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 조현아 ‘꽃길’ vs 박창진 ‘이중고’
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 조현아 ‘꽃길’ vs 박창진 ‘이중고’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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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가해자 조현아 경영복귀...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 소송중 병마까지
조현아 칼호텔 신임 사장
조현아 칼호텔 신임 사장

‘때린 놈은 다릴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릴 뻗고 잔다’는 속담이 있다. 남에게 해를 입힌 사람은 마음이 불안하나 해를 입은 사람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이 속담과 반대되는 일이 벌어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에서 물러난 지 3년 4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한 것. 이에 반해 당시 피해자였던 박창진 사무장은 사건 이후 회사와 법적 다툼 중에 병까지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칼의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는 29일 오전 서울 공항동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전 부사장을 등기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던 '죄인'에서 '경영자'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하지만 ‘땅콩회항’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의 근황은 이와 대비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 사무장은 지난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뒤통수에 큰 혹이 있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핵폭탄 같은 스트레스로 지난 3년간 생긴 머리 종양”이라며 “올해 들어 너무 커져서 수술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픈척 한다는 꾀병 부린다는 목통증으로 업무도움 요청한 일을 후배 부려 먹는다는 소문을 만들던 사내 직원들 비난이 난무했던 지난 시간의 흔적”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무장은 사건 이후 직급이 강등되고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등 2차 피해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에 대해 “그분의 복귀는 과연 우리사회가 공정한가, 정정당당함이 적용되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며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상층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한한 면죄부가 주어지고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 대해서 많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사무장은 ‘땅콩 회항’ 이후 산업재해를 인정받아 1년 반 동안 휴직했다. 그러나 복직 후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됐고, 박 사무장은 현재 인사·업무상 불이익을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는 대한항공에서 21년 동안 VIP 고객을 상대했던 베테랑 승무원이다.

앞서 조 사장은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이륙하려는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을 폭행하고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게 한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2015년 1월 구속기소됐다. 이 일로 사건 직후인 2014년 12월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조 사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올 1월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며 모습을 드러내 복귀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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