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메가주총데이, 키워드는 ‘연임과 실적’
증권사 메가주총데이, 키워드는 ‘연임과 실적’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0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기자본 기준 ‘4조원 클럽’ IB, 올해 5개 출범도
▲ 왼쪽부터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부회장,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지난 30일 한국증권금융과 하이투자증권의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증권가의 모든 주총은 끝났다. 이번 주총의 화두는 연임과 실적이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부터 시작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에 위기감으로 표출됐으나,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인해 한 고비를 넘겼다. 오는 59일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단락된다. 이는 증권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증권>2017년 주총이 모두 끝난 증권가의 모습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전망해 본다.

지난 30일 한국증권금융(사장 정지원)은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 주당 600원의 현금배당(배당률 12%)을 결의했다. 증권금융은 또한 2016회계연도 자산규모(신탁계정 포함)652000억 원으로 전기말 대비 5.5%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284억 원으로 전기대비 2.6%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정지원 증권금융 사장은 증권사와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증권금융은 이러한 일환에서 올해 중 증권사가 원활하게 외화자금을 조달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외화유동성 공급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임 물결 속 일부 경영진 교체

대부분의 증권사 주총이 24일 끝난 가운데 연임하는 CEO들이 줄줄이 나왔다. 먼저 증권업계 최장수 CEO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3일 열린 주총에서 10번째로 연임돼 11년 연속이라는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외에도 17일 연임에 성공한 김신 SK증권 사장과 24일 연임을 확정한 서명석·황웨이청 유안타증권 공동대표와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 홍원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장 등도 연임 CEO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에선 신임 CEO가 선임되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김형진 사장을 17일 신규 선임했다. 김 사장 선임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노조에서는 금융투자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반발을 한 바 있다. 이용배 HMC투자증권 대표도 같은 날 공식적으로 임명됐다. 이 대표는 지난 1월부터 대표이사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증권은 주원 전 KTB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주 대표는 자산운용과 법인영업, 마케팅 분야를 두루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총에서는 증권사들의 배당 결의도 잇따랐다. NH투자증권은 보통주 1주당 400원와 우선주 1주당 450원 등 총 1207억 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성향 57.2%로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보통주 50원과 우선주 55원 등 총 259억 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대신증권은 보통주 550, 우선주 600원와 2우선주 550원을 배당할 예정이다.

초대형 IB 5곳 출범. 경쟁 격화되나

증권사들은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초대형 IB 육성방안발표 후 시작된 글로벌 대형화 추세에 따라 본격적인 경영 드라이브를 시작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모두 5개의 증권사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4조원 클럽에 가입한 상태다.

먼저 올해 들어 새로 출범한 통합 미래에셋대우는 24일 주총에서 발표한 재무제표상 연결기준 자본총계 66657억 원으로 단숨에 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여기에 올해 안으로 8조 원 수준까지 자본금 추가 확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도 미래에셋에 밀려 자본 2위로 떨어졌지만 연결기준 자본총계가 46487억 원으로 추가 확충을 노릴만하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도 4조원 클럽에 진입했거나 진입을 앞두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메리츠캐피탈을 인수해 자기 자본을 23000억 원까지 늘리며 초대형 IB에 성큼 다가섰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덩치 불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금융위의 초대형 IB 육성방안과 이에 따른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지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만기 1년 이내 어음의 발행과 할인, 매매, 중개 등 단기금융 업무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8조원을 넘기면 종합투자계좌(IMA)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을 통합해 운용하는 상품으로 운용자금을 기업 대출이나 회사채에 투자할 수 있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은행에만 허용되던 부동산담보신탁 업무도 가능해진다.

증권사들이 IB 육성에 적극 나서는 데는 정부 방침도 있지만 무엇보다 생존을 위해서는 수익 구조 다변화가 필수 불가결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부분 증권사는 대기업을 비롯한 기관투자자 대상 위탁거래에 따른 수수료 영업수익 의존도가 높았다.

이러한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연임되거나 신규 선임된 CEO들의 다짐도 남다르다. 미래에셋대우 최현만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초대형 IB로서 발행어음, IMA 등 다각도의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글로벌 IB들과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김원규 사장은 올해 경영 목표를 글로벌, 해외부문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강력한 IB와 구조화 역량을 바탕으로 자기자본 활용 비즈니스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석·황웨이청 유안타증권 공동대표는 금융산업의 핵심 경쟁력인 강력한 맨 파워를 확보하고 그룹 시너지를 활용해 범중화권 전문 증권사의 위상을 높여 아시아 금융시장 선두주자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밝혔다.

HMC투자증권도 17일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 오는 71일부터 현대차투자증권으로 간판을 바꾸기로 했다. HMC투자증권은 이번 사명 변경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증권사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브랜드 파워를 이용한 시장인지도 상승으로 재도약의 활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날 주총에서 보통주 1주당 4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4.1%이다.

올해는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 IB 5곳이 동시에 출범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대형사들은 저마다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해외 투자와 대체 투자, 자산관리 등의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어떤 생존전략을 마련할지도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