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눈가리고 아웅'식 총수일가 지배력 높이기
10대그룹, '눈가리고 아웅'식 총수일가 지배력 높이기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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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지분율↓, 계열사 지분↑... 지배력·순환출자 늘렸다...

10대 그룹이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줄이는 대신 계열회사 지분율을 늘려 그룹 지배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순환 출자도 크게 늘어났다.

공정위는 올해 지정된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소속사 1980개)의 주식소유 현황을 30일 분석·공개했다. 자산합계 10조 원 이상 3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자산합계 5조 이상 10조 미만 26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대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8.9%로 지난해 29.9%에 비해 29.0%p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내부지분율이 낮은 공기업 12곳이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총수가 있는 49개 집단, 1782개사의 내부지분율은 58.0%로 전년 대비 0.7%p 증가했다.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5년 간 총수일가 지분율은 감소 추세(2013년 4.4%→2017년 4.1%)에 있는 반면 계열회사 지분율은 증가 추세(2013년 48.1%→2017년 50.9%)에 있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경우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출자를 통해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0대 집단의 경우 총수 지분율 감소(1998년 2.9%→2017년 0.9%)에 비해 계열회사 지분율 증가(37.9%→55.5%)가 훨씬 커 내부지분율까지 대폭 증가(45.1%→58.3%)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은 기업집단은 SK(0.32%), 금호아시아나(0.33%), 현대중공업(0.89%), 하림(0.90%), 삼성(0.99%) 순으로 나타났고, 지분율이 높은 집단은 중흥건설(51.4%), 한국타이어(41.2%), KCC(28.3%), 동부(28.0%), 부영(25.1%) 순이다.

총수가 있는 10대집단 내부지분율 변화(표=공정위 제공)
총수가 있는 10대집단 내부지분율 변화(자료=공정위 제공)

지난 2014년 7월,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 시행 이후, 올해 들어 순환출자 대기업집단 수가 크게 증가했다. ‘순환출자 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현대중공업, 농협, 대림, 현대백화점, 영풍, SM, 현대산업개발 10개로, 순환출자 고리 수는 총 245개이다.

순환출자 고리가 많은 집단은 SM(148개), 롯데(67개), 삼성·영풍(7개), 현대자동차·현대산업개발(4개) 순이다. 삼성은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현대자동차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 형태로 순환출자 고리 내 주력계열사들이 포함돼 있다.

상위 10대 집단에서 총수일가의 지분은 2013년 3.0%에서 2017년 2.6%으로 줄었지만, 계열사 지분은 2013년 49.6%에서 2017년 55.5%으로 늘어났다.

또한 지난 1년 간 기존 순환출자를 보유하였던 집단들(8개)의 순환출자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2013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존 순환출자가 자발적으로 해소되어 왔는데 이러한 추세가 단절됐다며 우려했다.

총수가 있는 금산복합 집단 28곳은 156개 금융보험사를 보유 중인데, 계열사에 대한 출자가 전년대비 6.0% 증가했다. 특히, 비금융계열회사에 대한 출자의 경우 삼성생명보험의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참여 등의 영향으로 8.2%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재벌 총수일가가 고객들의 자금을 이용해 그룹 지배력을 확장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공정위는 “현 제도 하에서는 해외계열회사의 주주 및 출자현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곤란하여 제도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히고, “국내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한 해외계열사의 주주․출자 현황에 대한 공시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불투명한 지배를 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복잡한 출자구조를 해소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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