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이재용 경영승계 뇌관' 로직스 봐주기 논란
한국거래소, '이재용 경영승계 뇌관' 로직스 봐주기 논란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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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보호' 명분으로 자본시장 혼란 야기한 범죄 침묵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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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이재용 경영승계 뇌관이라 불린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의 상장을 유지키로 했다. 고의적 분식회계로 검찰에 고발돼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됐던 로직스는 11일 오전 9시부터 거래 정지에서 벗어나게 됐다. 로직스는 이날 오전 10시 44분 394500원 전일대비 상승60000 (+17.94%)에 거래되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로직스가 고의적으로 4조 5000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음에도 상장을 유지시킨 것은 한국거래소의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자본시장에 혼란을 야기한 범죄 행위에 침묵했다는 것이다. 로직스의 시가총액은 약 22조1322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8위다. 소액주주는 8만명에 이른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개선기간 부여 조처도 하지 않았다. 기심위는 외부 법률·회계·학계 등 분야별 전문가 6명과 거래소 임원 1명으로 구성된다.

기심위는 10일 로직스의 기업 계속성, 재무 안정성, 경영 투명성이 미흡하나 검토결과 상장을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심위는 기업의 계속성 측면에서 "사업전망 및 수주잔고·수주계획 등을 고려할 때 기업의 계속성에 심각한 우려가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는 "'2016년 11월 공모증자 및 지난 11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등으로 상당 기간 내에 채무불이행 등이 현실화할 우려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기심위는 로직스 경영 투명성에 대해서만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로직스는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감사 기능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의 개선 계획을 제출했다고 거래소는 밝혔다. 거래소는 경영 투명성 개선 계획의 이행 여부에 대해 앞으로 3년 동안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거래소의 로직스 상장유지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발 빠르게 대처했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 주식거래 정지가 장기화하면 재산권 보호 문제 등으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상장 유지 결정이 분식회계에 대한 본질적 판단을 다룬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거래소의 판단 기준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상장기업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 상장실질심사의 대상이 되지만, 상장실질심사 때는 현재 회사의 상태만을 보고 판단한다”며 “상장 폐지를 한 뒤에 만약 2∼3년 뒤 삼성바이오가 행정소송에서 이기게 되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거래소의 상장 질적 심사 요건을 보면 기업 계속성, 경영 투명성, 재무 안정성 등을 가지고 심의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로직스 상장유지는 거래소의 ‘삼성 봐주기’라는 비판도 거세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은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정이 달라진 게 없고,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판정에 따른 수정공시를 하지도 않는 등 바뀐 게 없는데도 주식 거래를 재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 출신 고위 관계자는 "4조 5000억원의 고의적 분식회계 범죄를 눈감아줬다는 게 어이가 없다. 결국 '삼성 공화국'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로직스의 분식회계에 대비하고 철저하게 계획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처벌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로직스 분식회계의 상장폐지 문제는 종결됐으나 법적 다툼이 남아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라고 결론내리고, 로직스와 김태한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CEO·CFO 해임권고, 재무제표 수정, 감사인 지정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로직스는 같은달 27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대표 해임권고 행정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김태한 대표 해임건은 ‘권고’ 사안이지만 로직스는 행정소송에 대한 명분을 세우기 위해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19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심문이 이뤄진다. 법원이 로직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김태한 대표는 행정소송이 끝날 때까지 증선위 처분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로직스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자회사 장부를 합치는 과정에서 합작사인 미국 회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드러나자, 2015년 재무제표 회계에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 이로 인해 로직스는 4조 5000억원의 회계 상 이익을 얻었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로직스에 대한 감리에 들어갔고, 증선위는 지난달 14일 “회사의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해결하려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다소 비정상적인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고의적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로직스의 상장폐지가 확정됐다면 기관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체 발행주식수 가운데 25%가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고 이 중 외국인 투자비중은 9%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로직스와 회계법인 삼정, 안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행정소송은 1심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길면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소송에서 로직스가 이기면 증선위 의결 내용은 모두 무효가 된다. 만약 서울행정법원이 집행정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로직스는 내년 주주총회에 대표이사 해임권고안을 상정하고 표결을 붙인다.  

그러나 주총에서 대표이사 해임안건이 통과되긴 쉽지 않다. 최대주주인 삼성물산(43.44%)과 2대주주 삼성전자(31.49%) 지분만 약 75%에 달하고 나머지 거래 주식 25% 가운데 자사주와 기관들이 일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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