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옥중경영 ‘삐그덕’, 그룹지배력 ‘흔들’
이재용 옥중경영 ‘삐그덕’, 그룹지배력 ‘흔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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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대권승계 공정위에 발목 잡힌 ‘내막’... 공정위,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개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심 재판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악재가 겹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삼성물산 500만주 처분 건에 대한 재심의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그룹은 사장단 인사를 통해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고 있다. 만일 추가 매각이 결정된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공정위 가이드라인 개정, 이재용에 ‘악영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옥중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공정위가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3일 일부 보도 등에 따르면, 공정위 전원위원회가 지난달 말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 가이드라인이 개정될 경우, 첫 타자로 삼성SDI에 대해 올해 안으로 삼성물산 주식 추가 매각 명령을 내릴지 결정할 예정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이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전원위에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개정과 관련해 3가지 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1안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추가 매각, 2안은 삼성물산 400만주 추가 매각, 3안은 기존 결론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12월, 공정위는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이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적용했다. 삼성은 공정위 유권해석에 따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해 합병으로 발생하는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했다.

하지만 박영수 특검의 수사와 법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재판에서 부당한 외압으로 공정위 결정이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합병에 따른 삼성물산 매각주식 수는 외압에 의해 당초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었고, 이후 900만주로 늘었다가 500만주로 최종 결정됐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 8월 25일 삼성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은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제일모직의 강제금융지주 전환 문제가 해결됐다는 점에서, 또한 삼성물산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이재용 승계 작업과 관련성 인정할 수 있다”며 공정위에 대한 삼성의 로비가 성공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러한 내용의 1심 판결이 나온 뒤 학계와 법조계 등에 2015년의 잘못된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지 자문해, 가능하다는 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의 불법적 행위로 공정위 결정이 왜곡됐기 때문에 공정위와 삼성 간에 신뢰보호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번복이 가능한 이유다.

공정위는 우선적으로 임의규정인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법적 효력이 있는 고시 등으로 바꿀 계획이다. 일부 보도에서는 공정위 고위 관계자가 “삼성물산 추가 매각 명령을 위한 규정이 이르면 13일 전원회의에서나 늦어도 연내에 확정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주식 추가 매각 명령 등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입장자료를 내고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에 대해 재검토 중이다”고 시인했다. 공정위는 이어 “2015년 가이드라인 제정 당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재판 결과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의 지적 등에 따라 가이드라인 내용의 타당성과 바람직한 법적 형식 등에 대해 폭넓은 외부 전문가 자문을 수렴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특정기업의 처분대상 주식 수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도 “공정위 가이드라인은 그런(추가매각과 관련된)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삼성물산 보유 전자·생명 지분이 관건
지난 2015년 9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신규 순환출자 고리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발생하자, 공정위는 삼성SDI 등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팔아야 한다고 내부 결론을 내리고도 청와대 압력을 받아 매각 물량을 500만주로 줄여준 것으로 특검과 1심 재판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 와중에 해명자료를 내고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어떤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은 “삼성은 삼성물산의 지분을 이미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500만주를 덜 팔았다고 해서 그룹 지배력이나 순환출자 고리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김성진 변호사)는 “설득력 없는 억지이자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공정위가 애초 정한 삼성물산 매각물량 1000만주(지분 5.2%)를 가진 단독주주는 상법상 주주대표소송 제기, 주주제안권 행사를 할 수 있고, 감사 등 회사 임원 선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질 수 있다”면서 “삼성물산이 주력인 삼성전자 지분 4.06%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500만주는 그룹 지배력 유지를 위해 알토란 같은 지분”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합병 후인 2016년 2월, 이재용 부회장이 사재 2천억원을 들여 130만5천주를 직접 사들였고, 삼성생명공익재단이 3천억원을 들여 200만주를 매입한 것을 들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할 때 “앞으로는 공익재단을 지배력 유지에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를 사들이면서 약속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병철-이건희로 이어지는 삼성의 오너家3세가 자기가 한말을 몇 달 만에 뒤집고 무리수를 동원한 것만 봐도 500만주가 얼마나 중요한 지분인지 알 수 있다고 참여연대는 지적했다.

실제로 합병 이후 삼성 총수 일가와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39.9%였으나 순환출자해소 이후 39.1%로 줄었다. 공정위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2.6%)를 더 매각하라고 해 모두 팔았다면 36.5%로 더 축소된다. 그리고 주총에서 의결권 있는 보통주로 계산하면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63%를 가지고 있다.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의 합은 20.1%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인 삼성엔지니어링을 살리기 위해 유상증자를 하는데 사용하려 한 돈이 (유상증자가) 시장의 호응을 받아 성공하자, 남은 금액을 (삼성물산 지분 매입에) 쓴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어서 1~2%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과반수가 넘는 외국인 지분으로 인해 영향 미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과연 공정위의 가이드라인 개정이 어떠한 후폭풍을 불러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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