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이후 금융권 수장 인선을 둘러싼 잡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권 인사를 특정 인맥이나 연줄이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이 중 하나다.
여기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발언이 더해져 해당 파문이 확산됐다. 김 회장은 4일 서울 중구 명동 사옥 대강당에서 열린 그룹 및 지주사 출범 12주년 기념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옛날에 하나금융에 계셨던 임원분들이 하나금융을 흔들고 있다”며 “조직 차원에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측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또 “(나와 하나금융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성 소문을 낸다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김승유 전 회장을 비롯한 전직 임원들이 내년 3월 3연임 도전을 앞둔 자신을 흔들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업계에선 하나금융이 사외이사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상품을 수억 원어치 구매했다거나 해외 부문 실적이 나쁘다는 내용의 소문이 돌았다. 하나금융 일각에선 김 전 회장 측이 김 회장의 연임 저지를 위해 각종 음해성 정보를 언론에 제공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앞서 김 전 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막강한 금융권 인맥을 활용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뒷말이 돌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1965년 한일은행을 거쳐 1971년 한국투자금융(하나은행 전신)의 창설멤버로 입사한 하나은행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MB 정권 당시 실세로 통하기도 했다. 하나지주 고문을 마지막으로 2013년 12월 은행업계를 떠나 지난해 10월까지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올해 6월 한국투자금융지주 고문으로 금융권에 복귀했다.
김 전 회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고려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경기고 선배가 된다. 역시 경기고·고려대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김 전 회장이 금융권 인사를 추천해준다는 설까지 나왔다.
이런 가운데 김 전 회장의 인맥인 최 위원장이 지난 29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브리핑 이후 질의·응답 자리에서 “금융회사 CEO들이 경쟁자를 없애고 연임을 해야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CEO로서 책무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최근 금융권 인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금융회사 CEO 선임 및 금융지주사 CEO의 연임과 관련해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제2금융권과 달리 CEO 선임에 영향을 미칠 특정 대주주가 없어 해당 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논란거리”라고 밝혔다.
이는 3연임 도전을 앞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연임 과정서 노조와 갈등을 빚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작심발언’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두 금융그룹 모두 최 위원장이 지적한 ‘셀프연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