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지배구조 지적에 'CEO 공개경쟁'승부 건 KT구현모...연임 가시밭길
尹 대통령 지배구조 지적에 'CEO 공개경쟁'승부 건 KT구현모...연임 가시밭길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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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KT지배구조 지적...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具 사임 압박
공개모집 사외이사가 새 대표 선출 방식이라 연임 쉽지 않을 전망
구현모 KT대표
구현모 KT대표

[한국증권_조경호 기자] 다윗과 골리앗의 전쟁이 시작됐다. KT 구현모 대표가 대한민국 최고 권력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배구조 지적에도 최고경영자(CEO)연임을 위한 승부수를 띄었다.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내세워 구대표의 연임 반대를 압박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행동지침이다. 주주권 행사를 통해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기업의 가치를 높인다는 취지이다. 

KT는 지난 9일 이사진 회의를 통해 구현모 대표의 연임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구 대표를 포함한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수차례 심도있는 논의 끝에 공개 경쟁 방식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재추진하기로 했다”며 “구 대표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재차 공개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결정은 구 대표의 요청에 따른 것. 개 경쟁에 구 대표도 참여한다.  공개모집으로 사외 후보자군을 뽑는데 지원 자격은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과 경력이 풍부하고 ▲기업경영을 통한 성공 경험이 있으며 ▲CEO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다. 오는 10일부터 20일 오후 1시까지 우편·방문 접수를 받는다.

이후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추천된 대표 후보 대상자들을 상대로 이사회가 정한 심사 기준과 국내외 주주 등 핵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잣대로 심사한다. 이 중에서 최종 차기 대표이사 후보 1명을 확정한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사내이사들은 모든 심사 과정에서 빠진다. 

이 처럼 공개모집 방식을 변경한 것은 구현모 대표의 승부수. 대표 연임을 둘러싼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KT와 포스코를 거론하며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국민연금도 스튜어디십 코드 행사를 통해 연임 포기 압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연금의 압박에 이강철 사외이사가 사임한다. 이 사외이사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이다. 

구 대표의 연임은 가시밭길이 될 전망. 2020년 문재인 정권에서 당시 대표에 선임된 뒤에 연임에 성공했다. 2022년 12월 대표 후보 심사위원회에서 연임 적격 판단을 받는다.  스스로 추가 공모를 통해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며 경선을 자처한다. 지난 연말 적격 판단을 받고 연임이 결정된다.  그럼에도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국민연금이 구 대표 단독 후보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을 꼬집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지배구조 지적은 결정타가 된다.  결국 KT 이사회가 흔들렸다. 구 대표 역시 '생즉사 사즉생'각오로 '공개경쟁 거쳐 재선임'이라는 카드를 꺼내든다. 

 구 대표가 이번 '공개 경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설령 연임에 성공한다고 해도 각종 인허가권이 정부의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 등이 쥐고 있는 만큼,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적 외풍 자유롭지 않았던 역대 KT CEO

KT의 역대 CEO들이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좌의반 타의반 임기를 못채우고 중도에 그만뒀다. 

2009년 1월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KT 대표 자리에 앉았다. 정치적 외풍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  친 이명박계로 분류된 그는 2012년 연임에 성공한다.  이듬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며 '자의반 타의반' 자리에서 물러난다.  

후임 황창규 회장 역시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삼성전자 CEO출신으로 '황의 법칙'으로 이름을 날렸던 반도체 전문가지만, 통신 서비스 산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으로 비춰졌기 때문. 임기 말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결국 연임 기간을 모두 채우고 물러났다.

구 대표도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  국회의원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KT 법인과 전·현직 임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매입해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을 통해 약 4억 3800만 원을 19대, 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자금법은 외국인,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와 법인이나 단체 관련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한다. KT는 이를 피하기 위해 임직원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 측에 돈을 전달한다. 

KT 는 지난해 10월 달 26일 서울고법 형사7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적용 법조가 헌법에 위반되므로 무효이고, 따라서 죄가 되지 않는다”며 “법인 또는 법인 관련 정치자금의 기부를 전면 금지하고, 형사처벌로 제재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제한한다.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구 대표의 연임 반대에 대통령까지 나선만큼 쉽지 않다. 다만 구 대표의  연임 성공 여부가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KT가 완전히 독립했는지를 가르는 리트머스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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