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동문서답 경제정책, 기업의 절박성 이해가 우선
[이원두 경제비평] 동문서답 경제정책, 기업의 절박성 이해가 우선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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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경제행보에 가속이 붙은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지난 7일 청와대서 가진 1세대 벤처기업인 7명과의 간담회는 상당히 깊은 뜻이 함축되어 있음을 본다. 우선 벤처기업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어쩌면 무례에 가까울 정도로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정책이 있을 때마다(나올 때마다) 시장 왜곡이 아난가 우려 한다.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달라’는 것을 비롯하여 ‘타국은 자국 기업보호를 위하여 강고한 울타리를 치고 있는 데 우리는 외국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 기업보호는 어렵게 되어 있다’며 역차별 시정을 요구한 것이라든지 ‘성장이 빠른 기업에 주 52시간 근무는 새로운 규제’라는 지적과 함께 핀테크 부문의 경우 각종 규제로 외국 투자 유치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나 같이 절박성을 띈 하소연이지만 가장 귀 아프게 들어야 할 대목은 ‘정부의 지원책이 나올 적마다 시장경제 왜곡이 아닌가 우려하곤 했다. 시장경제 건강성을 유지시켜 달라’는 대목일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현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의 기업지원 정책, 특히 벤처 지원정책의 기업인 당사자에게는 하나같이 ‘시장경제 왜곡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받아들인 것은 그만큼 강력한 ‘관 주도형’이었다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뜻한다. 우리 경제정책 패턴이 시장경제 왜곡의 위험성을 함축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라면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대통령의 경제행보가 속도와 깊이를 더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수뇌부와 경제부총재가 수장으로 있는 기획재정부의 경제인식이 너무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민주당은 ‘우리경제 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4위’라고 자랑했으나 36개 회원국 가운데 현 시점에서 지표를 발표한 나라가 4개국뿐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말하자면 4개국 가운데 4등 한 것을 소리 높여 자랑한 것이다. 또 기획재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수풀 소비 중심의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했으나 지난 1월 수출은 전년대비5.8%준 현실에는 눈을 감았다. 또 ‘청년 일자리는 고용률과 고용의 질이 나아지고 있다’를 비롯하여 저소득 가구는 2년 만에 소득이 증가세 돌아섰다는 것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전산업 생산증가율은 2000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인 1%에 머문 최악의 상황이다. 설비투자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 든 –4.2%를 기록했다. 현재와 장래의 경기상황을 진단하는 동행 선행지표 역시 7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기재부와 여당이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대통령의 경제행보에 속도를 높여 벤처기업인까지 만나고 있는 것은 ‘성장의 주된 동력을 혁신성장에서 찾고 있다’는 것과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운 부분을 듣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우리경제가 기재부나 여당이 보는 것처럼 OECD의 4위에 해당하는 성장력을 보여는 장밋빛이라면 굳이 대통령이 기업 현장의 고충을 들으려 나설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만약 현실이 장밋빛이 아니라면 대통령 경제행보에 발을 맞추지는 못할망정 정부와 여당이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정부나 여당은 경제에  관한 한 ‘동문서답’을 반복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다시 말하면 시장과 기업의 절박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말이 없다. 일부에서 대통령의 행보를 ‘쇼통’이라고 비양 거리는 빌미를 제공한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현 정부를 비롯하여 역대 정부의 경제정책은 개발시대의 관습―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잠재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잠재의식이 각종 규제를 양산하고 있으며 시대적 요구인 완화에는 극히 인색하거나 심지어는 여론에 밀려  완화한 다음에는 또 다른 규제를 신설하여 ‘완화한 구멍’을 막는다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특허기술이 관련된 경우에는 일감몰아주기 단속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하기 위해 입법예고까지 했다가 막판에 부처 간의 이견으로 ‘일단 없던 일’이 한 것은 ‘이른바 ‘규제 집착증’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 할 것이다.

누가 뭐라 하던 우리경제에는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여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큰 소리를 칠 것이 아니라 보다 진정성 있는, 그리고 민간주체의 절박성부터 이해하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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