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의 파장이 커지면서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라임펀드 최대 판매사가 대신증권이어서다. 아직 피해규모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신증권의 관리 감독책임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신증권의 실적도 좋지 않아 이 회장의 고민은 커질 전망이다.

대신, ‘라임펀드’ 최다 판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라임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회사는 대신증권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은 우리은행보다도 1천억원 이상 많은 1조 1700억원(2019년 7월말 기준)을 판매해 전체 판매 잔액 5조7000억원의 20%가 넘는 규모다.

문제는 대신증권 판매액 가운데 약 1조원 정도가 ‘반포WM센터’라는 특정 지점을 통해 팔린 점이다. 이 중 2000억원 가량은 반포 일대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됐고, 나머지 8000억원 정도는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투자자 판매액 중 400억원은 환매되고 약 1600억 원이 미상환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반포WM센터’ 센터장인 장모씨가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장씨가 ‘라임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친밀한 관계를 가져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라임이 사모펀드 수익률을 높게 관리하기 위해 ‘돌려막기’ 등에 나섰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장씨는 투자자들을 설득하는데 나섰다. 라임 펀드는 안전하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환매하지 않도록 5일에 걸쳐 세미나를 열은 것이다. 주요 의혹에 대해서 조목조목 부인하는 설명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장씨의 이러한 해명을 들은 대다수 투자자는 중간에 돈을 빼지 않았다고 한다. 환매를 중단한 라임 펀드 1조 6000억원 가운데 약 1300억원이 이 지점에서 판매됐다.

현재 장씨는 지난해 9월 갑작스레 회사를 그만둔 뒤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이직했다. 이직 당시 대신증권 고객의 라임펀드의 자산 약 900억 원도 함께 옮겨왔다. 이 금액은 추후 환매 중단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실제 라임 판매액은 692억원이다. 나머진 설정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개인투자자 판매액에만 한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금감원은 이들 펀드에 묶인 돈이 1조5587억원, 전체 계좌수는 4096개, 이중 개인 투자자수는 3606명(9170억원)으로 집계했다.

경영진 책임론 대두되나
라임사태와 관련해 회사측 대응을 묻는 질문에 대신증권 관계자는 결과가 나와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 실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라임의 펀드 중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3578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신증권의 판매액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대신증권의 상근 등기임원은 이어룡 회장과 아들 양홍석 사장, 그리고 대표이사 직무대행인 오익근 부사장이다. 나재철 전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되면서 회사를 떠났다.

대신증권의 분기보고서(2019년 9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상근 등기임원 3인의 보수총액은 36억 2600만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2억 900만원으로 나타났다. 책임소재 추궁은 별도로 하더라도 10억원대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경영진이 도의적 책임은 져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원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