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격 폭등에 라면·과자 값 인상 '만지작'...신동원 농심 부회장 고민 깊어져
곡물가격 폭등에 라면·과자 값 인상 '만지작'...신동원 농심 부회장 고민 깊어져
  • 임지영 기자
  • 승인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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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팜유·옥수수·밀 국제 시세 최대 100% 넘게 폭등
1분기 라면 3사 영업이익 총액 전년 동기대비 37%감소
원자재 가격상승 이어지면 가격 인상 불가피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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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가격 폭등에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이 가격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국내 최대 라면제조사인 농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신동원 부회장이 "라면 값 인상은 고민 중이나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말한지 불과 2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 최고경영자의 말이 하루아침에 뒤바뀔 경우 기업의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팜유와 옥수수, 밀의 국제 시세는 최대 100%가 넘게 폭등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남미 지역의 가뭄과 미국 내 서리 피해 등은 곡물가격 인상으로 이어졌고 국내 식품업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 식품업계는 두부, 즉석밥, 두유 등 일부 식품 가격을 이미 인상했다.

반면 서민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라면, 과자 등 소비자들이 가격 변화에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는 가격 인상을 유보한 바 있다.

가격 인상의 유보에도 라면의 주원료로 쓰이는 소맥·팜유 가격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 소맥 선물가격은 1t당 238달러로 2019년(181달러) 대비 31%나 올랐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팜유 현물가격 역시 1톤당 980달러로 2년 전(570달러)보다 무려 72%나 폭등했다.

팜유의 경우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에서 대부분 생산되고 있으나 이들 나라들의 코로나19 피해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라면업체를 대표하는 농심·오뚜기·삼양식품 3사의 원가율 역시 상승했다.

농심은 지난 1분기 매출 대비 원가율은 69.7%로 전년 동기(66.8%) 대비 2.9%p 상승했다.

삼양식품의 원가율은 73.8%로 전년 동기대비 4.4%p 상승했다. 오뚜기의 원가율은 83.4%로 전년 동기대비 1.8%p상승했다.

지난해 코로나 특수로 인해 원가 부담은 늘었으나 판매증가로 라면업계는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밀키트와 배달 음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라면의 소비는 지난해만큼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올해 1분기 라면 3사의 영업이익 총액은 전년 동기대비 37%나 감소했다.

원가 부담은 실적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라면 가격은 수년째 동결되어져 오고 있다. 농심은 2016년 신라면의 가격을 인상한 뒤 5년째 동결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2017년에 인상한 뒤 동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오뚜기는 2008년 인상 이후 진라면의 가격을 13년째 동결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라면과 과자의 원료인 밀가루 가격은 지난 2013년부터 9년째 동결중이나 올해는 가격 인상이 유력하다. 한 제분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염두에 두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 @농심
신동원 농심 부회장 @농심

하지만 신동원 농심부회장의 고민은 깊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지난 4월 25일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라면 값 인상을 고민 중이나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남이다. 올해 91세인 신 회장은 지난 16일을 끝으로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며 경영 은퇴를 선언했다.

농심의 최고 경영자이자 오너인 신 부회장이 라면 값 인상을 결정된바 없다고 밝힌지, 불과 2-3개월 만에 인상한다면 기업의 신뢰는 물론이고, 신 부회장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에서 신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편, 국내 밀가루 1위 공급업체인 CJ제일제당 측은 “당분간 인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스낵 1위 업체인 오리온 역시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며 “생산 및 재고관리 효율화와 국내외 법인 공동 구매 등을 통해 비용 절감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밀가루 가격 동결이 풀려버리면 라면 및 과자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가격인상이 쉽지 않지만 어느 한 곳이라도 올린다면 다 같이 올리지 않을까 예상한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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