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만병의 근원 토지규제 대대적 수술
경제만병의 근원 토지규제 대대적 수술
  • 한국증권신문
  • 승인 200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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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토지규제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돌입한것은 현행 법, 제도가 너무 산만하고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부처간 이견으로 ‘난산’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취임직후 토지규제 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기업의 투자 부진과 부동산투기 등 경제만병의 근원이 복잡한 토지규제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즉, 토지규제 정비를 통해 가용토지를 원활히 공급함으로써 경제에 숨통을 틔운다는 것이 이번 ‘전쟁’의 최대 목적이다.
또 행정 편의적인 법, 제도로 인해 정작 토지를 이용하는 일반국민이 토지규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대수술’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 필지당 평균 4.6개 규제
우리나라에서 토지이용을 규제하기 위해 용도지역·지구 제도를 도입한 역사는 일제시대까지 거술러 올라간다.
1934년 조선시가지계획령에서 처음 용도지역·지구가 도입된 이후 62년 도시계획법, 72년 국토이용관리법 등으로 규제 위주의 토지정책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현재 112개의 토지 관련 법률과 298개의 각종 지역·지구가 생겨났으며 결국 지정 면적이 전 국토의 460%에 달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모든 땅이 자기 넓이의 4.6배에 해당하는 규제를 받고 있는 셈.
더욱이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공장, 도로, 주택 공급 등으로 토지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용지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은 전체 국토의 5.6%, 1인당 36평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가용면적이 전 국토의 13%(1인당 161평)인 영국이나 7.0%(65평)인 일본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또 이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0년까지 매년 여의도 면적(2.9㎢)의 20배에 달하는 58㎢가 부족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 현행 토지규제의 문제점
우선 비슷한 목적의 용도지역·지구를 중복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정시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거의 반영되지 않아 결국 국민 대다수는 자신의 토지가 어떤 규제를 받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개별법마다 지정하는 허가 기준과 절차가 서로 달라 국토 난개발의 가능성이 상존하는데다 한번 지정되면 주변환경이 변해도 좀처럼 개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정부가 시인하는 문제점이다.
가령 국토계획법상 3만㎡ 이상 개발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야 가능하나 산지관리법은 3만㎡ 이상이어도 계획 수립없이 개발이 가능한 경우가 있어 일관성이 없다.

이밖에 개발행위 제한이 이른바 ‘네거티브 시스템(할 수 없는 행위 규정)’과 ‘포지티브 시스템(할 수 있는 행위규정)’으로 혼재돼 지역·지구가 겹쳤을 경우 이해가 어려운 실정이다.

◇ 정부 개선책 및 의미
정부가 내놓은 토지규제 합리화 방안의 기본은 관련 규제를 관리자 중심에서 이용자 즉, 국민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우선 298개 용도지역·지구 가운데 이용규제와 관련된 181개 지역·지구를 대상으로 행위규제 및 인·허가 정비를 통해 ‘단순화’한 뒤 주민의견을 적극 반영해 ‘투명화’하고 동시에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전산화’하자는 것.
이에 따라 우선 1단계로 올해안에 ‘토지이용규제기본법’을 마련한 뒤 내년 상반기에 국회에 제출해 개별법에 흩어져 있는 규제를 정비하고, 2단계로 모든 용도지역·지구를 국토계획법 체계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정부는 토지이용규제법 제정을 통해 새로운 토지이용규제를 수반하는 용도지역·지구 신설을 제한하고 용도지역·지구의 5년주기 재평가를 통해 불필요한 토지용도 지정을 억제하기로 했다.

또 토지이용 규제의 투명화를 위해 주민의견 청취 절차를 의무화하고 지역·지구지정 및 경계설정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지적고시 절차를 체계화해 누구든지 지정현황 등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했다.

궁극적으로 이 같은 계획의 최종 목적은 공장과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가용토지공급을 확대하자는데 있다.
지금까지는 지나친 규제로 인한 토지공급 부족이 땅값 상승과 고비용 경제구조로 이어져 결국 국가경쟁력이 추락한 만큼 이를 되돌리자는 것이다.

또 땅값 상승-주거비 부담 가중-임금인상 요구-노사분규의 악순환과 땅값 상승-기업투자 기피-공장 해외이전-제조업 공동화의 악순환도 동시에 깨자는 의도가 반영됐다.

이밖에 난개발 논란과 환경관련 분쟁이 빈발하면서 소모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것도 이번 토지규제 합리화의 또 다른 목적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토지규제 합리화방안은 토지규제 개혁을 위한 첫걸음인 ‘로드 맵’에 불과하며 한국 경제의 `암`인 불합리한 토지규제의 철폐로 나아가기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각 토지관련 법규와 용도 및 지역 지정엔 각 부처간 ‘밥 그릇’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토지소유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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