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드라마 진출하고 싶어,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겨"
"쉴때 많은 작품보고 배우기 위해서 노력중"
현대무용으로 대중의 시선을 끌어모았던 한 남자가 있다. 2013년 댄싱나인에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던 무용수 한선천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남자 무용수에 대한 인식을 뒤바꾼 그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 <컨택트> <킹키부츠> 등에 출연하며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연말 뮤지컬 <안테모사>를 통해 안무감독으로 데뷔했던 한선천은 2020년 2월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 위로 돌아왔다.
뮤지컬 <432Hz>는 음악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아가 삶의 의지를 찾게해주는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한선천은 탭댄서 '주민혁' 역할을 맡았다.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반갑습니다. 현대무용수 겸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한선천이라고 합니다. 현재 뮤지컬 <432Hz>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Q. 올 초 뮤지컬 <안테모사>에서 안무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래서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A. 사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운이 좋게도 안무 감독으로서 데뷔할 수 있었죠. 이번 작품은 사실 초연 때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그때 스케줄이 안돼서 못했었거든요. 이번에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오디션을 보고 통과해 참여할 수 있게 됐죠. 작품에 대한 욕심은 끊이질 않는 것 같아요. 저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믿음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Q. 맡은 배역은?
A. 제가 맡은 배역은 민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댄서예요. 친구에 대한 우정과 '탭'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죠. 실제 제 모습과 비슷한 면이 많았어요, 준비하면서도 과거에 제 친구들과 있었던 경험도 떠오르고 제 자신을 제가 바라보면서 연기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Q. 어려웠던 점은 없었을까
A. 극 자체가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감정 스위치를 빨리 바꿔야 하는 지점이 어렵더라고요. 연기적인 부분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민혁이라는 인물이 돼서 자서전을 써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조금 더 민혁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수도 있었고, 안 보이던 부분들도 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민혁이 친구를 잃었을 때 어떤 감정이었을까, 의지하던 친구를 잃고 나서 느끼게 될 수밖에 없었던 죄책감과 후회 등 여러 감정들을 최대한 공감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Q. 탭댄스는 배웠던 걸까
A.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웠어요. 해보니까 생각보다 어렵긴 했는데, 아무래도 같은 계열에서 쌓아왔던 게 이따 보니까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도 금방금방 습득하고 소화한다고 해주시더라고요. 무용적인 부분들에 있어서는 저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게 탭을 출 때엔 제가 가지고 있는 색깔을 넣으려고 하면 할수록 꼬이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소리를 내야 하는데 생각처럼 소리가 안 들린다던가, 박자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노래가 깨지더라고요. 탭이 드럼 비트처럼 일정 박자들을 맞춰줘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정확한 소리를 내기 위해 시간을 쏟았다면 지금은 이 소리들에서 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고 있어요.(웃음)
Q. 탭댄스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려 하나
A. 일단 탭댄스가 아니라 '탭'이에요. 이번 작품에 나오는 안무는 탭 마스터 선생님이 짜주신 거죠. 제가 탭을 마스터님만큼 하지는 못하지만 제가 정말 버스킹 자리에서 탭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공연에 올라가고 있어요. 관객들에게 제가 공연을 즐기고 이만큼 이 탭을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최대한 긴장하지 않고 마지막 공연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Q. 공연에 올라가기 전에 많이 긴장하는 편일까
A. 공연이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사실 무용은 떨리는 걸 숨기기 쉽거든요.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가 먼 부분도 있었지만 움직임으로 커버가 되거든요. 그런데 연극이나 뮤지컬은 대사들은 목소리가 떨리면 바로 드러나잖아요. 그래서 무대에 올라가기전에 허벅지를 때리고 무대에 올라가요. 허벅지를 왜 때리냐고요? 혈액순환되라고요.(웃음) 무용수 할 때부터 습관처럼 굳어져온 거예요.
Q. 이번 작품에서 네 명의 배우가 같은 역할을 맡았다.
A.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이 모두 다 자기만의 성격이 섞여있는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저는 여린 느낌을 가지고 있는 민혁인 것 같아요. 원래 성격이 조금 여린 편이거든요. 세심하고 섬세해요. 그래서 처음 보는 분들은 조금 차갑다고 느낀다고들 하는데 친해지면 완전 반대로 애교 부리는 스타일로 바뀌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지오라는 친구한테 더 애교 부리고 다가가고 있죠.
Q. 작품 속 민혁은 하늘이라는 인물을 통해 지오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A. 제가 생각했을 때 우리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예요. 하늘과 민혁의 관계, 지오와 민혁의 관계가 겹쳐지는 부분이거든요. 제가 맡은 민혁은 하늘의 이야기에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난 정말 힘든데, 이 사람이 지금 나한테 장난치나? 아니면 나를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또 이용하려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민혁에게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로 이용하려고 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하늘이 말을 하면 할수록 벽을 쌓았던 것 같아요. 사실 연습할 때도 민혁이가 너무 착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어요. "얘는 왜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까?"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더라고요.
Q. 민혁이는 항상 탭슈즈가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다녔다. 탭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을까
A. 민혁을 처음 설정했을 때 아버지도 안 계시고 엄마밖에 없는 어려운 가정환경을 가장 처음 설정했어요. 그 안에서 엄마가 처음 보여준 영화가 탭댄스 영화였던 거죠. 탭을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영화를 백 번, 이백 번 되돌려 보면서 탭이라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치유하는 도구, 수단이 됐다고 봤어요. 지오를 만나 버스킹을 할 때도 그가 작곡하고 노래를 하면서 말을 걸면 전 탭으로 그에 질문에 답을 했다고 생각해요. 민혁에겐 의사소통과도 같은 거죠. 그래서 친구를 잃고 나서도 쉽게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없게 된 거죠. 이걸 버리는 거 자체가 나 자신을 버린 것과 같거든요. 그래서 쉽게 포기할 수 없었죠.
Q. 연기와 노래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 같다.
A. 맞아요. 정말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쉴 때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공연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연기로 인정받고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나 영화 쪽으로도 발을 넓히고 싶어요. 사실 무용을 하다 보니 몸으로 표현하는 건 나쁘지 않은 편이거든요. 그런데 몸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연기에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나 대사, 딕션에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A. 두홍 역의 최유찬 배우님이랑 처음 연습할 때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었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그냥 같이 서있기만 해도 웃기더라고요. 모든 장면에 함께 서는 게 웃음 참기 챌린지를 하는 것처럼 웃음을 참느냐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사실 첫 공연을 유찬 배우님이랑 했었거든요.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의 관심이 한선천이 웃음을 참을 수 있느냐였어요.(웃음) 그래서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 최대한 눈이 안 마주치려고 했죠. 마무리까지 잘했어요.
Q. 지오가 떠나고, 남겨진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A. 이번 버전에서는 마지막 씬이 하늘이랑 두홍이랑 같이 버스킹 하는 장면으로 끝나거든요. 같이 버스킹 하면서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Q. 뮤지컬 <432Hz>의 매력은?
A. 따뜻함과 치유가 아닐까 싶어요. 뮤지컬 <432Hz>는 자극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고, 모든 관객분들이 정말 편안하게 볼 수 있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인 것 같습니다.
Q. 공연을 못 본 관객들에게 공연 소개를 해보자
A. 우리 공연은 정말 볼거리가 많습니다. 노래와 악기 연주, 탭 등 다양한 장르가 들어가 있는 작품이면서, 재미있기 때문에 공연을 많이 안 보셨던 공연 입문자들이라면 정말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재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