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무죄…"특수관계인 거래 아냐"
150억 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범LG 총수 일가와 임원들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재판관)는 조세범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 회장, 구자경 LG명예회장의 둘째 딸 구미정, 구광모 회장의 여동생 구연경 씨 등 총수 일가 1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한 전·현직 재무관리팀장 2명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세청은 지난 2018년 구 회장 등이 계열사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세금을 회피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도 이들이 LG와 LG상사 주식 수천억원어치를 거래하면 가짜 거래내역을 꾸며 양도세를 포탈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특수관계인 간 지분거래에는 더 높은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데, 이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LG 재무팀이 나서 특수관계인 거래가 아닌 것처럼 거래를 위장했다고 판단했다.
LG그룹 재무관리팀은 총수일가가 보유한 전체 주식 수를 유지하기 위해 총수일가 간 주식을 거래하는 통정매매(매수인과 매도인이 미리 가격을 정해놓고 일정한 시간에 주식을 사고파는 것) 방식의 거래를 진행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1999년부터 상장기업 대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이 주식거래를 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개정 소득세법이 시행됐다.
통정매매로 인한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 LG그룹 재무팀 직원들은 통정매매를 숨기기 위해 거래주문표를 쓰지 않거나 전혀 다른 제3자에게 주식을 판 것처럼 세금을 신고했다는 게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이러한 방식으로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구 전 회장 등 LG그룹 대주주 14명과 재무팀 직원 2명을 기소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과 2심은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LG그룹의 주식거래 방식이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려면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LG그룹 총수일가들이 서로 주식을 사고팔았다는 것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1심은 "재무팀 직원들은 제3자가 그 주식거래에 개입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지 않았고 거래소시장에서의 경쟁매매의 특성상 이를 막을 수도 없었다"며 "이 사건 주식거래에서는 특수관계인 간의 부당행위계산의 특징인 거래의 폐쇄성, 특수관계에 기초한 가격결정 등의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재무팀 직원들은 특수관계인 간 주식거래를 의도했다기보다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주식 시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총수 일가의 매도 주식 수량만큼을 다른 일가가 매수하려고 한 것"이라며 "특수관계인 간 거래를 은폐할 목적에서 비롯됐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재무팀 직원들이 특수관계인 간 거래내역을 은닉하려는 의도로 했다기보다는 2005년께부터 계속된 주문관행이 이어져 온 것"이라며 "조세를 회피할 의도에서 거래주문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