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 청소원, 농약성분 소독제 중독 집단 실신
대한항공 기내 청소원, 농약성분 소독제 중독 집단 실신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8.0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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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조양호 회장)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

2일 뉴스타파는 '대한항공 기내 청소원, 농약성분 소독제 중독 집단 실신'제하의 기사를 통해 용역회사 소속 청소원들이 기내 방역과정에사 사용한 농약성분의 살충 소독제 때문에 집단 실신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은폐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0일 새벽 2시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청소노동자 6명이 살충 소독약을 뿌린 뒤 충분히 환기하지 않은 여객기 안으로 들어갔다가 청소시작 5분도 안 돼 소독제에 중독돼 실신했다. 당시 청소작업엔 모두 10명이 투입됐다가 출입구 쪽에 있던 4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이 쓰러졌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자 청소를 도우려고 기내에 함께 들어와 출입구쪽에 있던 차량 운전기사가 사무실에 있던 동료에게 전화해 쓰러진 이들을 함께 부축해 비행기 밖으로 나왔다.

비행기는 일반 소독과 달리 ‘기화(氣化) 소독’을 실시했다.

기화소독은 초음파 진동을 이용해 방역약품을 공기보다 가벼운 극 초미립자 상태로 뿌려 구석에 숨은 해충을 박멸한다. 기화소독은 6주마다 정기적으로 하거나 기내에 벌레가 나왔을 때 실시한다. 기화소독은 대한항공 뿐만 아니라 모든 비행기에서 이뤄진다.

대한항공은 국제민간항공운송협회(IATA)와 WHO 항공기 소독매뉴얼을 근거로 기화소독 매뉴얼을 자체 개발해 운영중이다.

2시간 가량 기화소독한 비행기는 1시간 이상 밀폐시켜 방역효과를 높이고, 다시 1시간 이상 환기시켜야 한다.

환기 1시간 이후에야 작업자 출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화소독은 대한항공은 물론 아시아나와 저가항공사, 외항사 등 모든 비행기에서 이뤄진다.

당시 대한항공의 사고는 비행시간에 쫓겨 충분한 환기없이 청소작업이 진행하면서 발생한 인재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살충제 중독 6명 산재사고 은폐

노동자 6명 가운데 A(57) B(50) C(50) 씨 등 3명은 2주 간 치료를 받았다. 나머지 D(57) E(53) F(32) 씨 등 3명은 4일 간 치료 받았다.

회사는 사고 6개월이 넘도록 고용노동부에 산재 보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청소노동자노동조합은 노동부에 산재은폐를 고발해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4조(산업재해 발생보고)에 따라 사업주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하면 한 달 안에 노동부에 보고해야 한다.

다단계 하청 구조가 문제

뉴스타파는 대한항공의 기내 청소원의 농약소독제 중독 사고는 다단계 하청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한국공항에 비행기 지상조업을 맡겼다. 한국공항은 지상조업 중 비행기 청소를 EK맨파워에 맡겼다. 기화소독은 또다른 회사 ‘그린온’에 맡겼다. 그린온 직원이 직접 청소작업을 수행한다. 이런 복잡한 인력구조 때문에 안전 관련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기화소독 작업 지시는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을 거쳐 그린온에 전달되고, 기화소독 후 기내청소는 EK맨파워 직원들이 담당한다. EK맨파워 청소노동자들은 대한항공 정비사의 기내출입 승인을 받아야 비행기에 들어간다.

공공운수노조 김태일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장은 “기화소독 관련한 매뉴얼이 있을 건데 대한항공도, 한국공항도, EK맨파워도, 누구도 청소노동자들에겐 알려 주지 않았다”고 했다.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EK맨파워, 그린온 그 어디도 살충제 델타메트린의 독성 정보를 청소노동자들에게 알려 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주는 해당 화학물질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취급 노동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 또는 비치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은 이런 걸 본 적이 없고 관련 예방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다는 것.

대한항공 심문만 홍보팀 차장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기화소독 관련 매뉴얼이 있는데 그동안 현장 작업자에게 그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기화소독 관련 정보를 작접자들이 확인가능하도록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고 관련 교육도 실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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