품입니다. 제가 위로받고 용기를 얻었던 것처럼 관객분들이 직접 보시고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반 카델도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여기에 덧붙여 내가 나오는 회차를 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반정모  저는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처음엔 부족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걸 이겨내고, 그걸 극복해 내면 성장할 수 있거든요. 저는 늘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공연이던 최선을 다하고 있고, 더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같은 작품이지만 어제의 저와 오늘의 제가 다른 것처럼 늘 새로운 모습, 더 좋은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런 새로움을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시간이 주어지신다면 반카델의 회차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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