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관피아 사외이사 넘쳐나는 이유 '왜'
두산그룹, 관피아 사외이사 넘쳐나는 이유 '왜'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0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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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그룹 계열사도 관료출신 사외이사 43% 차지
▲ 한승수 전 국무총리

주총의 계절이다. 사외이사들의 선임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사외이사이 와치독(Watchdog)’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사외이사가 허수아비라는 것. 상당수 대기업들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안건들을 잇따라 상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거수기 이사회를 통해 황제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대한민국 주요 재벌 총수 9명이 국회 특조위에 출석해 증언했음에도 교훈을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증권>은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 현황을 집중 분석해 보고 문제점을 짚어 보기로 한다.

두산그룹, 사외이사 대부분 관료 아니면 경기고 출신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22일 발표한 30대그룹 계열사중 175개사를 대상으로 한 관료출신 사외이사 전수조사결과 전체 사외이사 611명중 관료출신은 262명으로 42.9%를 차지했다.

룹별로 보면 두산(76.0%)과 대우건설(75.0%)이 관료출신 사외이사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산그룹(회장 박정원)은 주력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사외이사 각각 5명과 4명이 전원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외이사를 살펴보면, 한승수 전 국무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면면이 화려하다. 이들은 모두 2015327일 신규 선임됐다. 오는 331일 신규 선임될 예정인 정병문 전 대법전 대법원 조세팀 총괄연구관(현 김앤장 변호사)까지 합하면 5명 모두 관료 출신이다.

▲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두산건설의 사외이사도 마찬가지다. 20153월 선임된 김창섭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2016325일 재선임된 행시출신인 최종원 전 KDI 연구위원(전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서울대 교수)와 같은 날 신규 선임된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김앤장 변호사), 오늘 331일 신규 선임될 예정인 김영주 전 산자부장관(세종 고문)까지 4명 모두 관 출신이다.

다른 계열사도 관료출신 사외 이사의 비율이 높다. 두산의 사외이사 5명중 3명이 관료출신이다. 2015년 선임된 이종백 전 서울고검장(김앤장고문), 2016년 재선임된 송광수 전 검찰총장(김앤장 고문)과 김창환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다.

문제는 관료 출신만이 아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enterfor Good Corporate Governance : CGCG, 이사장 장하성 고대교수)에 따르면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두산밥캣 IPO법률자문사로 선정됐고,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 매각에 두산 측을 대리했으며, 두산산업차량과 클리어에이지파워 인수자문을 했다. 리 보면 두산그룹 형제의 난에서 지배주주일가를 대리한 바 있다. 송광수·이종백 사외이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이고, 또 다른 사외이사인 신희택 서울법대교수는 1980년부터 김앤장을 키워 김영무 김앤장 대표의 후계자로까지 거론되던 인물이다. 김앤장과 관련 있는 인물이 사외이사 5명중 3(60%)인 것. 이런 특수 관계 때문에 CGCG에서는 독립성을 이유로 주총에서 반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CGCG에서는 또한 두산의 김창환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었다. 한국적 상황하에서 지배주주 일가 및 대표이사와 고교 동문의 경우 사외이사로써의 독립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 김 사외이사는 두산그룹 총수일가인 박용오 회장, 박용현 회장, 박용성 회장, 박용만 회장과 같이 경기고등학교 출신이다.

다른 계열사인 두산중공업도 신규선임 예정인 남익현 전 서울대 경영대학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관료 출신이다. 김동수 전 공정위원회 위원장(고대 석좌교수), 재경부 차관 출신인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김앤장 소속) 등이다.

16개기업, 사외이사 전원 관료출신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30대그룹 계열사중 16개 기업이 사외이사 전원을 관료출신으로 채웠다. 앞서 살펴본 두산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5두산건설(4) 2개사, OCI그룹의 삼광글라스(1유니드(1유니온(1) 3개사, 영풍그룹의 고려아연(5코리아써키트(1) 2개사,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그린푸드(3현대홈쇼핑(3) 2개사 외에 삼성카드(4), CJ헬로비전(4), 신세계인터내셔날(3), 롯데정밀화학(2), 삼호(2), 한진(2), 진흥기업(1)이 해당된다.

자세히 살펴보면 OCI그룹의 삼광글라스는 조동석 전 의정부지검 차장(현 길도 대표변호사), 유니드는 최춘근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현 나라 대표변호사), 유니온은 국세청 출신의 고지석 세무사고시회장(현 세무법인 내일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고려아연도 김종순 전 역삼세무서장(세무법인 세율 회장), 주봉현 전 울산 경제부시장, 이진강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이번 24일 선임된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철수 전 공정위사무처장(화우 고문)의 사외이사 5명이 모두 관료출신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그린푸드는 감사원 재정경제감사국 출신의 박승준 김앤장 고문과 오늘 31일 재선임될 예정인 김광전 광주지방국세청장과 김형중 전 대구식품의약품안전청장, 현대홈쇼핑도 김영기 전 국세청 조사국장(세무법인 T&P 대표), 이창세 전 서울북부지검장(법무법인 동인 파트너), 김선종 전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법무법인 산경 대표)가 관 출신이다.

삼성카드도 24일 신규선임된 권오규 전 재경부총리와 최규연 전 조달청장을 비롯해 양성용 전 금감원 부원장보, 박종문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현 법무법인 원 대표)등도 관 출신이다.

CJ헬로비전은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 상임위원(율촌 고문), 정진호 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세종 파트너)24일 각각 재선임과 신규 선임된 채경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율촌 고문)과 이동근 전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현 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모두 관출신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도 지난 310, 정진영 전 청와대 민정수석(김앤장 소속), 손건익 전 보건복지부 차관(현 국민대 석좌교수), 김문수 전 국세청 차장(한길우림회계법인 회장)이 모두 관출신이다.

롯데정밀화학도 변동걸 전 서울중앙지법원장(화우 고문)과 박석환 전 외교부 1차관, 삼호도 감사원 출신의 김준호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과 이성구 전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 한진도 한강현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와 성용락 전 감사원장 직무대행(태평양 고문)의 고위 관료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러한 관료출신, 혹은 특정 학맥 출신 사외이사들이 경영을 감시하고 지배주주의 전횡을 견제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지배주주의 전횡을 감독기관이 제지하는데 대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 우려된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기업의 이사회 유효성 순위가 138개국 중 109위다. 우리 경제규모와 비교해 사실상 꼴찌나 마찬가지인 것. 이런 현실 때문에 상법개정안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기업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외부에서 바꾸려는 압력은 계속될 것이고, 그러한 압력은 갈수록 무거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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