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에 찾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28년만에 찾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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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도소 복역 중인 50대 이모씨... 경찰 “용의자 DNA와 일부 피해자 속옷 DNA가 일치”
인터넷 커뮤니티에 일주일 전 올라온 ‘용의자 신원 파악’글... 사실로 드러나

역사상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인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확인됐다. 이 용의자는 현재 50대이며, 유사한 범죄를 저질러 부산교도소에 무기수로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는 이씨 성의 50대 남성이라고 밝혔다.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의 모습. (출처=블로그 화면 갈무리)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의 모습. (출처=블로그 화면 갈무리)

 

반기수 경기남부청 2부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10차례 걸친 화성사건 가운데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용의자 이씨의 것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된 사건 10건 가운데 3건에서 나온 DNA와 이 용의자가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건의 살인사건 중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차(1990년 11월) 용의자의 DNA라는 것.

경찰은 DNA 결과를 토대로 부산교도소로 프로파일러를 보내 용의자 이씨를 조사했지만, 이씨는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부장은 “(이씨를) 조사 했는데, 부인하고 있다. 조사가 1회에 끝나는 게 아니다. 여러 범죄 사실이 있어 앞으로 계속해서 조사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확인된 유력 용의자 이씨는 지난 1994년 저지른 성폭행과 살인으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1993년 12월 18일 아내가 가출한 후 앙심을 품은 것으로 전해졌다.

1994년 1월 충북 청주 흥덕구 자신의 집을 찾아온 처제(당시 20세)가 마시는 음료수에 수면제를 타 먹인 후 잠자는 처제를 성폭행했다. 이후 범행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처제를 살해했다. 피해자의 시신은 집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유기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이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진 데다 뉘우침이 없어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며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사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에서 “성폭행 이후 살해까지 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됐다. 이후 무기징역수로 복역 중이다.

앞서 경찰은 올해 주요 미제사건수사팀을 꾸려, 기록 검토와 증거물 감정 등의 절차를 진행하다 DNA 분석과 대조를 의뢰하게 됐다고 밝혔다. DNA 분석 기술의 발달로 수십년이 지나도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것이다.

미제사건수사팀은 지난 7월15일 화성 사건 현장 증거물 일부의 DNA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 의뢰했다. 그 결과 교도소에 수감돼 있거나 출소한 전과자들의 DNA를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치하는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국과수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 기술, 특히 검사 시약이 최근 수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과거 DNA가 극소량만 검출돼 판별 불가 판정을 받고 보관 중이던 증거물도 새 시약을 이용한 재검사를 거쳐 판별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씨의 DNA가 나온 증거물은 피해 여성의 속옷 등 유류품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청은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미제사건수사팀과 광역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진술 분석팀, 법률 검토팀, 외부 전문가 자문 등 57명으로 수사본부를 꾸렸다.

경찰은 수사기록 분석과 당시 수사 인력을 포함한 사건 관계자 등을 조사해 특정한 이씨와 화성 사건의 관련성을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이씨가 진범으로 밝혀지더라도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1991년 4월 마지막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도 이미 2006년 4월 2일 만료됐기 때문이다. 살인죄는 2015년에야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여성 10명을 살해한 화성 사건은 국내 3대 미제사건 가운데 하나다. 피해자는 10대 중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있었으며, 범인은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흉기로 훼손하거나 이물질을 넣어 놓는 등 잔혹하고 엽기적인 행태를 보였다. 당시 전국적인 관심과 더불어 연인원 180만명의 경찰이 투입됐지만 수사 기법의 한계로 인해 끝내 미제로 남았다. 지난 2003년에는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주연의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제작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한편 일주일 이상 앞서 ‘용의자의 신원이 파악됐다’는 내용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일 DC인사이드 주식 갤러리에 올라온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지난 10일 DC인사이드 주식 갤러리에 올라온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지난 10일 오후 3시 반경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 진범 잡혔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순경 단 지 얼마 안 된 초급 경찰’이라고 밝힌 게시글 작성자는 “우리 경찰서 근처에 있는 교도소에서 난리가 났다. 십수 년 전 보관해 놨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진범 용의자와 (교도소 수감자의) DNA가 같아. 조만간 뉴스 뜨고 난리 날 듯. 오늘 (영화) ‘살인의 추억’ 봐야겠다”고 적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신원이 드러났다는 소식이 알려진 18일 이 게시글은 캡처 이미지 형태로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게시글 캡처 이미지를 온라인에 올린 누리꾼들은 ‘신기하다’, ‘내막이 궁금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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