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왜, 35억 횡령직원 처벌 원치 않았나?
아모레퍼시픽 왜, 35억 횡령직원 처벌 원치 않았나?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검찰에 처벌불원서 제출…주모자 A씨가 권용소 전 대표의 아들 참작?
아모레측, 조사에 적극 협조하며 남은 금액 성실한 변제를 약속한 때문 설명

 중국시장의 한류열풍을 타고 화장품 재벌로 부상한 아모레퍼시픽이 회삿돈 35억 원을 착복한 영업직원들을 횡령혐의로 고소했지만 최근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검찰에 전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다. 직원들이 모럴해저드 유혹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엄벌을 받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원칙을 깨고 불처벌을 결정한 것은 내부기강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측이 횡령액의 상당 부분을 회수해 처벌까지는 원치 않았는지 모르나 그 배경에는 주모자로 알려진 직원 A씨가 권용소 전 대표의 아들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같다고 풀이한다.

25일 관련업계에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8일 검찰에 A 씨를 비롯해 회삿돈 횡령혐의 직원 3명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모레퍼시픽은 횡령액의 상당 부분을 회수했고 그의 아버지가 대표를 역임한 점을 감안해 선처를 바라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권 전 대표는 재직시에 아모레퍼시픽의 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 1983년 ㈜ 태평양에 입사한 후 마케팅부문 부사장 , 신사업부문 부사장 등을 거치며 주요 브랜드 마케팅 및 사업을 총괄했다. 권 전 대표는 마침내 아모레퍼시픽 대표에 올라 성장과 도약을 진두지휘했다. 아모레퍼시픽을 그만 둔 후 지난 2014년부터 교원 구몬사업본부와 에듀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솔어린이보육재단 대표로 일하고 있다.

화장품 재벌 아모레퍼시픽 용산사옥. (사진=뉴시스)
화장품 재벌 아모레퍼시픽 용산사옥. (사진=뉴시스)

아모레 퍼시픽 측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얼마 전 일부 매체의 질문에 “세 명 모두 내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피해 금액 중 상당액을 변제했고 남은 금액에 대해서도 성실한 변제를 약속해 회사 차원에서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직원 3명이 회삿돈 35억원을 빼돌려 가상자산 투자와 불법도박 등에 쓴 사실을 지난 3월 자체 감사를 통해 밝혀냈다. 아모레퍼시픽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들 3명을 해고했고, 횡령금액의 상당 부분을 회수했다. 그런데 아모레퍼시픽은 횡령사실을 적발하고도 이들 직원을 고소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횡령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비로소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월 18일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당시 “횡령 규모가 공시 요건인 자기자본 대비 1% 미만 이하인데다 직원들이 젊어 미래가 창창하고, 횡령액도 상당 부분 회수돼 고소 고발을 진행할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전 대표이사의 아들이 끼어있어 사건을 쉬쉬하고 넘어가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일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1+1’ 판촉행사 제품을 제값을 받고 되팔거나 거래업체가 적립한 캐시백(물건을 구입한 고객에게 자사 제품을 살 수 있게 되돌려주는 돈)을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 횡령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영업팀 직원 A씨는 2018년 8월 거래업체로부터 샴푸, 보디워시 등 생활용품을 주문받자 허위로 ‘1+1’ 판촉행사를 기획했다.

A씨는 그런 후 판촉용 상품을 해당거래업체에 되팔은 물품대금 1574만원을 본인 명의 계좌로 이체했다. 그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11월까지 292회에 걸쳐 3개 업체로부터 33억4506만원을 받아 착복했다.

A씨는 같은 회사 유통팀 직원 B씨와 캐시백을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7657만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리기도 했다. A씨와 B씨는 2019년 8월 상품을 대량 구매한 업체에 구매대금 10~15% 상당의 아모레퍼시픽 상품권을 주는 ‘추석 판촉행사’를 기획했다. A씨는 거래업체가 받아야 할 2754만원 상당의 캐시백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했다. 이어 해당 금액을 B씨의 계좌로 옮겨 주식 투자금으로 사용했다. 유사한 범행은 1년간 5차례에 걸쳐 벌어졌다.

또 A씨와 B씨는 2020년 11월부터 5차례에 걸쳐 6330만원 상당의 물품대금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했다. 횡령을 숨기려고 투자 이익이 발생하면 비는 돈을 채워 넣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빼돌린 회삿돈을 스포츠 도박 자금으로도 썼다. A씨는 76차례에 걸쳐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67억8200만원을 입금해 사이버머니를 받은 후 국내외 운동경기 결과에 베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