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문지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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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IR협의회
  • 승인 200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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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기업의 경영전략과 시사점 ... I R활동 강화를 중심으로

엔론, 월드컴의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기업의 대형 분식회계 사태와 그 충격은 당사국인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기업에 대해‘투명성’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었다. 기업의 실적을 속여 자리보전과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려고 했던 최고경영자와 이를 알면서도 수수방관한 이사진, 그리고 이에 동조한 일부 증권회사와 회계감사법인 등이 합작한 어쩌면 자본주의가 낳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 셈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회계부정의 여파로 월스트리트가 몸살을 앓던 시기에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분식회계를 둘러싼 회계부정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미국에서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이라고 했다는 점이다.

많은 경영자가 합법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다가도‘正道’를 넘어서게 되고 결국‘도박’을 하게 된다고 지적하며“한때 경쟁력이 있었던 기업들도 자칫하면 이런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고 그는 담담히 말하고 있다. 결국 그의 이야기의 핵심은 완전한 자본주의 시스템은 한 번에 만들기 힘들며 기업가 역시 끊임없는 유혹과 싸워가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기업과 금융시장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話頭가‘투명성’이고 이를 위해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 최고경영진의 회계장부에 대한 서명의무화와 법적 책임 등 다양한 규정이 신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이미 과거에 비해서 더욱 엄격한 회계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러한 사회적 투명성 요구에 부응하여 기업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외부에 제공하는 I R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기업의 I R활동은 걸음마 수준에 있다고 보여 진다. 일부 기업의 경우 실적이 좋으면 각종 매스컴을 빌려 I R활동을 강화하다가도 실적이 나쁘면 변명으로 일관한다던지 무책임한 대응을 보인다던지 아니면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를 아직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고에서는 일본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소니와 마쓰시타의 상반된 I R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기업들의 I R활동에 대한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적시공시 미이행이 몰고 온‘소니쇼크’

올 초 2 0 0 3년도 실적예상에서 영업이익 2 , 8 0 0억엔, 1,800억엔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발표했던 소니의 실적 전망이 실제로 각각 1 , 8 5 4억엔과 1 , 1 5 5억엔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산을 발표한 다음날인 4월 2 4일, 소니주식에 대한 매도가 몰려 전일 3 , 7 2 0엔이었던 주가는 가격제한폭인 2 , 7 2 0엔까지 급락했다. 이것이 다른 전자기업주의 연쇄 매도를 불러일으켜 도쿄증시에 일대 혼란을 촉발시켰고 평균주가는 한 때 버블 후 최저치인 7 , 6 0 3엔 7 6전을 기록했다. 이른바 소니에서 시작해 전 증시를 마비시킨‘소니쇼크’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져서 소니의 주가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애널리스트는 소니의 정보공개에 문제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실적악화를 설명하는 한 마디의 말도 없는 상태에서 뚜껑을 열어보니‘도교증시의 룰( R u l e )’을 넘는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런 식이라면 리스크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여기서 말하는 ‘도쿄증시의 룰’이란 회사가 파악한 실제 실적과 연간 예상이 매출액에서 10%, 경상이익 혹은 당기순이익에서 30% 정도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인식한 단계에서 실적을 수정해 발표하도록 정한 ‘적시(適時)공시제’를 말한다. 이에 대해 소니측은“3월말 시점의 집계에서는 적시공시제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 숫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를 하면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발표를 미루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적시 공시가 I R의 철칙임을 들면서 소니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적시’라는 것은 실적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실을 회사가 인식한 시점을 말한다. 성의 있는 정보공개가 중요하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시장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 증권애널리스트 협회에서 실시한 성실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기업조사에서 세 번 모두 1위를 차지할 만큼 충실하게 I R을 하기로 유명한 소니도 결국 증권 애널리스트들과 기관투자자들에게 불신을 사게 된 것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도‘소니 쇼크’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되며 소니의 미래와 이를 이끄는 이데이 노부유끼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이데이 회장이 최악의 경영자(Worst CEO)에 꼽혔다는 점이 소니 임직원과 이데이 회장 자신에게는 참지 못할 수모였을 것이다. 소니는 올 초부터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하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소니는 이데이 회장이 말한 바대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히트상품을 통해 전 세계 전자업계를 선도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경쟁사와의 제품과 기술경쟁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회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소니도 실적악화에서 오는 부담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고 이를 어떻게 투자자들에게 알려야할 지에 대해서‘소니쇼크’라는 비싼 비용을 치루며 확실히 학습한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마쓰시타의‘슈퍼(Super) 정직’

‘슈퍼 정직’, 조금 우습게도 들리는 단어가 마쓰시타 사내에서 당연하게 쓰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 1년 사이의 일이다. 지금은 마쓰시타 직원이라면 누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기억하고 있는 마쓰시타의 용어가 되었다.

슈퍼 정직이란 용어를 탄생시킨 사람은 나카무라 사장으로, 1년전부터 입버릇처럼 사원들에게 말해왔다. 올 6월 2 9일 개최된 주주총회에서도 나카무라 사장은 스스로“슈퍼 정직한 회사를 지향한다”고 많은 주주들 앞에서 선언했다.
이 말에는 도대체 어떤 뜻이 담겨있는 것일까. 나카무라 사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늘 투명성을 유지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업행동의 기본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재빨리 정직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것을 알기 쉽게 사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슈퍼 정직한 회사가 되자’라고 주장하는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슈퍼 정직’이란 마쓰시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원이 꼭 되새겨야 하는‘기본적인 행동기준’으로 이해하면 좋을것이다.

그러나 슈퍼 정직이란 개념이 마쓰시타에게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창업자인 故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기업은 사회의 소유물”이라고 주장했고 그 근저에는‘본질적으로 기업은 특정 개인이나 주주의 것이 아니다. 그 사람들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이 전통적인 경영이념의 막강한 영향력은 마쓰시타 사내에서 매일 실시되고 있는 조회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사원들은 매일 아침 경영이념을 구성하는‘강령’과‘신조’그리고‘마쓰시타가 준수해야 할 7대 정신’을 소리 높여 제창한다. 해외에서도 지역에 따라 현지어로 번역된 것을 큰 소리로 읽는다. 시간으로 따지면 몇 분안되는 짧은 의식이지만 한 사원은“두루마리를 펼치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긴장된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듯 한 행사지만 계속함으로써 사원의 의식에 깊이 침투하게 된다.

정직하게 보인다는 점에서는 회사의 부정적인 정보공개도 예외가 아니다. 일례를 들면 2 0 0 2년 유해한 화학물질로 알려진 PCB(poly chlorinated biphenyl)에 의한 토양오염이 자회사 부지에서 발견되었을 때, 모든 사업소를 대상으로 토양오염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다른 공장에서도 오염가능성이 발견되었고 즉각 이 사실을 공표함과 동시에 폐기물을 파내고 토양을 정화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마쓰시타의 한 관련 임원은“부정적인 정보도 공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현장 담당자는 당당하게 일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앞에서 살펴본 소니와 마쓰시타의 I R사례는 몇 가지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첫째, 아무리 그 명망이 있는 기업이더라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정보 미공개 또는 불성실한 공개는 시장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둘째,I R이 단지 최고경영자나 I R담당부서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즉, 기업의 모든 임직원들의 기본자세와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I R이 외부 이해관계자들만을 주타겟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임직원들의 동기부여 및 결속력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사용되어 진다는 것이다. 넷째, I R은 특정일에만 하는 요란한 행사가 아니라 기업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매순간 자본시장에서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기업의 분기/연간실적이 초라할 경우 기업의 I R 활동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또한 기업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돌발적 사건이 발생하여 매스컴에 오르내린다면 최고경영자뿐만 아니라 I R을 담당하고 있는 임직원들은 낭패감이 들 것이다. 그러나 소니와 마쓰시타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당연한 것’에 대한 실천 여부가 관건이 아닌가 싶다. 기업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임직원들의 분명한 이해와 사명감에 바탕을 두고 사과할 점은 분명히 사과하고 오해가 있는 점에 대해서는 당당히 적극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경제 살리기’의 주역으로 기업의 역할과 활동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기업의 I R활동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또한 I R에 포함되어질 내용 또한 증가하는 추세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I R활동은 기업과 그 기업과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사회와의 신뢰성에 대한 약속임을 주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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