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나빌레라' 최인형·강상준, "알을 깨고 날아오를 이들을 위해..."
[더인터뷰] '나빌레라' 최인형·강상준, "알을 깨고 날아오를 이들을 위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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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나빌레라>가 돌아왔다.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발레와 노래, 춤과 연기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작품으로 2019년 초연됐다. 웹툰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된 웹툰으로 70대 노인 심덕출이 친구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뒤, 자신이 오래전부터 꿈꾼 발레를 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 담겼다.

본지는 모두가 안 된다고 하지만 일생을 통틀어 가장 진지하게 꿈을 향해 걸어나가는 일흔여섯 새내기 발레리노 '덕출'과 부상과 생활고에 시달리며 방황하지만 발레만큼은 놓지 못하는 스물셋 청춘 '이채록' 역을 맡은 최인형, 강상준 배우를 만났다.

두 배우가 바라보고 있는 <나빌레라>는 어떤 작품인지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19로 뒤덮인 암울한 시기 속에서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알에서 깨어나 나비처럼 날아오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다음은 최인형, 강상준 두 배우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반갑다.

최인형  안녕하세요. 저는 <나빌레라>에서 심덕출 역할을 맡은 최인형입니다.

강상준  안녕하세요. 저는 창작가무극 <나빌레라>에서 이채록 역할을 맡은 강상준입니다. 반갑습니다.

Q. 창작가무극 <나빌레라>는 어떤 작품일까

최인형  창작가무극 <나빌레라>는 일흔여섯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심덕출 할아버지의 발레 도전기입니다. 그리고 어렵고 힘든 환경을 이겨내고 도약하는 이채록 무용수의 꿈을 향한 이야기입니다.

Q. 각자 맡은 배역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강상준  스물세 살의 이채록 역할을 맡았는데요. 채록이는 돌아가신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발레를 시작한 청년입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해왔던 발레가 다른 몸을 쓰는 운동에 비해서 재능이 더 있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현실적으로 더 잘해낼 수 있지만 주변 환경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발레를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심덕출이라는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게 되고, 여러 악조건들을 이겨내게 됩니다. 인물로 봤을 때 불만이 많은 것 같지만, 결국 요청하거나 시키는 일을 다 하는 츤데레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인형  심덕출 할아버지는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하시고, 정년 퇴임을 했어요. 그리고 가족들과 살다가 알츠하이머에 걸리게 돼요.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라는 깨달음을 스스로 찾으려고 하다 보니까 어렸을 때 발레에 대한 꿈이 그 기억 속에서 소중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발레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발레에 도전했죠. 하지만 알츠하이머나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죠. 그러던 가운데 채록을 발레 선생님으로 모시고 과외를 시작하게 되거든요. 작품 속에서 두 사람은 반대되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이채록은 현실에 가로막혀 꿈을 포기하려고 하고, 심덕출은 포기했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하게 돼요. 

Q. 올해 목표가 있을까

최인형  우선 코로나가 계속되고 있다 보니까 계획된 공연들이 끝까지 무사히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힘든 시기에 따뜻한 공연들을 통해서 관객분들과 만나 뵙고 싶어요. 이전 인터뷰에서도 조금 이야기를 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영상 사업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물론 영상을 통해서라도 관객분들과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무대와 객석에서 배우와 관객으로 만나야 공연이 끝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느끼고 있거든요. 저에게 공연이란 그런 만남을 전제로 해왔었거든요. 그래서 영상으로 넘어가면 뭔가 속 시원하게 완성되지 않은, 공연을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되도록이면 우리 모두가 안전 수칙을 준수하고 지켜서 꼭 공연들을 무사히 올릴 수 있고,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상준  사실 제 올해 목표는 다이어트였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되었더라고요. 일단 목표 하나는 달성했습니다. 이제 남은 한 해엔 지금보다 더 건강을 유지하면서 몸무게도 유지해나가고 싶어요. 제가 공연마다 몸무게 편차가 조금 있는 편인데 이번 공연을 계기로 조금 유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옆에 선배님 말처럼 코로나가 끝나서 공연 업계뿐만 아니라 정말 모든 분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닐 날만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Q. 초연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이번 작품, 달라진 부분은?

최인형  이번 공연은 초연과 전혀 다른 공연이 될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공연장이 바뀐 만큼 무대에서도 변화가 생겼었고, 재연에는 더 많은 배우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초연과 또 다른 경험을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초연 때 덕출이 70살이었는데 재연 때는 76세로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어떤 꿈에 대한 생각이 나 가족들에 대한 생각들도 바뀌었어요. 물론 저나 연출님이 그리고 있는 방향성과 원작이 가지고 있는 탄탄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어요. 본 공연 때까지 열심히 노력해서 관객분들을 만나겠습니다.

강상준  저도 비슷한데, 아무래도 무대가 바뀌면서 오는 변화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초연과 비교해 봤을 때 수정된 부분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더 많은 배우들이 나오고, 동선들이 바뀌었죠. 그런데 옆에서, 그리고 극 안에서 연습을 하면서 느꼈던 건 결국 같은 길로 간다는 거였어요. 초연과 재연의 차이는 분명 있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흥미롭더라고요. 더 자세한 내용과 차이점은 공연장에 오셔서 확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웃음)

Q. 아무래도 이 작품은 노래와 춤에 이어 발레도 중요할 텐데, 가장 자신 있는 자세나 연습 중 어려웠던 자세가 있다면

최인형  아무래도 저는 무용수였다 보니 본능적으로 코어를 잡게 돼서 처음에 자세를 배우는데 애를 많이 먹었어요. 무용에서 요구하는 춤과 자세들이 발레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초연에 이어서 재연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많이 체크했던 것 같고, 이번 재연에서는 어린 덕출이 나오거든요. 다들 춤을 너무 잘 춰서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우지 않았나 싶어요.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병원에 가거나 물리치료를 받기도 했었어요. 몸이 따르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으나, 최선을 다해 연습 중입니다. 덧붙여 요즘 항상 하는 말이 다치지 않게 하자는 말이거든요. 그만큼 모든 배우들이 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강상준  사실 저는 다 자신이 없습니다!

최인형  아... 사실 상준이가 다 잘하거든요. 제가 진짜 옆에서 깜짝깜짝 놀라요.

강상준  저는 자신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저는 제가 바라는 기준점을 높게 잡는 편이거든요. 사실 예술단원 분들 중에는 학창 시절부터 기본적으로 기본을 다지고 들어오는 배우들이 있는데, 저는 그런 유형이 아니었거든요. 예술단에 들어와서 선배님들 옆에서 기본에 대해서 배우고 움직임에 대해서 배웠어요. 다들 초연에 비해 일취월장했다는 이야기를 하시지만 저는 더 잘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아쉬워서, 혹은 욕심일 수도 있지만 더 좋은 모습, 실수 없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선배님들이 옆에서 다칠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본 무대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 뵐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발레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클래식, 국악, 성악과 음악 등 고전 예술이 왜 지금까지 각광받고 있는지 보고 경험해보면 알 수 있더라고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Q. 요즘 연습을 하면서 내 가슴을 울리는 대사가 있을까

최인형  사실 대부분의 대사들이 가슴을 때리거든요. 특히 채록이를 만나서 하는 말들이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아요. 꿈이라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해주는데 "즐겁고 행복한 건 취미고, 고통스럽고 괴로운 건 그게 꿈이라서 그런 거니까"라는 이야기를 해요. 전통과 클래식은 오래 해야 깊이가 생기고 그거 자체가 꿈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꿈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힘들다면 그건 꿈이라서 그런 거니까 그걸 해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는 의미가 저한테도 와닿았던 것 같아요.

강상준  저는 이번에 할아버지의 병을 알게 되고 나서 할아버지한테 병원을 가라고 말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발레가 뭐가 중요하느냐 이야기해요. 그리고 이런 대사가 있어요. "할아버지 없으면 나 어떻게 해"라는 대사인데, 이 한 마디가 이 친구의 모든 걸 설명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뭐 핏줄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고 이 발레단에서 가장 짧게 본 사람인데, 가장 의지를 하고 마음을 주었구나 하는 걸 이 한마디에서 느낄 수 있었거든요. 이 친구가 얼마나 사람이, 그리고 사랑이 필요했으면 이런 말을 하고 있는가를 제가 하면서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되게 외롭게 느꼈던 것 같아요. 가슴을 좀 울리는?

최인형  울지마

강상준  안그래도 인터뷰하기 전에 그 씬을 하고 와서 그런가 조금 울림이 있어요. 사실 그런 말은 잘 안 하잖아요. 잘 안 하거든요. "너 없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말이요. 물론 사랑하는 이성에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정말 진심으로 그런 말들을 잘 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 다가오는 것 같아요.

최인형  그만큼 요즘에는 누군가한테 의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없어지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더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 옆에 있어주기를 원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다 보니 외로움을 느끼고, 더 잘 무너지지 않나 싶어요. 

강상준  저희에겐 관객 여러분들이 있습니다. 많이 보러 와주세요.(웃음)

Q.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형, 혹은 오빠로서 불안해하는 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인형  저는 제가 꼰대라고 생각해요. 핵꼰대.

강상준  핵꼰대라는 대사가 있어요. 공연 중에

최인형  "라떼는 말이야" 라는게 나오게 되더라고요.(웃음) 사실 어느 순간 모든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걸 느끼거든요. 그런데 그 순간을 버티고 지켜나가면 또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는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물론 제가 어렸을 때 힘든 것들과 지금 여러 어린 친구들이 느끼는 힘든 건 또 다르다고 생각해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또한 이겨낼 수 있으니까 그런 상황이 또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불행이 찾아와도 그걸 이겨낸다면 분명히 행복한 날이 올 거고 나 자신 또한 더 단단해질 거라고 믿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 무거운 짐을 들고 있다면 잠깐이라도 내려두고 나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한 발 뒤로 물러나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요. 저한테는 그게 되게 도움이 많이 됐었거든요. 

강상준  꼰대는 절대 아니네요.(웃음) 저는 제 또래니까. 저랑 대학교를 같이 다녔던 후배들이 아직 20대기도 하고요. 저는 도움을 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뭔가 혼자서 독립적이려고 노력을 하지 않아도 주변에 어려움을 털어놓고 손을 뻗으면 생각보다 힘을 실어주고 말 한마디라도 응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정말 제 이야기이고, 제 주변의 친구들이나 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언제나 그렇더라고요. 제가 혼자 이겨내려고 하다 보니 더 힘들고 지쳐갔다는걸요. 

최인형  그런데 사실 주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강상준  맞아요. 사실 주변에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내 친구들에게 선배와 후배, 가족들에게 이야기한다면 분명 큰 도움을 주고받지는 못하더라도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큰 응원이 되고 용기를 생기게 하거든요. 물론 그것 또한 받는 입장에서 부족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말로 표현 못 하는 힘든 상황 속에 있으시겠지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표현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Q. 창작 가무극 <나빌레라>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최인형  저는 이 공연을 하면서 조금은 바뀐 것 같아요. 제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하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또 문득문득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족들도 사실 찾지 않으면 앞에 없고, 꿈도 생각하지 않으면 잊혀지는 것처럼 이 공연을 보시고 가족과 꿈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분명히 나와 가족, 그리고 꿈을 생각하실 수 있는 공연이 될 거니까 꼭 오셔서 함께 웃고 울고, 즐기시면서 이 넓은 세상을 함께 걸어나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상준  저도 동감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해서 말하고 싶어요. 근래 들어서 대극장 창작 뮤지컬들 중에서 우리 작품만큼 많은 배우들이 나오는 작품은 없다고 자신하고 있거든요. 발레와 뮤지컬에 새로운 재미를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공연이기 때문에 공연시간 내내 즐겁게 관람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연장에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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