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대우건설 인수 ‘딜레마’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대우건설 인수 ‘딜레마’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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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과정 안 나온 손실 불거져... 가격 조정폭 3% 불과에 노조 반발까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 작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실사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적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대우건설 매각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당황한 호반건설
7일 대우건설이 공시한 잠정 영업실적에 따르면 해외발 악재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생긴 약 3~4000억원의 추정 손실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이 전망한 지난해 실적은 원래 영업이익 7천억원이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5805억원을 기록해 이를 달성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이유에선지 4373억으로 줄었다. 4분기에서 적자 1432억원이 났기 때문.

다만 연간실적은 KDB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된 이래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17년 연결기준 매출 11조7668억원, 영업이익 4373억원, 당기순이익 2644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1조7668억원으로 전년 11조1059억원 대비 6.0% 증가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국내 매출은 9조1105억원으로 지난해 7조7879억원) 같은기간과 비교해 17% 늘었다. 해외매출은 2조6563억원으로 전년(3조3180억원) 대비 27% 감소했다. 최근 몇 년간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해 온 주택부문이 실적 호조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반적인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2017년 4분기 적자는 뼈아프다. 매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어닝쇼크’가 매각에 미칠 여파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측은 당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 M&A팀은 예비실사 과정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만 살펴봤을 뿐 4분기 부실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산업은행과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사후 부실 발생에 대비해 사전에 정한 인수제안가 대비 가격조정폭을 3% 이내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의 수천억원대 잠재 부실에 대해 호반건설이 인수 제안가를 깎을 수 있는 범위는 480억원 밖에 안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뒤늦게 서야 대우건설의 3000억원 가량의 해외 추가 부실을 알게 돼 당황스러워 했다”며 “이달내 업무협약 이후 주식매매계약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차질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조 반발도 골머리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에는 노조의 반발도 변수다. 대우건설 내부 분위기도 호반건설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등 술렁이고 있다.

대우건설노조 관계자는 “정작 매각대상 기업인 대우건설에 대한 채무 5천억 원은 아무런 조건 없이 2년간 유지하면서 왜 호반에 대해서는 보증서를 받는지 의문이다. 스스로도 대우건설의 신용도는 믿을 수 있는 반면 호반건설에 대해서는 그 신용도뿐만 아니라 향후 기업의 향방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없어,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놓고 지급 보증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자신(산업은행)들이 믿지 못하는 주체에게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 지, 더구나 이 보증서를 매각주간사인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담당한다면 이 매각의 정체성과 공정성은 어디서 찾아야 되는 것인가”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문제제기에 대해선 “아직 (호반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일 뿐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에선 “고용과 임금 조건 등이 기존보다 후퇴할 것을 염려하는 대우건설 직원들이 많다”며 “이러한 직원들의 의구심을 풀어주지 않는 한 본 계약 체결까지 진통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호반은 새우, 대우는 고래?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액 2조4521억원으로 업계 13위의 아파트 전문 중견 건설회사다. 2016년 기준 매출액은 1조2천억원이다. 이에 비해 대우건설은 삼성물산, 현대건설에 이은 업계 3위의 대형 건설사로 2016년 매출 10조9857억원이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새우가 고래를 삼킨 꼴’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호반건설의 실적이 대우건설을 크게 앞서기 때문. 실제 호반건설의 지난해 추정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 가량이다. 대우건설이 공시한 잠정 영업이익 4373억원을 3배 가량 크게 앞서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자기자본도 5조3000억원 정도로 2조5000억원인 대우건설의 두 배를 넘는다.

호반건설 측은 현금성 자산 비율이 높고 우량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데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대우건설이 해외 프로젝트에 조단위의 자금을 투입하는데 호반건설이 이를 감당할 추가 여력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호반건설그룹의 2016년말 기준 총자산은 3조8000억원, 총매출 3조1000억원, 영업이익 4880억원이다. 보유 현금성 자산은 7191억원이다. 호반건설의 투자자금 회수 계획이 재무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거론된다.
황덕규 NICE신용평가 5실 실장은 “대우건설 지분 매입에 따라 현금 유동성 감소와 외부차입 증가가 불가피하다”면서 “분양 잔금 유입을 고려하더라도 상당 폭의 재무안정성 저하가 예상된다”고 짚었다.

호반건설은 1989년 불과 5명으로 시작해 30년도 안돼  2017년 추정 자산총액 8조원, 매출 1조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성장의 배경에는 김상열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분양을 하지 않는 ‘분양률 90% 원칙’과 부채를 최소화하는 ‘무차입 경영’ 등으로 지금의 호반건설을 키웠다. 과연 ‘대우건설’의 저주가 금호아시아나에 이어 호반을 집어삼킬지 아니면 자수성가한 김 회장의 승부수가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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