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금융투자자에 발목 잡혀...교보생명 상장 가능할까?
신창재, 금융투자자에 발목 잡혀...교보생명 상장 가능할까?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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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 매수청구) 행사를 예고한 금융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상장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실은 가시밭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정기이사회를 열어 "자본 확충 방안의 일환으로 IPO 추진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힐 예정이다. 사내외 이사들에게 사전 배포된 이사회 안건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사내이사를 통해 이 같은 회사 입장을 전하겠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지난달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IPO 의사가 없는 걸 확인했으니 풋옵션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 사외이사(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도 참여하기 때문에 사실상 금융투자자 측에 회사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형식이 된다. 

앞서 2012년 교보생명은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 보유 지분 처리 과정에서 2015년 9월까지 상장을 조건으로 내걸고 어피니티와 IMM PE 등 금융투자자들에 지분 매각을 단행했다. 하지만 IPO 결정이 수년 동안 뒤로 늦춰졌고, 회사 측은 금융투자자들이 최종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지난 9월 이사회에서도 상장 결정을 미뤘다. 이에 지난달 말 어피니티, IMM 등이 계약 상대방인 신창재 회장 개인에게 지분 24.01%를 되사줄 것을 통보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 보유 지분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지분 24.01%를 인수할 투자자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교보생명에 어피니티(9.05%), 베어링PE(5.23%), IMM PE(5.23%), 싱가포르 투자청(4.50%) 등은 우호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3년 이내(2015년9월) 상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경영간섭 등에 대해 비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신 회장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적정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교보생명 상장을 미뤄왔다.

이후 보험회사 회계제도 변화에 따라 자본확충 이슈가 발생하면서 K-ICS(신지급여력제도·킥스) 초안에 따른 조 단위 자본확충이 필요해 실무적 작업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는 이사회 보고가 있었고, 자본확충을 위한 자문사 선정도 마친 상태다. 

교보생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를 압박하는 유한책임투자자(LP) 등을 의식해 상장을 압박할 수밖에 없는 급한 상황일 것”이라며 “하지만 풋옵션을 공동으로 행사하면 담합행위(Act in consent)등 법적인 이슈가 있고, 상장을 고의적으로 회피했다는 걸 입증해야하는 만큼 풋옵션을 실질적으로 행사할지는 (재무적 투자자들과) 논의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금융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에 이처럼 민감한 이유는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지배구조 이슈는 꾸준히 제기돼 온 이슈다. 신 회장의 지분율이 특수관계인을 합쳐 36.91%(6월말 기준)에 불과한 반면 재무적 투자자 지분을 합하면 5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2007년 유상증자와 구주매각을 통해 코세어, SC PE 등이 사모투자펀드 등이 주주로 참여했고, 앞서 2003년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현물로 납부해 수출입은행도 지분 5.85%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에도 우호적 지분 논란이 있었던 코세어 등은 이번 금융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 과정에 직접 참여는 하지 않았으나, 향후 신 회장이 자금 마련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흔들릴 경우 등에 대비해 어떤 행동을 취할지 미지수다.

금융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신 회장은 ‘1조3000억원 플러스 알파(α)’의 자금을 마련해야한다. 교보생명 기업가치는 2012년 평가된 5조 2000억원에 비해 2조원 가량 웃도는 7조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IPO 결정에는 새 회계기준에 맞춘 자본 확충의 목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교보생명의 보험금지급여력비율(RBC)이 현재의 282.8%에서 100% 밑으로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과거에 비해 부채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의 경우 최소 2조원, 최대 5조원의 자금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당초 2021년으로 예정된 IFRS17이 1년 연기됐지만 금융감독당국의 신지급여력제도(K-ICS) 연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선제적으로 발행한 것도 사전적인 준비를 위해서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 안정성 요건을 충족해 금융사의 기본 자본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만으로는 교보생명이 필요한 자본 확충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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