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정 '우수업체' 현대중공업, 실제는 하도급 '갑질'
정부 인정 '우수업체' 현대중공업, 실제는 하도급 '갑질'
  • 김신우 기자
  • 승인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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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동반성장위 우수기업 조사 결과, 우수 등급 기업에 '공정위 직권조사 1년 면제' 혜택줘…
현대중공업 2011년부터 지난해 2017년까지 매년 '우수' 기업 선정.
하도급 갑질에도 불구, 원청 보복 두려워 조사에 오답을 말하는 경우가 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ㆍ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권기홍)의 동반성장지수 발표가 엉터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양 기관은 2011년부터 매년 기업별 동반성장지수를 조사·발표하고 있는데, 하도급 갑질로 유명한 현대중공업을 선정하면서 공정성이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와 동반성장위가 2011년부터 발표해온 '동반성장지수 기업별 평가 결과'에서 매년 우수 기업에 선정됐다.  

현대중공업은 양 기관의 동반성장지수와는 달리 하청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와 '하도급 단가 후려치기' 행위를 벌이는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현대중공업을 선정한데는 허위 보고서에 의존했거나, 아예 현대중공업을 봐주기 위해 불법을 눈감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업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길 바란다. 최우수·우수·양호·보통·미흡 등 총 5개 등급으로 나눠 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에 공정위 직권조사 1년 면제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2월 기존에 12개 업체가 나눠서 납품하던 해상 배전반을 2개 업체에 '일괄 발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갑' 현대중공업이 '을' 이던 하도급 업체들에 경쟁을 부추기고, 단 두 곳만 살아남으라는 주문과도 같았다.

해상 배전반 업체 '동영코엘스'(이하 동영)은 한때 연매출 280억원을 올렸던 중소 기업 중 한 곳으로, 당시 동영은 현대중공업이 사전에 가진 두 차례 설명회에서 납품단가 규모를 "외주품 800억원 규모로 예상한다"고 밝혀 813억원에 입찰을 했다.

그러나 입찰 업체 발표날이 지나도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발표날이 5일째 지나던 3월 21일 현대중공업은 "목표금액이 594억원이니 3월 25일 오후 2시까지 써내라"는 일방적인 공문을 입찰 참가업체 전체에게 보냈다.

이는 가격을 200억원 이상 낮춰 입찰하라는 압박으로 사료된다. 동연은 입찰 마감 하루 전 626억원을 써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528억원으로 낮춰 입찰 가격을 써냈고, 현대중공업의 해상 배전반 물량을 따냈다.

경쟁업체에 비난이 일었지만, 동영은 "현대중공업 임원이 공장으로 찾아와 목표금액 협조를 부탁했다"며 "현대중공업과 전속거래를 하는 제조 하청업체인 동영은 회사의 도산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도급 업체 동영은 현대중공업에 '저가입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528억원 규모의 물량을 동영에 배분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계약 첫해에는 350억원, 2년차에는 210억원, 3년차에는 110억원 상당의 물량을 줬다.

계약서상에 명시된 '528억원의 물량을 맞추지 못하면 이듬해 못 준 물량을 추가로 주겠다"는 약정 또한 지켜지지않았다. 사정이 어려워진 동영은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현대중공업은 "2015년 일괄 발주 계약 때 압박이나 강요가 없었고, 동영의 도산은 무리한 공장부지 투자 때문이다. 동영과 비슷한 업체들의 경우 비슷한 수준의 납품단가를 받지만 경영상태에 큰 문제가 없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실지로 동영의 물량을 이어받은 두 개 업체는 부도 직전에 있으며, 동영의 도산으로 인해 동영의 임직원 200여명과 납품업체 100여곳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이렇듯 현대중공업 1·2차 하도급업체들은 도산을 하고 있는데 현대중공업은 어떻게 우수 등급을 받을 수 있었을까.

한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와 동반성장위 조사는 그래도 치밀하게 이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동반성장위의 체감도조사는 대기업의 1, 2차 하도급업체 명단을 토대로 총 1만3378개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해 조사한다. 공정위의 공정거래협약이행평가는 대기업이 제출한 실적자료를 서면심사, 현장실사를 거쳐 협약평가위원회 심의를 통해 확정한다.

하지만, 종사자들의 목소리는 이와 달랐다. 현대중공업 1차 벤더 동영코엘스 이원태 대표는 “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1·2차 벤더에게 물어봤을 때 나오는 답은 결국 오답이라고 봐야 한다. 조사 나온다고 해서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원청의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래 중에 원청에 불리한 얘기를 써내는 하도급업체는 드물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 1, 2차 하도급업체 사이에는 조사 내용은 익명이다. 그러나 문제가 제기되면 현대중공업에서 추적에 나선다는 소문이 도는가 하면, 정부 쪽에도 기업과 유착된 공무원들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기 때문에 현실 그대로를 밝힐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영은 올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현대중공업을 신고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에는 현대중공업이 얽힌 하도급법 위반 신고 사건만 19건에 이른다.

한편, 통계청이 올해 1월 발표한 울산제조업 현황을 보면, 조선업 불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건 지난 2015년부터 였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5년 21만 2,00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6년 20만 7,000명, 2017년 19만 1,000명으로 내년 취업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취업자 수 감소에는 중소기업 가동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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