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단골손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배임’ 논란
‘공정위 단골손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배임’ 논란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0.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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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코스비전 600억 대출에 담보 없이 정기예금 무상지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배임 논란에 휩싸였다. 자회사가 자금을 대출받는데 그룹 주력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예금을 담보로 은행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배임의 소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 계열사 부당지원 제재
지난 6일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이 예금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계열사인 코스비전이 저리로 시설자금을 차입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2015년 코스비전은 공장 신설을 위해 자금 대출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 감소와 현금흐름 악화 등으로 사실상 자력으론 금융기관 차입이 어려웠다.

그러자 아모레퍼시픽은 코스비전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시설자금을 차입할 수 있도록 자사가 보유한 우리은행의 750억원 상당의 정기예금을 무상으로 담보로 제공했다. 이로 인해 코스비전은 2016년 8월부터 1년간 산업은행으로부터 시설자금 600억원을 1.72~2.01% 금리로 총 5회에 걸쳐 차입한다.

해당 금리는 코스비전의 개별정상금리(산업은행이 담보조건을 신용조건으로 변경할 때 제공 가능하다고 코스비전에게 제안한 금리)인 2.04~2.33%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낮은 금리 적용에 따른 수익은 1억3900만원이다.

APG(아모레퍼시픽그룹)이 자회사 코스비전의 시설자금 차입에 담보를 제공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APG(아모레퍼시픽그룹)이 자회사 코스비전의 시설자금 차입에 담보를 제공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는 "코스비전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100% 자회사인 만큼, 결과적으로 (아모레퍼스픽그룹의 최대주주로서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서경배 회장 등 총수일가에게 혜택이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과 공정위의 악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에만 3번이나 공정위의 과징금 등 처분을 받았다. 사유도 다양하다.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남용으로 과징금 5억원, 표시광고법상 표시광고 미흡으로 과징금 45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밖에 기업집단 공시규정 위반으로 800만원의 과태료를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한다. 앞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배임 혐의도 제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아모레의 지주회사이다. 서경배 회장(53.90%), 서송숙(0.12%), 서민정(2.93%) 등 총수일가가 절반이 넘는 지분 56.95%를 보유하고 있다. 완벽하게 수직 계열화된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서 회장 일가가 있는 것이다. 그룹 전체의 이익이 지주회사를 거쳐 결국 서 회장 일가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주회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계열사에 아무런 담보를 제공받지 않고 자사가 보유한 우리은행의 750억원 정기예금을 무상으로 담보 제공한 것과 관련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코스비전을 지원한 것이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한다. 그룹 내 한 회사가 부실해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회사가 자금 대여 등 지원을 하면 지원 주체인 회사의 이사가 상법 및 형법 등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 2012년 7월 12일 선고(대판 2009도7435)한 판결문을 통해 부실 자회사에 대한 무담보 대출은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대여해 줬다면 그와 같은 자금 대여는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 회사에 대해 배임 행위가 된다”고 했다.

이어 “회사의 이사는 단순히 그것이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으며, 이런 이치는 그 타인이 자금 지원 회사의 계열 회사라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이렇게 판결한 이유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주식회사는 다른 회사로부터도, 대주주로부터도 독립된 하나의 인격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규모 기업집단이 주식회사 제도를 적극 이용하고 있는 이상, 그 집단이익이라는 것도 계열회사 각각의 이익과 상충되는 범위에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계열회사의 이익과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보호하기 위해 배임죄는 그룹 소속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적용된다

손해를 감수하고 부실한 계열회사를 지원한 경우 이를 결의한 이사는 선관주의의무(善管注意義務) 위반 내지 임무를 게을리 했으므로 인해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상법 제399조) 또는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의 책임을 질 수 있다. 

배임 논란과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배임에 해당되는지는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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