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자회사 설립은 '두 마리 토끼 잡자' 포석
현대모비스 자회사 설립은 '두 마리 토끼 잡자' 포석
  • 박경은
  • 승인 2022.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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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문제 해소하면서 정의선 지배력 강화 위한 '밑그림' 의도
모듈·부품통합 2개 자회사 설립해 하청노동자 6천명 직접고용 전환
증권업계“향후 재개될 지배구조개편 위한 포석 측면서 해석도 가능"

현대모비스가 지분 100%를 출자해 모듈과 부품 통합 2개 자회사를 설립키로 한 것은 불법파견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승계 밑작업도 그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노동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울산과 화성, 광주 등지의 모듈공장 생산조직은 모듈통합계열사로, 에어백·램프·제동·조향·전동화 등 핵심 부품공장 생산조직은 부품통합계열사로 전환하는 두 개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9월 임시이사회에서 설립 안건 의결을 거쳐 11월 중 설립한다는 일정이다.

현대모비스는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기술력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사내 하청업체로 흩어져 있는 제조 기술력을 안으로한 곳으로 모아 품질역량 강화로 글로벌 최고 수준 제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 아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13개 하청업체는 사라지고 기존 생산 전문 자회사 3곳(지아이티·현대아이에이치엘·HGP)과 신설 자회자 두 곳 등 5개 생산전문 자회사가 사내 하청업무를 도맡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100% 사내하청에 가까운 방식으로 공장을 운영해왔는데, 이번에 자회사 신설로 약 10개 협력사의 6천명이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즉,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설립의 주된 배경은 불법파견 리스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자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당수 직원들이 현재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 설립을 통한 직접고용이 아니고서는 뾰쪽한 방안이 없는 상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불법 파견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생산 효율성과 전문성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가 지난해 현대제철 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직접고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가 지난해 현대제철 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직접고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모비스는 최근 대법원 판결에 자극받아 자회사 설립을 서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대법원은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을 포스코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제철업계 ‘불법 파견’을 대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제조 공정에 차이가 있긴 하나 그 파장이 파장이 자동차 업계에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수 직원들이 현재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 판결은 현대모비스에 발등의 불이 됐다.

자회사 전환시 신규입사로 그동안의 근속기간은 인정되지 않으나 노동자 처우는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노동자들에게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자회사에서는 하청업체 때 보다 호봉 구간별 상승분이 15원에서 30원으로 50% 인상된다. 근속 수당 명목의 수당을 지급하고, 학자금 지원 등 각종 수당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 자회사 신규입사를 위해서는 부제소 합의가 필수다. 회사는 부제소 동의서 제출 노동자에 한해 입사 이후 800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취하하고 입사하는 경우 45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여기에서 꼼수 논란이 일어 현대모비스 자회사 설립이 순조롭게 추진될는지는 미지수다. 노동계에서는 현대제철이 지난해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소 취하에 합의하지 않고 사내 하청업체 소속으로 남아 투쟁을 지속하는 진통이 현대모비스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현대모비스의 이번 자회사 설립을 두고 노동자 의견은 엇갈린 상태다. 현대모비스 하청업체 노사와 현대모비스가 함께하는 미래차위원회에서 통합운영을 요구해 온 금속노조 현대모비스 8개 지회(화성·광주·울산·울산모비스지회·평택·김천·안양·충주지회)는 회사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현대모비스 아산·천안지회와 현대모비스 충주노조는 회사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모비스가 자회사를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그 성장분을 자회사와 공평하게 나누고 자회사 노동자도 성장분을 요구할 교섭의 공간이 열린다면 이 모델은 박수를 받을 여지가 있다”며 “하지만 또 다른 인력도급의 위장된 형태로 빠지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소액주주와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이번 자회사 설립 추진 배경에는 정 회장의 기업승계 포석이 없지 않다는 의견을 보인다. 즉 자회사 신설을 통해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 포석일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 12일 자회사 신설 계획이 처음 알려진 후로 개인 투자자들이 매물을 대량 내놓은 것은 이런 시나리오가 존재할 수 있다는 신호일수 있다.

당시 현대모비스 주가는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의 상당수는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신설이 오너일가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의도적으로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를 낮추는 것 아니냐는 판단 아래 매물을 쏟아내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판단에 수긍이 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에 있으나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 회장의 그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확대가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주가가 낮은 것이 유리하다.

그러자면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자회사 설립 추진이 그 일환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판단이다. 물론 이 부분은 현대모비스 다른 주주들의 이해관계와는 상충한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모비스 자회사 설립이 정 회장의 지배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밑 작업일 수 있다고 풀이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에도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을 추진하다 현대모비스 저평가 논란으로 이를 철회한 전력이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회사 신설 계획에 대해 “향후 재개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 측면에서의 해석도 가능하다”며 “최근 이어지는 현대모비스의 현금출자와 현물출자는 과거와 다르게 지배구조 개편의 공식을 바꾸고 활용 가능한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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