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의 경제비평] 금리인상 숙제 한은의 햄릿 신드롬 끝이 보인다
[이원두의 경제비평] 금리인상 숙제 한은의 햄릿 신드롬 끝이 보인다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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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기업 현장 소리’에 귀 기울여 체질강화를

금리 인상 여부를 둘러싸고 심화되었던 한국은행의 ‘햄릿 증후군’은 일단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10월에도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발표한 ‘통화 정책방향’에서 ‘(금융)완화 정도의 조정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표현에서 ‘신중히’를 삭제함으로써 11월 ‘금리인상’예측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까지 견지했던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입장이 인상 거부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었다면 ‘신중히’를 삭제한 것은 올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세가 안정적이고 물가도 목표수준 2%를 수렴해 간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기는 했어도 ‘금융 불균형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 이 총재는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금리인상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점을 밝혔다. 이 총재가 말한 금융 불균형은 한미 금리격차 확대에 따른 후유증을 말한다. 즉 미국과의 금리 격차 0.75%포인트가 한국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점이라는 뜻이다. 미국 연준이 연내로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지금 한은이 금리동결을 계속 고집한다면 이 격차가 1%포인트로 높아지게 되며 이는 자본시장에서 외국인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촉매제가 된다. 한미 간의 금리 격차 하나만을 두고 볼 때 한은이 금리인상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일부의 비판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초점은 경기조절이다.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인상을 중심으로 한 긴축으로,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로 시장에 활기를 공급한다. 기준금리를 지표로 통화량을 조이고 풀어 경기흐름을 조절하는 것이 한은의 핵심 기능이다. 문제는 11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 치면서도 한은이 올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의 2‧9%에서 2‧7%로 낮추고 올해 취업자 증가규모를 기존의 18만 명에서 9만 명으로, 내년 역시 24만 명에서 16만 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한 데 있다.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낮아진데다가 취업자 규모의 대폭 감소는 실업률 증가로 이어진다. 우리 경제는 올해는 말할 것도 없고 내년에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다시 말하면 금리인상을 할 여건이 되지 못함을 뜻한다. 그런데도 인상 쪽으로 등을 떠밀리는 것은 미국 발 고금리 바람이 그 만큼 강하고 따라서 잠재적인 파괴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은 외국자본의 ‘탈 한국’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비록 증시에서는 이달 들어 외국인 셀 코리아 규모가 2조 8천 억 원에 이르고 있고 채권시장에서도 10월 들어 외국인의 채권보유액이 1조원 줄어들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관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국가 신용도가 높은데다가 환해지 비용이 줄어드는 등 원화 채권에 대한 투자매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연제 뒤바뀔지 모르는, 다시 말하면 잠재적인 위험요인을 안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이 연내로 다시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글로벌 자금은 한국시장을 떠나 안전한 미국 국채로 몰린다고 봐야 한다. 금리 격차가 커지는 반면 한국경제에 대한 의구심, 경기 둔화가 개선 될 개연성은 낮을 경우 자금이탈 속도는 더욱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 속도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

현재 금리는 미국에게 등을 떠밀리는 반면 수출의존형인 경기는 중국에 짓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6‧5%로 떨어졌다. 여전히 우리 주력 시장인 중국 경제의 성장률 하강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 국내 여건도 만만하지 않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설비투자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이나 성장을 뒷받침해야 할 투자 증가율이 감소세로 돌아 선 것은 일종의 위기로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방향은 여전히 시장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으로 조정된 근로시간 등은 어떻든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지난 30년 동안 한국경제를 연구 해 온 일본 와세다 대학의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후카가와 교수는 ‘제조업과 수출이 한국경제를 이끌던 시대는 끝났다’는 진단과 함께 미래 산업의 키워드로 혁신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이 핵심 제조업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데 대비하려면학 혁신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국은 ’갈수록 유교적이고 도덕적인 논의에 사로잡혀 혁신의 동력이 될 각종 규제를 풀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재벌에 돌아갈 것이라고 오해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후카가와 교수가 지적한 것 가운데 주목한 할 것은 ‘유교적이고 도덕적인 논의’이다. 유교적이고 도덕적인 논의의 배경에는 ‘사농공상’이라는 계층적인 장벽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실물경제의 주축인 기업인 ‘공상’을 낮춰보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도덕적이고 관념적으로 흐르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금리인상을 둘러싸고 햄릿 증후군에서 헤매는 한은의 고민을 들어누고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유교적이고 도덕적인 논의’에서 하루 빨리 벗어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원두(언론인ㆍ전 파이낸셜뉴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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