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 중대재해 책임회피 '급급'
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 중대재해 책임회피 '급급'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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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체제 도입해 새 대표에 안전사고 '총알받이' 직무 부여
잇 따른 사고에도 안전 '무방비'…위험 사전에 알고도 제거 안해

현대비앤지스틸 오너 정일선 대표는 안전 문제가 회사발전과 노동자 인권 보호를 위한 중요 경영사항인데도 가급적 피하면서 많은 돈을 들여 안전망을 완벽하게 구축하지 않는 것이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그릇된 안전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그만큼 정 회장이 안전불감증에 갇혀 노동자들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적업장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 회장의 안전문제를 중요시하지 않고 책임의식도 희박한 것은 대표이사 체제 변경에서 확인된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 후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인 정일선(52)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바꿨다. 회사측은 오너를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위해 총알받이로 신규 대표를 뽑았다. 현대비엔지수틸은 새 대표에게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직무를 맡겼다.

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 대표. (사진=뉴시스)
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 대표. (사진=뉴시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현대비앤지스틸은 지난 3월29일 이사회를 열어 이선우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해 정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정 대표는 이 회사 지분 2.52%(6월 말 기준)를 보유한 대주주로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다. 그는 2008년부터 줄곧 단독 대표를 맡았다. 이 회사의 전신은 삼미특수강으로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부도 처리된 뒤 2001년 현대제철이 인수해 현대차그룹에 편입됐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이 대표가 중대재해 사고 '방탄용'임을 분명히 했다. 회사는 그에게 중대재해법상의 안전보건최고책임자 직무를 맡겼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자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서류상 안전보건최고책임자는 이선우 대표로 돼 있다.

공동대표체제 도입은 정 회장이 사업주로서 자신은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서 새 대표를 총알받이로 삼겠다는 포석외에 다름이 아니다. 그러니까 중대재해 사고로 감방을 가더라도 안전 담당 대표가 가고 전문경영인보다 훨씬 책임이 무거운 자신은 포토라인선 상에 서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다. 대주주 대표로서 막강한 권한에도 책임은 지지않는 황제경영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그동안 현대비앤지스틸에서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잦아 사업주인 정 회장이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너를 대신해 중대재해 책임을 지는 대표의 선임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등 노동단체들은 5일 창원고용노동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 관련법 강화를 촉구했다. (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등 노동단체들은 현대비앤지스틸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 5일 창원고용노동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 관련법 강화를 촉구했다. (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이 회사 창원공장에선 지난달 16일 사내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사내 협력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했다. 노동청은 첫 번째 사고로 지난달 16일부터 일주일 동안 사고 공정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중대재해가 또 발생하자 또다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사고 현장에 정 대표의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선우 대표가 사고수숩을 도맡고 있다. 노동청 담당자는 “조사 과정에서 실질적 안전책임자가 이 대표가 아닌 정 대표로 드러나면 중대재해에 따른 책임도 정 대표가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개편에 따라 실제 정 대표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중대재해에 따른 책임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너의 안전의식이 낮은 탓인지 안전대책은 사고 당시 발표에 그치고 그 후에는 실제 이행되지 않아 작업장 위험은 제거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정 회장은 사업주로서 책임을 다하기보다는 가급적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현대비앤지스틸의 안전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안전사고가 예견됐는데도 사전에 손을 쓰지 않은 현대비앤지스틸의 안전 무방비는 앞으로도 산재사망사고 잇따를 수 있음을 예고한다. 하청노동자 A씨(63)가 4일 경남 창원 현대비엔지스틸 냉연공장에서 철재코일 포장작업 중 넘어진 코일에 깔려 숨지는 사고도 회사가 안전문제를 등한시 한 데서 발생한 예고된 참사였다.

사고 위험성은 지난 4월 하청업체의 위험성 평가에서도 확인됐다. 이미 사고가 예견 됐다. 하청업체가 올해 4월 6일 실시해 작성한 위험성평가표에는 유해 위험요인으로 “빅코일을 받을 때 작업 공간이 협소하고 받침목이 평탄하지 않아 코일을 받다가 코일이 굴러 코일 사이에 작업자 협착사고 위험”이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도 현대비앤지스틸은 위험을 제거하지 않았다. 훼손된 받침목 교체, 협력업체 통합 안전 회의시 크레인 작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요청하는 등의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무시했다. 사고가 날수 있는 위험요인이 여전히 방치됐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기차 레일처럼 받침목 위에 코일을 올려 작업하는데 받침목이 오래돼 흔들리다 보니 전도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비엔지 스틸이 작업장 안전에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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