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외압설’ 폭로한 신재민에 경제 전문가들 반박 이어져
‘청와대 외압설’ 폭로한 신재민에 경제 전문가들 반박 이어져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0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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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진 한은 본부장 “buy-back 채권시장 관심위한 것... 국가채무비율과 무관”
이완배 경제전문기자, “돈풀어 경기 부양은 재정학 기본... 경제학 어디서 배웠나”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나라 빚이 많아 보이게 하려고 적자국채를 더 발행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차현진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왼쪽)과 2일 기자회견을 연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사진=뉴시스)
차현진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왼쪽)과 2일 기자회견을 연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사진=뉴시스)

바이백 제도 도입당시 실무자의 반박
먼저 차현진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바이백(buy-back) 제도 도입은 국가채무비율 논쟁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신재민 전 사무관이 자기 일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본다. 별로 유능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바이백은 정부가 일시적으로 남는 돈으로 국채를 만기 전에 되사는 조치다. 이 제도는 지난 1999년 도입됐는데, 차 본부장은 실무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차 본부장은 “보통 바이백한 만큼 다시 국채를 발행한다. 따라서 이를 취소하건 취소하지 않건, 국가채무비율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며 “신 전 사무관 주장에도 바이백한 만큼 다시 국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 내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도 정부가 buy-back을 하는 이유는 금융시장의 채권쟁이들이 묵은 김치(오래된 국채)보다 새 김치(새 국채)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묵은 김치는 보험사들이 갖고 있어서 잘 유통되지 않다보니 거래를 중개하는 채권쟁이들은 항상 새 김치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년만기 국채를 발행했다가 2년 만에 바이백할 경우 국가채무의 실질만기가 짧아진다. 차 본부장은 “이는 정부가 불필요·무계획하게 고금리로 장기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것”이라며 “만일 바이백을 자주 실시한다면, 2017년 11월 갑자기 취소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자주 실시한 것에 대해서 감사원이 기재부 국고국을 대대적으로 감사해야 할 것(신재민 전 사무관 포함)”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차 본부장은 “20년 전 이 제도를 도입하려던 목적은 국채의 시중 유통물량을 늘려 대한민국의 국채시장을 일본 국채시장만큼 키우려던 것”이라며 “그때 국가채무비율 등은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완배, “신재민씨 이야기 코미디 돼”
이완배 경제전문기자도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신재민 씨 이야기는 코미디”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신 전 사무관이 “현 정부 청와대가 2017년 말 적자 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 기자는 “박근혜는 2016년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돼서 업무가 정지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에 취임을 했는데, 어떤 미친 청와대가 그해 지표를 일부러 박살을 내놓고 내년부터 좋아졌다 이렇게 주장할 xxxx가 어딨냐”고 비판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2017년 나라 빚이 무지하게 늘어나서 경제지표가 안 좋으면 사람들은 아무도 그걸 박근혜 때문이라고 생각을 안하고 문재인 정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이 기자는 “신재민 씨 말처럼 만약 문재인 정부가 국채발행을 조작하고 박근혜 탓을 했다면 국회에서 엄청난 논쟁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에 기재부 출신 국회의원들도 많고, 경제문제로 문재인 정부에 시비걸려고 독이 오른 보좌관들이 한 둘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보수언론도 경제문제로 시비를 걸려고 바짝 날을 세우고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가 그걸 조작을 하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셋째로 이 기자는 “이 분(신재민씨)은 기획재정부 혹은 청와대 혹은 정부의 역할을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의 과도하지 않은 적절한 적자는 전혀 나쁜 게 아니다. 국가는 흑자를 지향하는 기업이 아니다. 경기가 부진할 때 국가가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는 건 케인즈 이래 경제학교과서 세 번째 페이즈쯤에 나오는 재정학의 기본”이라며 “이 분은 경제학을 어디서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배우셨나”고 질타했다.

이 기자는 이어 “신재민 씨 논리에 따르면 청와대는 기재부에 지시를 하면 안된다. 지시를 하면 그게 외압이라고 주장한다”며 “기재부가 하자는 대로 가만히 있을거면 왜 대통령을 뽑냐?”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임기 첫해 청와대가 외압을 청와대가 외압을 가했다면서 결국 (빚을 더) 안냈다. 그러면 뭐가 외압이라는 거냐”며 “이쯤 되니 신재민 씨 이야기가 코미디가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신 전 사무관은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차영환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이 적자 국채를 발행하라고 기재부 실무진에게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기재부에서 근무하며 국고금 관리 총괄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해 7월 퇴직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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