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산업개발, 낙하산 전쟁에 망가진 ‘알짜 공기업’
한전산업개발, 낙하산 전쟁에 망가진 ‘알짜 공기업’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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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가 사장 고발... 사장은 김경재 총재·감사는 김무성 라인

발전설비 운전·정비 업체인 한전산업개발(이하 한산)이 시끄럽다. 주복원 사장과 황명화 미래사업본부장에 대한 배임 혐의의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한 언론은 김동기 한산 감사가 주 사장과 황 본부장을 배임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고발장에는 두 사람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진행한 사업으로 회사에 14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쳤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현재 남대문서에서 경찰청 특수수사과로 이첩돼 수사 중이다.

고발장에 적힌 사업 내용은 필리핀 생활폐기물 소각사업 컨설팅 용역대금(1억780만원), 공유 자전거 시스템 사업(1억원), 음성인식 비상벨 사업(3억5천만원), 삼척 풍력단지 풍황계측 및 분석 사업(2억790만원), 플라스마 발전기 공동개발사업 관련 연구원 사택 전세금과 연구동 임차보조금(4억8천만원)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산의 대주주인 자유총연맹의 김경재 총재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달 30일 김 총재가 한전산업개발 주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정황 등을 포착하고 서울 중구 한산 본사와 자유총연맹 김 총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경찰은 김 총재가 연맹 예산을 개인적으로 썼는지, 자유총연맹의 보수단체 집회 참여에 불법성은 없는지,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홍보특별보좌관으로 일하며 민원인에게 대가를 요구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김 총재는 경찰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날 한산 의혹과 관련해 취재진에게 “내가 대주주고 임명권자”라며 “박사이자 태양광 전문가를 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 본부장은 김 총재와 주 사장의 순천고 후배이자 제너시스BBQ 호남제주지역본부장 출신으로 에너지 분야 경력과 무관한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산 고발전은 보은인사 전리품으로 전락한 공기업의 난맥상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산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김경재 총재 라인인 주 사장과 황 본부장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라인인 김동기 감사가 친 모양새”라면서 “낙하산끼리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산은 낙하산 인사와 부실 경영 등의 잡음으로 구설수에 여러 차례 오른 전적이 있다. 지난 2014년 8월에도 자회사 매각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한산 노조가 전·현직 경영진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자유총연맹은 한산의 지분 31%를 보유한 1대 주주다. 2대 주주는 29%를 가진 한국전력이다. 한전산업개발은 지난 1990년 한전이 100% 출자한 공기업으로 설립됐으나 2003년 민영화 과정에서 자유총연맹이 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한산 내부에선 자총이 지분 60%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민영화 과정에서 자총의 결정에 한전이 따르도록 하는 합의서가 작성됐다는 것. 한산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사회는 사실상 자유총연맹 총재의 거수기구다”고 했다. 이사회는 자총 몫 5명, 한전 몫 4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한산은 한전에서 일감을 받아 전기요금 청구서 송달과 전기계기 검침 업무를 하는 곳이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고정 수입이 들어오는 회사’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구조가 낙하산 인사들을 끌어 들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고발과 관련해 한산에 조회공시 요구를 했다. 한산은 22일 “현 사장과 사업본부장이 배임 혐의로 현 재직 중인 감사에 의해 경찰에 고발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현재까지 현 경영진의 배임 혐의가 확인된 사항은 없으며, 당사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상기 고발과 관련해 통보받은 내용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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