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증권사 보고서가 나왔다.
하이투자증권은 27일 보고서에서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사전 공시를 통해 검토 기간 6개월까지 명시된 사항이었다”며 “이는 주주들을 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상헌 연구원은 “공시 이후 삼성의 대내외적 상황이 바뀌었다는데 당시와 달라진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5월 9일 대통령 선거 등”이라며 “천재지변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불과 5∼6개월 만에 이런 상황을 예측 못 한 것은 관리에 크나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 때문에 지주사 전환이 어렵다고 한다면 이는 ‘지주사 전환이 이 부회장을 위한 시도라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합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정기주주총회 인사말이 아니라 결과지를 가지고 (보류 입장을) 밝혀야 했다”면서 “총수의 지시나 미래전략실과 같은 비공식 조직이 아니라 합법적인 틀 안에서 절차 및 일정대로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주사 개편이 확정되기 전 공시한 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지배구조는 민감한 이슈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 및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 연구원은 “보다 신중한 접근 및 검토와 더불어 정보의 보안성이 중요하지만 삼성그룹은 정보의 공정성 및 내부통제(보안성)에 대해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성장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24일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주회사 전환은 지금으로써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을 안 할 수는 있어도 그런 결정은 합당한 근거를 갖고 의지를 갖고 밝혀야 했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발표는 신중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향후에도 삼성그룹이 이런 식으로 주식시장과 소통한다면 우리나라 1위 그룹이라도 주식시장에서 신뢰성을 잃으면서 소외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