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맞는 주가 1000시대
*다시 맞는 주가 1000시대
  • 공도윤 기자
  • 승인 200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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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선 안착 후 한국증시 ‘레벨-업’ 기대


1000선을 돌파했다. 비록 10초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지난 25일 유가증권시장 지수는 전날보다 6.91포인트 뛴 994.01포인트로 기분 좋게 출발해, 5분 만에 1000.26까지 올랐다.
그러나 아쉽게 10초간 머물다 바로 990선으로 떨어져 등락을 반복하다 오후 1시 36분 10.79포인트 오른 997.89를 기록, 결국 996.95로 마감했다.
1000 돌파는 해외시장 상승과 환율쇼크가 진정되며 외국인들의 활발한 순매수 덕이었다. 업종별로 철강?증권 등이 상승하고 제약·전기가스·통신주는 하락했다.


지난주 증시는 주초 21일 988.71의 마감지수를 보이며 1000 돌파 기대를 높였지만 22일 환율쇼크로 976.46으로 마감 23일은 968.41를 기록하며 숨고르기를 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대통령 취임 2년차에 주가가 1000을 돌파한다’는 설을 맞추며, 지수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 두돌에 1000을 넘겼다. 이는 지난 2000년 1월 11일 1005.87을 기록한 이후 5년만의 일이다.


한국증시가 1000을 돌파한 것은 과거 세차례. 모두 대통령 취임 2년차에 이뤄졌다.
첫 번째 1000돌파는 89년 3월 31일로 노태우 대통령 취임 2년차 때 1003.31을 기록했다. 당시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로 시중 자금이 풍부했고, 적극적 북방외교로 남북관계도 안정됐다. 이란·이라크 전쟁 종식이란 호재와 유가, 국제금리, 달러화가치 등도 이상적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89년 주가가 1000선에 머문 기간은 4일 정도. 4년간 지수가 77%나 상승한데 따른 피로감 누적과 주식공급물량 증가로 수급불균형이 초래 되는 등 곧 하락했다. 그래서 이때를 ‘4일 천하’라고 부른다. 90년 걸프전 발발로 688.28까지 급락한 적도 있다.


두 번째 돌파는 김영삼 대통령 취임 만 2년 전인 94년 9월 16일로 1000.8포인트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전환, 실물경기 회복,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 등으로 가능했다. 당시 주가의 고점은 같은해 11월로 1138.75를 기록, 10000선 지속기간은 90일이었다.
그러나 체감지수 500이란 말이 나돌만큼 주가는 우량주 중심으로 차별화됐고, 거품 주식이 수두룩했다. 경기도 상승기라기 보다는 과열조짐을 보이는 정점에 도달했다. 결국 95년 연초 주가는 1000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한국경제는 IMF를 맞게 된다. 97년 지수는 끝없이 추락해 379.31을 기록하기도 했다.


세 번째 1000선 돌파는 김대중 대통령 취임 2년 이내인 99년 7월 7일이다. 이날 주가는 1005.98를 기록했고, 해를 넘겨 2000년 1월 1059.04를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상승세는 기업의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사상초유의 저금리, 벤처돌풍, 경기회복 등이 이끌었지만 2000년 벤처와 IT거품론의 부각으로 하락했다. 이때 코스닥의 하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고 증시를 불신하는 풍조가 생겨나 오늘까지도 후유증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세차례 1000돌파에 대해 “국내 경제의 고성장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전환에 힘입어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장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2005년 증시의 1000돌파는 저성장, 저금리 속에 국내 기업에 대한 가치 재평가에 의해 주도됐다”며 “불황기에도 국내 기업이 재무구조개선과 핵심역량 강화로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경기수축국면 말기에 주가 상승이 이뤄져, 내수회복이 더해지는 경기확장 국면 진입시 주가가 한층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곧 이 말은 1000선 돌파 후 한국증시가 한단계 ‘레벌-업’ 돼, 네자릿수 장을 다져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숨고르기는 있고 1000선 안착과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충족되어야 할 조건들이 있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3~4개월간 매물소화과정이 진행될 것”이라며 “1000안착을 위해서는 잠재적 매물, 외국인의 차익실현이라는 두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펀드 자금 유입, 연기금 매수세와 외국인 차익실현 미착수에 따른 유동성 랠리로 지수가 상승했다면 이젠 기업의 이익모멘텀을 바탕으로 ‘펀더멘탈 랠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해 3·4월에 발표되는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과 내수회복, 수출호조 가설 등이 기대만큼 맞아줄 때 1000선을 넘길 것”이라고 전했다.
김세중 동원증권 스트래터지스트는 “이번 장은 누르는 힘이 약하고 밑에서 받히는 힘이 강하다”고 표현하며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950선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3월 중 1000선을 돌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악재로 등장한 달러약세, 유가 상승은 악재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파급력은 과거만큼 강하지 않다. 현재 적립식펀드·주가연계증권·변액보험 등의 간접투자상품에 유입되는 자금이 탄탄한 수급조건을 만들어, 충격을 완화해 준다.
추가 상승은 기업실적과 내수경기 회복이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위원 “삼성전자 등 IT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에 지수가 1000선 직전까지 올랐다. 그러나 IT업황이 강하게 반등하고 삼성전자 비중이 커져야 지수가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은 2분기부터 본격적인 지수 상승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고, 대신경제연구소는 하반기 1000포인트 안착, 최고지수는 1200선을 예상했다. 메리츠증권은 4~5월경 1100포인트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증권사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박천웅 모건스탠리증권 상무는 “한국증시의 재평가는 이미 궤도에 올라 향후 3년안에 ‘코리아 디스카운트(할인요소)’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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