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43화 - 입사 두 달에 총괄 전무승진
[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43화 - 입사 두 달에 총괄 전무승진
  • 최남일
  • 승인 2019.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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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지는 기자들을 완전히 설득 시키는데 성공했다.
이튿날 아침 신문에 영종그룹에 관한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났다.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수출품목을 개발했다는 기사였다. 회장, 사장은 물론 그룹 내의 모든 간부들은 입이 딱 벌어졌다.
이 일로 해서 레저산업 추진업무는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고, 마침내 영종레저라는 회사가 탄생하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 주식회사의 총괄 전무이사에 조민지가 발탁되었다는 것이다.
인사가 발표 되자 회사가 발칵 뒤집어졌다. 제일 먼저 축하 전화를 해 준 사람은 여영진 수석 연구원이었다.
“총괄 전무님 승진 축하합니다.”
“여 박사님 고맙습니다. 제일 먼저 전화 주셨네요.”
“그렇습니까? 다른 것에 일등하고 싶었는데...”
“다른 것이라뇨?”
“전무님 침대에 초대되는 첫 남자.”
조민지는 좀 지나친 농담에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머뭇거렸다.
“제가 영종 그룹 상남자, 힘 좋은 남자 아닙니까? ㅋㅋㅋ.”
조민지는 이럴 경우 농담으로 받아준다면 같은 부류로 취급당할 것 같았다. 더구나 지금은 총괄 전무이사라는 경영진의 일원 아닌가. 그리고 여 박사는 직급으로 보면 부장 급이니까 훨씬 밑에 있는 직원이다. 그러나 조민지는 속 좁고 유머도 모르는 딱딱하고 전형적인 임원으로 보이기는 싫었다.
“밤 침대입니까? 낮 침대입니까? 낮에는 성혜린 박사가 버티고 있으니 안 되겠고 밤에는 예약한 남자가 있어서 어렵네요. 유감입니다.”
“졌어요.”
여영진이 명쾌하게 대답했다.
“졌으면 제 부탁 하나 들어 주세요.”
“예. 뭡니까?”
“한국에서 스포츠 관련 기념품이 잘 팔리는 쇼핑 장 100개만 뽑아 주세요.”
“문제없습니다. 면세점도 포함 합니까?”
“물론입니다.”
“대신 내일 저녁 와인 한잔 사주세요. 따지고 보면 저도 전무님 부하 아닙니까? ㅋㅋㅋ. 연하의 섹시 상사.”
“알았어요. 낼 저녁 ‘이 풍진 세상’으로 나오세요.”
조민지는 그렇지 않아도 여영진과 술 한 잔 했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를 했는데 근사한 핑계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룹 내에는 축하 보다는 못마땅한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는데, 암평아리가 울고 다니니 회사가 망하지 않을 수 있겠어?”
“도대체 그 여자 물건에는 금테를 둘렀나 왜 모든 임원들이 그렇게 맥을 못 추지?”
“아니지. 그 여자 클리토리스는 다이아몬드 일 걸.”
“쓸데없는 소리. 여자 물건이 금붙이나 보석으로 만들어졌다면 너희들 거시기 모두 작살 나. 그냥 평범한 마누라 사타구니나 가서 핥으라고.”
“하하하.”
“ㅋㅋㅋㅋ...”
“그 여자 생긴 걸 좀 보아 남자 한둘 잡아먹게 생겼니?”
“야야, 뒷감당 못할 소리 하지 마. 이규명 대리처럼 대자보 쓰게 된다.”
“하여튼 난  여자야. 우린 사타구니에 달고 다니는 방망이 떼어버려야 돼.”
사내 이곳저곳에서 험악한 말들이 쏟아졌다. 인신공격의 한도를 넘어서 인격파괴에 까지 이르렀다.
입사 2년도 안된 20대의 여자가 아무리 새로 생기는 계열사지만 전무이사가 된다는 것은 정말 파격중의 파격이었다.
조민지 총괄 전무에게는 SM 5 승용차와 운전사가 제공 되었다. 그뿐 아니라 전속 여비서도 배치되었다. 발령 이튿날 아침 7시께 출근한 조민지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벽에 붙은 대자보를 보았다.
- 소위 총괄 전무이사라는 조민지는 해명하라.
이런 제목이 붙은 대자보는 터무니없는 모략이 나열되어 있었다.
입사 전부터 품행이 단정치 못한 것으로 소문난 조민지가 온갖 추한 소문이 나돌더니 마침내 불미한 수단으로 회사 고위층들을 함락시켜 유례없는 파격적 승진을 함으로써 회사의 질서를 어지럽힌데 대해 해명하라는 내용이었다.
조민지는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모략을 받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처럼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의욕이 꺾일 대로 꺾인 조민지는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사무실로 들어가 컴퓨터를 열었다.
노조 게시판에 대자보 보다 훨씬 악랄한 비방 글이 길게 올라와 있었다. 조민지는 일할 의욕이 전혀 나지 않아 맥을 놓고 앉아 있을 때였다.
새로 비서로 배치된 김유빈이 인터폰을 눌렀다.
“무슨 일이니?”
“강원그룹 백삼식 회장님 전화입니다.”
조민지가 수화기를 들었다.
“회장님 접니다. 조민지.”
“야, 조 전무 축하, 축하. 내 이런 날이 있을 줄 알았어. 오늘 점심시간에 사무실로 와.”
백삼식 회장의 목소리는 명랑하고 에너지가 충만했다.
“예. 회장님.”
“내가 선물 하나 줄 테니 예쁘게 차리고 와.”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조민지는 백삼식, 아니 박운혁(백삼식) 회장의 전화를 받고 기분이 좀 풀어졌다.
점심시간보다 훨씬 빨리 조민지는 박운혁 회장의 사무실로 갔다.
“회장님 저 왔습니다.”
조민지가 회장실에 들어서면서 방긋 웃었다.

“장한 우리 민지.”
박운혁 회장은 뛰어와 조민지를 덥석 안았다. 박 회장의 가슴이 자기 가슴에 와서 확 닿을 때 뜻밖에도 남자의 체취를 느꼈다.
“자 오늘은 옥상으로 올라가 비둘기들과 점심을 먹자.”
박 회장은 조민지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갔다.
“와아. 정말 아름다운 정원이네요. 서울 도심에 이런 정원이 있다니.”
조민지가 감탄했다. 옥상은 훌륭한 정원이었다. 조그만 연못을 둘러싸고 수
풀과 각종 꽃이 만발했다.
야자나무 아래는 조그만 식탁과 하얀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자, 여기 앉아요.”
박 회장이 조민지에게 권한 뒤 자신은 일어서서 문제의 피리를 꺼내 불었다.
몇 초나 지났을까? 수많은 비둘기들이 정원으로 날아들었다. 비둘기들은 질서 정연하게 물가에 들러 앉아 모두 박 회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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