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치닫는 한진 조양호 일가, 경찰 수사 '주목'
막장 치닫는 한진 조양호 일가, 경찰 수사 '주목'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7.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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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자택 공사비로 쓴 혐의로 경찰에 불려나와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재벌 총수가 경찰에 소환된 사례는 2007년 보복폭행 사건에 연루된 김승연 한화 회장 이후 10년 만이다.

이로써 조 회장 일가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했다. 검찰은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자택 공사 비리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보고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조 회장은 인하대 채권 손실과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앞서 땅콩 회항사건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음에도 "조 회장 일가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대한항공을 오너 일가의 회사로 여기고 본인들이 지분을 가진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불공정영업 행태가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다. 재벌 3세 중에서도 초고속 승진으로 유명한 조 회장 자녀들은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며 트러블 메이커로 등극했다. 급기야 경찰은 조 회장에 대한 배임·횡령 혐의로 대한항공 본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조 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최초 포토라인에 선 대기업 총수가 됐다.

19일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조 회장은 16시간에 걸친 긴 조사를 받고 20일 오전 150분께 귀가했다. 조 회장은 이날 청사를 나서면서도 출석 당시와 마찬가지로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성실히 임했다는 답변만 한 채 변호인과 함께 떠났다.

조 회장은 20135월부터 20148월 종로구 평창동 자택의 인테리어 공사 당시 공사비용 중 30억원 가량을 그룹 계열사 대한항공의 인천 영종도 호텔 공사비에서 빼돌려 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를 받는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조 회장이 회사 자금 유용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조 회장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자택공사비로 쓰는 데 관여한 혐의가 짙다고 판단, 전날 조 회장이 진술한 내용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주까지는 조 회장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은 앞서 이 인테리어 공사업체의 세금 탈루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회사 자금 일부가 자택공사비로 빼돌려진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 7월 초에는 대한항공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이후 자금 유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된 한진그룹 건설부문 고문 김모(73)씨를 지난달 구속했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이사장 역시 범행에 관여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인테리어 업체 소유의 카드로 직접 자택 가구 등을 구매했고 한진그룹 쪽이 해당 업체에 카드 비용을 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 회장 신병처리가 끝나면 부인 이 이사장 소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조 회장 일가의 불법행위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조 회장은 1999년 항공기 도입 당시 받은 리베이트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조 회장은 인하대 채권 손실과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인하대는 재단 이사장인 조 회장이 한진해운 대표에 취임한 이후 무리하게 한진해운 채권에 투자하다 130억 원의 손실을 봤다. 특히 시세보다 비싸게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뒤에 조 회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땅콩 회항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거듭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현재 조 회장 일가의 행태를 보면 사과도 그 때 뿐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2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석방됐고 현재 상고심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역시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수사를 앞두고 있다. 국감을 앞둔 가운데 정무위는 일감몰아주기와 관련, 조양호·조원태 부자를 증인 후보 명단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증인 명단이 조율될 가능성이 있어 실제 출석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이와 관련, 한진과 대한항공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노력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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