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 뻗은 대숲 속 채옥의 숨결이…
쭉 뻗은 대숲 속 채옥의 숨결이…
  • 공도윤 기자
  • 승인 2003.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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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다모’가 지난주 종영됐다. 하지만 회오리검법을 다시 못 봐도 상심할 필요는 없다. 가슴에 ‘어퍼컷’을 날렸던 추억의 명장면들이 길가에 남았으니까. 헌팅된 촬영지만 20여곳. 다모 촬영지를 찾겠다는 열성팬들의 관심이 드라마 종영 이후에 증폭되고 있다. “폐인들이여! 아프지 마라.” 다모의 찡한 장면을 곱씹는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노을 지는 바닷가. 두 남자 주인공의 마지막 칼싸움. 채옥(하지원)의 절규…. 시청률 24.2%를 기록했던 마지막회 때 다모폐인들은 갈음이 해수욕장(충남 태안군)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곳 촬영신은 계속되는 흐린 날씨 때문에 사흘이나 걸려 완성됐다. 장성백(김민준)과 황보윤(이서진)의 마지막 결투. 죽어가는 황보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채옥의 모습이 가슴 찡했다. 황보윤의 피와 채옥의 눈물이 아직도 갈음리 모래 해변에 남았다. 그 바닷가 노을과 나무숲이 왠지 눈에 익숙하다. 갈음이 해수욕장에서 먼저 사랑을 속삭였던 주인공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이병헌)와 태희(이은주)였다. 쇼스타코비치 왈츠 모음 2번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두 연인은 해변 소나무숲에서 춤을 췄다. 갈음이 해수욕장은 해송과 한적한 모래해변이 어우러진 태안의 으뜸 휴식처다. 장성백 채옥의 죽음과 마지막 포옹을 담은 라스트신은 경기도 화성군 어섬에서 찍었다. 어섬은 ‘다모’의 단골 촬영장소였다. 촬영 스태프들이 3차례나 이곳을 방문했다. 드라마 중반 황보윤과 채옥이 결투를 벌였던 벌판도 이곳 어섬이었다. 공중에서 내려찍은 토포대 무리의 추격장면은 드라마의 첫 회와 마지막 회를 웅장하게 장식했다. 비 온 뒤 질척한 땅에서 촬영하기 위해 경운기,트랙터가 총동원됐다. 달리던 말이 ‘NG’에 지쳐 발목이 부러지기도 했다. 어섬은 초경량 비행기들이 뜨고 내리는 항공레포츠의 천국. 추격장면 역시 헬기가 아닌 초경량 비행기를 이용했다. 어섬은 시화호 개발과 함께 갯벌을 간척해 들판이 된 곳으로 인근에 제부도가 자리잡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죽어가는 장성백과 채옥 위에 놓였던 옷고름을 보았는가. 열성팬들은 채옥의 옷고름이 나온 또 다른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채옥과 장성백이 갇혔던 동굴. 하지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던 곳이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일현리 일광동굴이다. 촬영스태프는 일광동굴을 찾기 위해 가장 힘든 품을 팔았다. 국내 미개발 동굴들을 파악한 뒤 공중에 작은 구멍이 뚫린 곳을 찾아야 했다. 밀폐된 동굴에 가느다란 햇살이 드는 동굴에서 채옥의 옷고름은 장성백과 채옥이 오누이임을 암시하는 복선이 됐다. 길이 1㎞ 일광동굴 안에는 종유석과 바둑판이 그려진 높이 6m의 석판이 남아 있다. 제작진이 압권으로 꼽는 곳은 첫 회 채옥과 장성백의 대나무 결투가 펼쳐진 전남 담양 소쇄원 대나무숲이다.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장면으로 주윤발이 영화 ‘와호장룡’에서 보여준 대나무밭 격투신에 버금가는 신비로운 광경이 연출됐다. 처음 찍는 와이어 신을 위해 스태프들은 대나무를 끊임없이 흔들어야 했다. 이 밖에도 쭉쭉 뻗은 대나무밭 사이를 달리는 군사들의 멋진 장면이 이곳 소쇄원 대나무숲에서 촬영됐다. 소쇄원은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한국 정원으로 영화 ‘청풍명월’의 격투신을 담아내기도 했다. “아프냐” “아프지 마라”. 다친 채옥 옆에서 황보윤이 매화꽃을 배경삼아 건넨 말은 다모의 최고 명대사가 됐다. 이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전남 광양의 청매실 농원이다. 매화가 흩날리는 지난 5월 다모폐인들이 ‘넘버 1’으로 꼽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다. 베스트 신을 위해 농원에 놓여 있는 수로 파이프들이 일일이 철거됐고 매화꽃잎이 부족해 흰 종이가 섞여 날렸다. 청매실 농원은 국내 최대의 매실산지로 섬진강변에 위치했다. 그리고 보너스. 하지원의 속살을 음미하고 싶다면 충북 괴산으로 달려야 한다. 옷을 벗고 목욕하는 충격 장면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에서 비밀리에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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