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에서 아쉬웠던 부분 채워나가는 재미있어"
공연을 즐기는 데뷔 10년차, 뮤지컬 배우 이지수
2019년 한국 초연으로 관객들과 만났던 프랑스 뮤지컬의 정수 <킹아더>가 3년 만에 귀환을 알렸다.
뮤지컬 <킹아더>(프로듀서 오훈식/연출 오루피나)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한 뮤지컬로 바위에 박힌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를 뽑으며 왕의 자리에 오른 아더왕의 전설을 기반으로 판타지적 요소들을 가미해 극적 재미를 살린 뮤지컬이다.
원치 않았으나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 아더와 누구보다 왕위를 원했지만 갖지 못한 멜레아강의 대립, 복수를 위해서라면 영혼의 추락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르간, 자유와 충성 그리고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랜슬롯과 귀네비어,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인간사를 관망하는 마법사 멀린까지 고전에 담긴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본지는 주어진 운명 앞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킹아더>에서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귀네비어' 역으로 합류한 뮤지컬 배우 이지수를 만났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뮤지컬 <킹아더> 그리고 귀네비어는 어떤 인물인지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다. 인사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지수 안녕하세요. 어느덧 10년 차 배우가 된,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배우 이지수입니다.
Q. 10년 차, 데뷔 때와 지금 달라진 게 있을까?
이지수 아뇨. 그대로인 것 같아요. 크게 변한 건 없고, 뭔가 있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데뷔했을 때보다 지금의 제가 작품에 더 깊이 있게 들어간다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는 경험치가 부족하다 보니까 제가 어떤 걸 알고 터득해서 풀어낸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부터 얻어낸 정보로 인물을 바라보고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그래도 10년을 했다고 많은 것들이 조금씩 쌓였나 봐요. 전보다는 확실히 캐릭터를 더 깊이깊이 파고 고민하고 서사를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대극장에서부터 소극장까지 오가면서 많은 스킬이 쌓였을 것 같은데.
이지수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죠.(웃음)
Q. 작년에 연극도 봤었는데, 확실히 잘하더라.
이지수 보셨었나요? 감사합니다. 제 첫 도전이었어요. 그리고 저의 첫 한글 이름 배역이었죠.(웃음) 맨날 외국인 이름만 받아왔었는데, 한글 이름을 받아서 좋았고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원래부터 잘 알고 있고 친한 언니랑 오빠들이랑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됐을까
이지수 아무래도 저희 소속사 작품이다 보니까 초연 때 "이런 공연이 있는데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다"라고 해주셔서 일단 어떤 작품인지 찾아봤거든요. 대본도 받아서 봤는데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아서 하겠다고 결정했어요.
Q. 재연 공연으로 넘어오면서 귀네비어의 서사가 조금 더 생긴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지수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네요. 왜냐하면 걱정을 했었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 초연을 했었고, 이번 재연 무대로 오면서 극장 사이즈도 줄어들고 러닝 타임도 줄어들다 보니 사라진 장면들이 있었거든요. 새로 생긴 장면이나 다른 장면들에서 부족해졌던 서사를 채우고 극을 풍성하게 만들려는 노력과 시간이 들었어요. 제 입장에서도 제가 가지고 있던 귀네비어라는 인물의 흐름도 초연과 재연에서 조금씩 달라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그래서 연습하는 과정에서 제가 가지고 가려고 하는 인물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었어요. 그 노력이 조금이나마 보였다는 게 저는 정말 만족스러워요.
Q. 그러고 보니 재연 공연 때 유독 드레스를 많이 갈아입는 것 같았는데, 의상이 늘어난 걸까
이지수 아뇨. 의상은 사실 초연 의상에서 바뀐 게 없거든요. 그런데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사이사이 없어진 장면들이 있다 보니까 귀네비어가 퀵 체인지를 해야 되는 장면들이 많이 생겨서 아마 많은 드레스를 입는 것처럼 느끼신 것 같아요. 의상 벌 수는 똑같고, 한 가지 의상이 무지개 색깔이 들어갔던 드레스가 있는데 그게 조금 바뀐 것 빼고는 초연과 똑같습니다.
Q. 무대가 바뀌고 장면도 수정이 됐다고 했는데, 어떤 부담감은 없었나
이지수 사실 부담감이라는 걸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아예 없지는 않겠죠. 그리고 저에게 어떤 부담감이 있다고 한다면, 사실 한 번 더 같은 작품을 하게 됐을 때 더 나아진 부분을 가지고 와야 한다는 게 저 스스로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해요. 큰 스트레스는 아니지만 항상 공연이 다 끝나면 남는 아쉬움이 있거든요. 그래서 다음에 똑같은 작품을 하게 된다면 전에 남아있던 아쉬움을 채우고, 보완하고 싶어요. 그래서 똑같은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재연이던 삼연이던 그 공연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또 하고 싶어서 하는 거거든요. 그런 어떤 부담감과 즐거움이 공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이번에 귀네비어 역으로 두 명의 배우들이 함께하게 됐다.
이지수 정말 어떤 공연을 하던 저는 더블 캐스트, 트리플 캐스트 모두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나랑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요. 사람마다 생긴 것도 다르고 가지고 있는 장점이나 단점이 다 다른 것처럼 전 같은 역할을 맡아도 똑같다고 보지 않아요. 그래서 정말 재밌었던 것 같아요. 연습 때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본 공연에 올라가서도 모니터링을 해봤지만 저랑은 또 다른 모습의 귀네비어를 연기하고 있는 모습이 재밌기도 했고, 이들의 연기에서 얻어 가는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Q. 어떤 느낌을 받았나.
이지수 일단 린지 언니 같은 경우에는 정말 사람 그 자체가 되게 착하거든요. 되게 선한 사람이예요. 그러다 보니까 작품 속에서 귀네비어가 하는 행동들이 아무리 자신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스스로가 지겠다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누군가는 이게 되게 나빠 보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언니가 어떤 행동이나 대사를 치고 있는 걸 보면 이해가 되더라고요. 저렇게 착한 귀네비어가 저런 상황에서 저런 선택을 하는구나 하면서 안타까움도 느껴지는 것 같고 그런 매력이 있는 귀네비어인 것 같았어요. 그리고 우리 막내 지연이 같은 경우에는 막내답게 되게 당돌한 모습이 보여서 좋았어요. 제가 저번 시즌에 당돌했던 막내 귀네비어였었거든요. 막내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기들이 보였던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서 저의 귀네비어가 그런 당돌했던 모습들이 조금 성숙해졌다면, 이제 막내인 지연이의 귀네비어에겐 그런게 좀 보였던 것 같아요. 지연이의 연기를 보면서 "이런 게 나한테도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Q. 귀네비어라는 인물이 많이 알려진 인물인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사를 하거나 공부를 했던 게 있을까
이지수 사실 처음 이 작품의 대본을 읽고 나서 그 서사를 찾아봤거든요. 그전까지 알고 있던 건 어떤 사람이 엑스칼리버라는 칼을 뽑게 되면 왕이 될 수 있다, 운명의 그 사람이 아더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어요. 작품을 하겠다고 맘먹고 나서 구글링을 엄청 해봤었던 것 같아요. 위키백과 이런 것도 찾아보고,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도 시간을 내서 찾아볼 수 있는 걸 다 찾아봤어요. 전설로 내려오던 이야기, 글로 봤던 이야기들과 영상에서 그려지고 있는 전설 속 이야기들을 다 찾아보면서 정보를 수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프랑스 뮤지컬도 찾아봤죠. 아무래도 그 작품을 가지고 오는 거다 보니까 원작이 가지고 있던 음악에 대해서 공부를 했었죠.
Q. 본인이 생각하는 귀네비어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이었나.
이지수 일단 사랑이 많은 사람? 그리고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사람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처음 아더를 만났을 때 그가 자신을 구하러 왔고, 위기에서 나를 구해준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거죠. 아더를 만나기 전까지 귀네비어는 어떤 사랑이라는 감정, 호감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었어요. 아빠가 정해준 어떤 집안 사정에 의한 결혼 상대가 정해져있던 사람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멜레아강이라는 가문과 가문 사이의 약혼 상대에게 호감이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 했던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귀네비어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을 되게 중요시하는 사람이었어요. 첫 번째로 자신이 선택한 사람은 아더였었고, 상황이 다르지만 랜슬롯이 왔을 때 그 순간에는 랜슬롯이라는 사람에게 매료가 되죠. 나쁘게 보이려면 나쁘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이란 걸 알아요. 이 사람에게 빠졌다가 저 사람에게 빠지는, 순간순간 달라지는 인물처럼 보이잖아요. 물론 결혼이라는 걸 해서 나쁜 거긴 한데 그걸 또 깨고 나오기도 하고 죽겠다고 말을 할 정도니까 결이 조금 다르달까요? 연애로만 놓고 봤을 때 이 사람이 죽을 만큼 좋았다가도 저 사람이 죽을 만큼 좋아질 때가 있잖아요. 저는 사실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게 최대한 나빠 보이지 않게 만들고 싶었어요. 누구보다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으면 했죠. 그의 선택은 언제나 솔직하고, 그가 선택한 것에 있어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게 마냥 나빠 보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냥 솔직하게 다가가려고 하고 있거든요. 그런 인물인 것 같아요. 선택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냥 욕을 먹어도 되는 사람이지만, 귀네비어는 그냥 저를 죽여달라고까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Q. 사실 랜슬롯과 귀네비어의 정원씬에서 모르간이 마법을 걸었다는 행동을 취하지 않나. 그 장면이 정말 마법을 걸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마법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어떤 것 같나.
이지수 사실 이번 시즌, 연습 과정에서 해로 생긴 설정 중 하나가 마법이었거든요. 초연 때는 사실 두 사람이 첫눈에 서로에게 반하게 된 거지 이게 마법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모르간이 마법을 쓸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저희들끼리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디까지가 마법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이게 중요했어요. 왜냐하면 귀네비어가 선택을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랜슬롯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마법이면 이건 주체적인 여성이 아닌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연출님과도 많이 대화를 나눴어요. 도대체 어디까지가 마법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연출님이 주신 디렉션은 '모르간이 건 마법은 그냥 그 장소, 그 시간에 귀네비어와 랜슬롯이 나타나게 하는 것과 그들이 만나는 것까지다'라고요. 첫눈에 서로가 반하게 되는 건 그다음 이야기인 거죠. 사실 서로에게 많은 제약이 있어요. 랜슬롯은 왕의 기사이고, 귀네비어는 왕과 결혼을 할 사이죠. 그들이 그들에게 묶여진 제약들을 깨면서까지 만남을 이어가고 마음을 이어가는 것은 마법이 아닌 자신들의 선택이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저희들의 선택이 됐어요. 그래서 모르간이 건 마법은 우리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것까지고 그다음은 이들의 이야기였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