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구도 '흔들' CJ그룹, 女權시대 열리나
승계구도 '흔들' CJ그룹, 女權시대 열리나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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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이선호 부장 '마약 스캔들'로 승계구도 흔들...
'꾸준한' 경영 성과 내보이는 장녀 이경후 상무
아카데미 휩쓴 '기생충', 이미경 부회장 경영 복귀 '신호탄' 될까

CJ 그룹의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아카데미와 칸 영화제를 휩쓴 영화<기생충>을 만든 이미경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상무가 후계 구도 변화에 우뚝 섰다.

좌측부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CJ ENM 이경후 상무

CJ 그룹의 이재현 회장은 지난 몇 년간 자신의 자녀들에게 주식을 승계해 왔다. 그는 앞서 지난 2014년에는 CJ제일제당 부장인 아들 이선호에게 253억 원어치의 CJ 올리브 네트웍스(비상장 추정 가치- 당시 주당 17만 원선)의 주식 14 만 9000주(11.3%)를 증여했다.


이후 2015년에는 장녀 이경후 CJENM 상무에게는 135억 원어치의 CJ 올리브 네트웍스의 주식 5만 9867주(4.54%)를 증여했다. 이때 이선호 부장에게도 동일한 5만 9867주(4.54%)를 추가 증여했다. 이때 당시의 증여 가치를 추정하면 주당 22만 5700원이다. 당시 두 남매에 각각 135억 원씩을 들여 지분을 증여한 셈이다.


그리고 2019년, 지난해 CJ 올리브 네트웍스는 인적분할을 통해 IT 부문과 올리브 영 부문으로 분리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CJ 올리브 네트웍스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는 주식 교환을 통해 CJ 주식을 받게 된다.


업계에선 이번 인적분할에 대해 재벌가의 지분 승계를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CJ 올리브 네트웍스는 앞서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이 주식을 증여받아 2대, 3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는 곳이며 회사는 CJ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CJ 올리브 네트웍스의 전신은 2000년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CJ 드림 소프트였다. 이후 그룹의 IT 시스템 개발과 유지 보수 용역을 맡아왔으며 IT 부문의 매출 80%를 그룹 계열사를 통해 벌어왔다.


CJ 올리브 네트웍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2014년 화장품 판매회사 올리브 영을 흡수합병해 회사 이름을 기존의 CJ 드림 소프트(CJ 시스템즈)에서 CJ 올리브 네트웍스로 바꿨다. 이를 통해 CJ그룹 계열사에서 받는 일감 비중을 80%에서 20%로 낮췄다.


그런 가운데 CJ 주식을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이 얻게 되면서 차기 대주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던 찰나 CJ제일제당 이선호 부장이 해외 마약 밀수에 엮이면서 CJ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CJ 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차기 회장으로 꼽히고 있던 이선호 부장이 해외에서 마약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숨겨 들어오다 공항 세관에 적발되며 상황이 뒤바뀌었다. 마약류 밀반입 혐의가 인정되면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경후 상무는 CJ ENM 브랜드 전략팀에 발령받으며 경영 전선에 뛰어든 이후 꾸준한 성과와 우수한 업무능력을 보여주고 있어 차기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한편, 지난 201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영화 <기생충>의 호재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미경 부회장은 영화 <기생충>에 책임 프로듀서로 이번 영화와 봉준호 감독 등 창작진과 출연진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지난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Cannes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 참석한 영화 <기생충> 제작진과 출연진을 격려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 시상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경영에서 손을 떼고 미국으로 넘어갔던 이미경 부회장은 그동안 미국에서 CJ ENM 관련 문화 행사에 참여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에 책임프로듀서(CP) 자리에 오르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밝히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을 비롯해 골든글로브 자리에 <기생충>의 출연진들과 함께 자리해왔다.


그리고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여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옆자리에 앉아 영예의 순간을 함께했다. 그리고 시상식의 데미를 장식한 최우수작품상에 <기생충>이 수상 받자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는 "기생충을 지지하고 사랑한 모든 사람에 감사한다. 내 남동생 이재현(CJ그룹 회장)에게도 감사하다"라며 "한국 영화를 보러 가주시는 분들 모두가 영화를 지원해 준 분들이다. 그분들은 주저하지 않고 저희에게 의견을 바로바로 말씀해주셨다. 그런 의견 덕에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고 계속해서 감독과 창작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나는 봉준호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미소, 트레이드 마크인 헤어스타일, 광기, 특히 연출 모두를 좋아한다. 그의 유머감각을 좋아하고 그는 정말 사람을 재미있게 할 줄 안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남동생인 이재현 CJ 회장에게도 말을 덧붙였는데, 그는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언제나 우리가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라고 소감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로 이날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 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의 새 역사를 썼다. 아카데미 역사상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기는 <브로크백 마운틴>과 <라이프 오브 파이>으로 수상한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당시 리안 감독의 작품 두 편은 모두 영어로 제작됐기 때문에 이번 수상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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