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콜라가 몇 병인지 세어보자.
[칼럼]콜라가 몇 병인지 세어보자.
  • 남동완 전문위원
  • 승인 2005.0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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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정확히 꿰뚫어야 현명한 투자자
요즘 자가운전자들은 주유소 가기가 겁난다. 리터당 최소 1400원을 넘는 휘발유 가격은 가히 공포다. 10년전만해도 700~800원선이던 휘발유 가격이 10년만에 100%가 오른 것이다. 과거에는 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가)가격이 27달러만 넘으면 유가 상승은 신문 1면을 차지하는 이슈거리였지만 지금은 여파가 작다. 하지만 원유 가격의 상승은 기업에게는 생산 비용의 증가와 원가의 상승으로 기업들의 이익을 저해하는 요인이며 소비자에게는 가격 상승과 함께 소비지출의 감소 요인이 된다. 지난 4월에 발표된 생산자 물가지수와 소비자 관련 지표는 주가를 큰 폭으로 하락시켰다.이는 유가 상승과 연관이 된다. 소비자들이 의식주에 관련된 비용을 늘려 기업의 생산 활동을 원활하게 도와준 것이 아니라 옷 한 벌을 살 돈으로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휘발유를 구입하는데 더 썼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 가격이 벌써 1400원선까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기타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고 그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유가가 상승한 만큼 ‘쓰지 말아야지’하는 의식이 강화된다. 소비자가 그 만큼 쓰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고 이는 기업의 수익 감소로 또 가계 수익이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진다. 이제 원유의 가격 변화는 우리 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챙겨봐야 하는 소식, 그 이상이 됐다. 원유가 과연 다른 상품들에 비해서 얼마나 절대적인 가격 위치에 있는지 살펴보자. 우리는 휘발유 1리터를 살 수 있는 가격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휘발유 1리터의 가격이 1400원이고 보통 이 1리터의 휘발유로 차가 약 10km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볼 때, 올림픽대로를 타고 여의도에서 잠실을 갈 수 있을 것이다. 반면 1400원으로 쇼핑을 해보자. 길거리에 파는 어묵 꼬치 하나에 1000원을 하는 시대가 아닌가.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비용이다. 이렇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쓰는 비용이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원유 가격의 정보를 접할 때 보통 배럴당 얼마라고 하는 식으로 듣는다. 현재 NYMEX라고 하는 뉴욕의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는 현재 배럴당 50달러 수준이다. 지난달 초, 골드만삭스가 향후 유가가 102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리포트 발표 된 후, 유가는 고공 행진을 보이고 있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배럴은 약 156리터 정도라면 우리가 쉽게 마시는 음료수 1리터가 156통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1.5리터 콜라가 약 104병정도 있는 것이다. 콜라가 유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접하는 많은 정보들은 사실만 받아들이기보다는 다른 사실과 함께 비교 검토되어야 한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슈를 정확하게 꿰뚫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미국 선물시장의 상품들을 거래할 때 필자는 바로 오늘 아침 한국의 날씨는 알 수 없어도 텍사스 지역의 기온과 날씨예보 심지어는 땅이 보유하고 있는 수분의 정도까지도 훌훌 꿰어야했다. 농산물에게는 기후가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인데 농사에 좋은 기후일 때는 곡물 가격이 떨어지고 또 곡물 가격의 하락은 곡물을 사용하는 축산물업자에게는 원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곡물 가격의 하락으로 수출이 잘되면 해상 운송료가 상승하는 등 이런 재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속적인 상호 작용이 일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그 많은 정보들을 그만큼 쉽게 흘려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부터 신문을 펴서 유가가 상승했다고 하면 콜라가 몇 병인지를 계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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