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oo’ 캠페인, 대한민국에 상륙하다
‘Me Too’ 캠페인, 대한민국에 상륙하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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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폭로에 정치권 지지 잇따라... 문무일 검찰총장 “조사 철저히”

지난해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킨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국에 상륙했다. 이는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45·창원지검 통영지청)의 용감한 행동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전직 검사장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사진=jtbc뉴스룸 캡쳐화면)
전직 검사장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사진=jtbc뉴스룸 캡쳐화면)

서지현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관련 증거와 함께 올렸다. 이어 이날 밤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담담하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을 때의 전후 사정 등을 밝혔다.

이와 함께 서 검사는 “주위에서 피해자가 직접 나가서 이야기를 해야만 (너의) 진실성에 무게를 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 이야기에 용기를 얻어서 이렇게 나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 피해자분들께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다.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퍼지는 지지선언
이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도 뜨겁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30일 서지현 검사에 대해 ‘미투’ 캠페인의 형태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지현 검사 옆에 서려고 몇 번을 썼다가 지우고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면서 “페북창 열어 가득 메우고도, 핸드폰 노트페이지에 다시 옮겨다 놓고 아직도 망설인다”라고 썼다. 이어 “사실은 미투(#MeToo), 변호사였을 때도 못했던 일, 국회의원이면서도 망설이는 일”이라며 “그러나 #MeToo, 그리고 위드유(#WithYou)”라고 적었다.

바른정당 황유정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전 세계 불고 있는 미투(Me Too)운동을 대한민국으로 연착륙시켰다”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서 검사의 용기있는 행동에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으나 감춰진 성폭력 사실이 곳곳에서 해방되는 운동으로 확산되길 바란다”며 “인권이 짓밟히는 인격살인의 성폭력이 추방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은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이 터진 이후 미국을 넘어 세계 각국으로 확산됐다. 와인스틴이 수십 년간 배우 지망생과 직원 등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왔다.

피해자로는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등 유명 여배우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을 포함한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하자, 미투 캠페인은 미국 연예계, 정가, 언론계 등에 이어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퍼졌다.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에 ‘미투’ 캠페인을 일으킨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선정했다. 타임은 이들 여성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로 명명했다.

검찰, 진상조사 성공할까
이 사건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응분의 조치를 약속했다.
문 총장은 30일 출근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앞에서 성추행 의혹 대책을 묻는 기자들에게 “사안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진상조사를 철저히 할 예정”이라며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성추행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안으로 떠오른 만큼 관련 사실을 철저히 조사해 비위행위가 확인되면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대검 감찰본부(정병하 본부장)도 전날 “게시글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비위자가 확인될 경우 응분의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미투운동의 열풍에도 국내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여성단체들이 소극적이기 때문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성폭력 피해 고발로 시작돼 전 세계 연예계, 미술계, 정계 등으로 확산된 고발 캠페인 '미투' 바람이 한국에서도 본격화되는 것 아니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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