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사상 첫 분기손실, 손정의 "쿠팡 투자 멈추지 않을것"
소프트뱅크 사상 첫 분기손실, 손정의 "쿠팡 투자 멈추지 않을것"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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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재무 전문가 세명 영입… 나스닥 상장설·매각설 관심↑
손정의 회장, "비전펀드 투자 멈추지 않겠다" 의지 밝혀

소프트뱅크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손실을 기록하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SVF)를 통해 전 세계 IT밸트 조성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3분기 14년 만에 첫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손 마사요시) 회장은 최악의 실적에도 투자 전략 변경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국내 온라인유통시장 1위인 쿠팡에 30억 달러(한화 3조 5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만큼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쿠팡을 비롯해 차량공유 '우버(Uber)'에 93억 달러, 반도체설계 'ARM' 80억 달러, 사무실공유 '위워크' 44억 달러, 그래픽처리장치(GPU) '엔디비아' 40억 달러 등을 투자했다. 그러나 투자하는 업체들이 연이어 위기의 상황에 놓이고 있어 위기설이 끊이질 않고있다. 한국증권신문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쿠팡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뒷사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연이은 악재에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 대한 위기설이 하나둘 제기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44억 달러(한화 5조 1330억원)를 투자했던 사무실을 공유하는 '위워크'가 상장에 실패했고, 93억 달러(한화 10조 8493억)을 투자했던 차량공유서비스를 지원하는 '우버'가 순손실 11억 6200만 달러(한화 1조 3555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가지고 있던 엔비디아를 전량 매각하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국내 기업 쿠팡이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미국 전문가 영입 쿠팡의 속내는?

쿠팡은 최근 미국계 인사들을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현재 영입하고 있는 인물들이 대부분 대기업 출신 재무 전문가라는 점에서 나스닥 상장이나 매각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일 쿠팡은 나이키와 월마트, 딜로이트 출신 재무 전문가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영입했다. 파커 CAO는 쿠팡 합류 직전 나이키에서 부사장으로 재임하며 외부 회계감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를 담당한 전문가다. SEC는 미국 증권 업무를 관리·감독하는 최고기구로,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들은 SEC에 기업공개(IPO·상장) 신청서를 제출해 심사받아야 한다. 파커 CAO는 앞서 월마트에서 근무하며 부패 방지용 재무 통제 시스템을 도입했고, 그보다 앞서는 딜로이트 뉴욕 본사에서 감사 서비스 시니어 매니저 등을 역임하며 12년간 일해왔다. 

쿠팡의 거물급 해외 인사 영입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월마트 부사장을 지낸 법률 전문가 제이 조르겐센을 법무·컴플라이언스 최고책임자로 영입했다. 지난 10월에는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모회사 쿠팡LLC의 새 이사회 멤버로 고용했다. 워시 이사는 2017년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이후 의장 후보로 거론되던 금융계 거물이다. 그는 연준 이사 시절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걸쳐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의 대표단으로 활약했고, 연준 이사회를 대표해 아시아 신흥 및 개발국 경제특사로도 임명된 바 있다. 미국 대통령실 경제정책 특별보좌관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수석보좌관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잇단 해외 인사 영입이 나스닥 상장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물음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누적된 적자로 신규 투자가 시급한 쿠팡이 자금 수혈을 위해 나스닥 상장을 서두른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쿠팡은 2017년 6389억 원, 2018년 1조 97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거듭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한국 시장 이해도가 높은 로컬 인사보다 미국 증시와 재무상황을 잘 아는 해외 전문가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 영향력을 활용해 쿠팡의 상징성과 신뢰도를 끌어올려 더 유리한 방향으로 나스닥 상장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포럼에서 연설할 때 행사장이 텅텅 빌 만큼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라며 "만년 적자 쿠팡에 추가 투자가 가능하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투자 유치가 시급한 상황에서 미국 재무전문가들을 잇달아 영입하는 건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고 했다. 

쿠팡 매각설 제기, 전문가 '매력없는 매물'

한편으로는 매각설도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이커머스 기업들은 11번가와 이베이코리아 이외에 대부분 적자를 보는 상황으로, 영업손실이 1조 원을 넘어서는 쿠팡을 인수할 만한 상황이 못 된다. 앞의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 중에는 쿠팡을 인수할 만한 후보가 없는 반면 아마존은 한국에 진출하지 않고 있으니 매각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거물급 인사 영입 주체가 소프트뱅크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로켓배송 등으로 유통업계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혁신성은 인정할 만하지만 시장점유율이 10%도 채 안 되는 기업이 미국 거물급 인사를 영입하기란 상식적으로 쉽지 않다. 또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 위주로 소프트뱅크의 자산 상각 계획이 보도되는 등 비전펀드가 손실이 나자 부실기업에 대한 자산을 빼내고 있는 상황이다. 매각이든 상장이든, 투입한 투자자금을 효율화하기 위해 쿠팡 내부 사정과 실상을 면밀히 파악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이다.

상장이든 매각이든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란 시각도 있다. 비전펀드 투자기업의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아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앞의 IB업계 관계자는 “위워크 상장도 무산된 마당에 그보다 규모가 작고 흑자전환도 못한 쿠팡이 상장하기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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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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