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얼굴마담’ 내세워 ‘2조 5천억’ 초고층 타워 건설 의혹
신동빈, ‘얼굴마담’ 내세워 ‘2조 5천억’ 초고층 타워 건설 의혹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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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10억원 ‘자광’, 전주 대한방직 부지 2000억원에 낙찰 받아
롯데 “사실무근” 입장에도 자광 보증서줘 의혹은 남아

롯데건설이 얼굴마담을 내세워 전주시에 초고층 타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타워를 지으려는 시행사의 자본금은 불과 10억원에 불과하다. 시행사의 실적도 모두 롯데가 관련된 사업이어서, 롯데에 우호적이지 않은 지역사회의 반대를 막기 위해 ‘얼굴마담’을 내세운 것이 아니겠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잠실 롯데월드 타워에 이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초고층 타워 도전을 살펴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초고층 타워에 드리운 롯데의 그림자
지난 10월 18일, 부동산개발업체인 ㈜자광은 전북 전주시에 있는 대한방직 부지 21만6463㎡를 매입했다. 총 인수금액은 1980억 원이다. 자광이 매입한 대한방직 부지는 전주 서부신시가지내 노른자위 땅이다. 주변에 전라북도 도청을 비롯해 전북경찰청과 KBS 전주방송국 등이 들어섰다.

문제는 자광이 지난 4월말 대한방직 공장내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겸한 설명회를 열고 이 부지에 대한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자광이 이날 공개한 개발계획의 핵심은 새만금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높이 430m의 초고층 타워를 세우는 것이다. 이 143층 높이의 익스트림 복합타워는 350m 전망대에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트라스토스피어 타워를 벤치마킹한 VR 접목 익스트림 놀이기구 빅샷(자이로드롭) △중국 상해 동방명주 타워를 벤치마킹한 익스트림 스카이워크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3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와 호텔, 쇼핑센터, 아파트 등의 건설과 면세점 유치도 전주시에 제안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전체 부지의 50% 정도는 도심 공원으로 조성해 전주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2019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3년 상반기에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총 2조 5천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전주 대한방직 부지에 추진중인 초고층 타워 조감도. (사진=자광 홈페이지)
전주 대한방직 부지에 추진중인 초고층 타워 조감도. (사진=자광 홈페이지)

자광이 설명회에서 3000가구의 아파트 단지 건설을 공식화한 것도 논란이 붙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가구당 3억원만 환산해도 9000억원의 분양대금이 나온다. 자광이 시민공원 조성과 복합개발단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이윤추구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광은 자본금 10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원래 자본금은 3억원이었으나 올 4월에 10억원으로 늘어났다. 자광의 모회사인 자광건설도 지난해 매출액 704억원, 자본금 5억 100만원에 불과하다. 설립한지 채 6년이 안된 작은 회사에서 과연 2조 5천억 규모의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회사의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자광은 지급날짜보다 11일을 앞당겨 잔금 1782억원을 지불하고 소유권을 확보했지만, 이러한 우려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자광이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한방직 부지를 1980억 원에 계약하고 계약금 198억 원을 납부하면서 롯데가 계약보증을 해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광이 롯데의 자회사라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소문에는 자광의 그동안 행보도 근거로 꼽힌다. 자광은 2014년 9월 용인 기흥역 롯데캐슬 레이시티 주상복합사업 분양(아파트 260세대,오피스텔 403세대)와 2015년 5월 용인 성복복합단지 개발 주택건설사업 계획(아파트2396세대 및 비주거시설)을 승인받았다. 회사의 대표적인 실적 두 가지가 모두 롯데와 연결돼 있다.

롯데가 자광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게 사실이라면 그 이유에 대해서는 롯데에 우호적이지 않은 지역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롯데는 전주경기장 개발문제를 놓고 전주시, 시민단체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롯데가 ‘바지회사’를 내세워 전주시와 지역사회의 반발을 우회하려 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시민단체 반발 및 의혹 제기
이러한 자광의 대한방직 부지 개발 계획은 6.13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쟁점이 됐다. 시민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전주시민회는 특정 재벌의 특혜를 위해 ‘눈 가리고 아웅’식 개발사업 계획은 반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전주시민회는 성명을 내고 “전주시는 터무니없는 계획을 반려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통해 자광과 그 모회사 자광홀딩스, 자광건설 그리고 대한방직의 감사보고서 등을 검토한 결과 사업 주체가 불분명하고, 특혜 및 형평성이 현저히 미달된다”고 주장했다.

전주시민회에 따르면 자광은 대주주인 자광홀딩스가 지난 2017년 3월 PF대출로 자금을 조달해 설립한 자본금 3억원의 페이퍼컴퍼니로 알려진다. 전주시민회는 자광홀딩스 재산의 대부분은 롯데건설의 연대보증을 통해 조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롯데건설이 주체고 자광은 얼굴마담이라는 주장이다. 이 단체는 “롯데건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불분명하고 비정상적인 상거래 관계”라고 했다.

현재 공업지역인 대한방직 부지를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 개발할 경우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 서부 신시가지 개발사업의 토지 평균 감보율(일종의 기부체납)은 59.9%인데 자광이 제시한 상업용지로 용도변경시에는 80% 정도의 감보율을 적용 받게 된다는 것이다.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부지 총면적의 20%에 대해서만 소유 및 개발사업을 계획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전주환경운동연합은 “서부신시가지는 교통혼잡과 주차공간 부족, 원룸촌 형성 등으로 도시계획의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라며 “민간사업 제안 시 엄격한 법 적용과 폭넓은 주민 의견 수렴으로 난개발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고층 타워 건설 앞 첩첩산중
전주 초고층 타워 건설 앞에 놓인 난관은 시민단체와 지역사회의 반발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금기시 돼 왔던 대규모 아파트 건설계획이 행정기관과는 아무런 조율 없이 발표되면서 전주시와 전북도 등 행정기관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사업추진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기본계획변경을 비롯해 시·도유지매입 용도변경 개발이익금 환수 등을 위한 시·도와의 행정절차가 산적해 있다. 더구나 전주종합경기장 이전 개발을 놓고 김승수 전주시장과 송하진 전북지사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문제를 꼬이게 한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부산 제2롯데월드처럼 짓는 척만 하고, 4~5년뒤 선거철 맞춰서 용도변경 후 백화점이나 아파트 지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에도 안 지은 초고층 건물을 롯데가 전주에 짓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수의 프로젝트를 (자광과) 함께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공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이 자광에 198억원의 토지계약에 대해 보증을 선 것과 관련해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롯데건설은 “(아직) 우선수익권 설정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자광의 경영이 어려워질 경우 롯데건설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업계에선 제기되고 있다. 입장을 물어보기 위해 자광 측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롯데 신동빈 회장이 잠실 롯데월드 타워에 이어 또 다른 초고층 타워 사업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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