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앞둔 손태승, 연이은 금융사고 등 악재 해결이 우선
지주사 전환 앞둔 손태승, 연이은 금융사고 등 악재 해결이 우선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조 및 금융당국, 손태승 겸직 호의적이지 않아
김병욱 의원 "2014년부터 올 상반기 금융사고 154건 중 우리은행이 최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행보에 금융업계의 눈길이 쏠린다.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손 행장이 겸직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 행장의 겸직이 주주가치 안정화 및 투자자를 모으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서는 손 행장의 겸직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금융사고 최다를 기록하고 모럴해저드가 드러나면서 손 행장이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4일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지주(가칭)의 설립을 예비 인가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주식의 포괄적 이전을 통해 설립되며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신용정보, 우리에프아이에스 등 8개 자회사를 지배하거나 손자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앞으로 각 자회사가 주주총회를 개최해 우리금융지주 설립을 위한 주식이전계획을 승인한 뒤, 금융위에 ‘본인가’를 신청하면 우리금융지주사 설립이 마무리된다.

우리금융지주의 공식 출범은 내년 초쯤이다. 자회사들이 주총을 완료하기까지 대략 3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시가총액 11조원이 넘는 대형 금융사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지주사전환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IR(기업설명회) 시간도 필요하다. 손태승 행장이 최근 해외 IR로 출장이 잦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금융당국의 의중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사 임직원이 해당 지주사의 자회사의 임직원을 겸직할 수 있다.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에서 회장, 행장 겸직을 결정만 하면 된다. 임추위에는 우리은행 지분 18.43%를 가진 예금보험공사도 빠져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이나, 그 목적이 공적자금 회수인 만큼 금융당국의 입김이 큰 영향을 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사 전환이 (예보) 잔여지분의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인데 회장, 행장 겸직이 유리한 것인지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손 행장이 해외 투자자와 꾸준히 접촉해왔다는 점에서 회장 겸직이 주주가치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정부 측 인맥을 통한 외부인사가 있다면 장담하기 어렵다.

시중은행 전 임원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아직 노린다는 인물이 없지만, 정권 인맥을 이용한 인사가 나타나면 손 행장의 회장 겸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손 행장에게 또 다른 악재도 있다. 국회에 제출된 국감 자료에서 최근 5년간 금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해 사고다발 은행이란 오명을 쓴데다 소프트웨어 운용을 도급받은 계열 ICT업체가 상습적으로 하도급법을 위반해온 것으로 나타난 것.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4일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자료 ‘6대 시중은행과 2대 국책은행 최근 5년간 금융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154건으로 사고금액만 무려 4684억 6500만원에 달한다.

지난 5년 동안 건당 3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10일에 한번 꼴로 발생한 셈이다.

사고금액이 가장 큰 은행은 하나은행(1654억원), 금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은행은 우리은행(47건)으로 나타났다.

금융사고란 ‘금융기관의 소속 임직원이나 그 외의 자가 위법·부당행위를 함으로써 당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거나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를 의미한다.

금융사고 발생건수를 보면 우리은행에 이어 국민은행이 44건, 신한은행 20건, 기업은행 14건이었다.

피해액이 가장 큰 곳은 하나은행으로 사고금액이 1655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사고금액의 35.3%다. 산업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1298억원, 1255억원의 사고를 냈다. 사고 유형별로는 사기가 4212억원으로 가장 큰 피해를 냈고 업무상 배임이 369억원, 횡령·유용이 1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계열사의 하도급법 위반이 다반사로 되풀이되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회장직과 행장직을 분리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챙겨야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겸직체제를 선호해온 노조도 요즘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다른 의견도 나온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손 행장이 겸직을 하려면 내부 금융사고를 줄이고 리더십있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외부의 낙하산 인사 방지 못지 않게 내부 모럴해저드 현상이 심각해 대책마련을 늦출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종규 회장이 2년이상 행장직을 겸하다가 지난해 말 허인 국민은행장을 선임하면서 회장-행장 분리체제를 택한 것도 참고사례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금융도 윤종규 회장이 겸임할 당시 지적과 비판이 많았다. 손 행장이 겸직을 하려면 내실을 먼저 다져야한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은행은 모든 국민이 가장 쉽고 편하게 이용하는 금융기관으로 신뢰가 가장 중요한 곳이며, 이러한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이 고객의 돈을 횡령하거나 업무상 배임하는 것은 금융산업을 넘어 가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해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은행권의 금융사고에 대해 금융권의 자체노력 및 수사고발도 중요하지만, 금융당국이 강력한 제재수단을 마련하여 은행권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