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표 증권사 증시전망] ⑥ SK증권, "주식 전략 승부처, 봄 가면 온다"
[2017 대표 증권사 증시전망] ⑥ SK증권, "주식 전략 승부처, 봄 가면 온다"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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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대한민국 대표 증권사 증시전망 ⑥

SK증권은 2017년의 투자 승부처로 트럼프의 무역 정책을 꼽았다. 중국을 비롯한 수출국에 통화절상 압력을 넣겠다는 트럼프의 정책이 현실화 될 경우, 자산전략과 업종전략이 모두 바뀌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증시의 혼란은 지속되겠지만 주변 환경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 전략으로는 올해 초까지 IT업종이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히 믿음직한 ‘IT’

이은택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억눌려있던 소비 수요(pentup demand)의 지속이 예상된다. 이 사이클에서 가장 유리한 업종은 IT”라며 “이미 많이 상승했지만 내년 1분기까지는 상승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먼저 미국의 pent-up demand와 단순 상관계수가 높은 한국의 업종은 IT, 자동차, 은행 순으로 나온다. 그 중 IT(특히 반도체)업종은 두 개의 업종과 비교할 수 없이 상관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하의상달(bottom-up)측면에서도 기업이익이 좋을 것으로 추정되는 업종이다. SK증권에서는 이미 자료를 통해 최우선주로 내세운 바 있다. 물론 그 이후 주가가 많이 올랐으나 여전히 추가 상승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 재고 재비축 수요(restocking cycle)가 나타났던 네 차례의 사례는 이런 의견을 지지해준다.

과거 사례를 보면 restocking cycle에선 IT제품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런 패턴은 약 1년간 지속된다는 것. IT주의 반등이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1분기(혹은 상반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이에 따라 최근 주가 상승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평이다. 게다가 지난 4분기 들어 원달러가 약세이기 때문에 수출 기업인 IT업체들에게는 더욱 긍정적이다.

원자재 관련주들이 실적개선보다는 트럼프 모멘텀으로 상승했다면 설비투자 사이클로 가는 IT제품들은 실제 실적 호조가 확인될 수 있는 업종이다.

이 연구원은 다만 2분기부턴 타이밍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크로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따라 원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이야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달러 강세는 미국 제조업 강화를 외치는 트럼프 정책에 정면 배치되며 디플레 탈출을 목표로 하는 Fed의 통화정책에도 맞지 않다”고 했다. 여기에 앞서 CNN은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직후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검토를 착수할 것이며 취임 100일에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2분기에는 위안화 강세 압력으로 원화 역시 강세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산업 측면에서는 생산능력(capa)확장 사이클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반도체 가격 등이 반등하면 곧 이어 업체들의 capa확장이 이어졌다. 이는 IT시장을 다시 공급과잉 시장으로 만들면서 수익성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연결됐다.

경기민감형 내수주 강세

신자유주의 이후 미국 정부 투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그 결과 미국 인프라들은 20년 이상 노후화됐다. 지난 40년간 불평등 개선에 별 효과를 보지 못했던 복지정책은 후퇴하고 정부의 인프라투자 비중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 연구원은 정책의 불투명성을 고려해 기대인플레 관련주를 차선호업종으로 제시했다.

미국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때 한국은 에너지∙유통∙산업재(건설∙조선) 등이 좋은 것으로 나온다. 이 연구원은 그 중비철금속과 유통에 주목했다. 신흥국 통화가 강세라면 이들의 주력 수출품인 비철금속 역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의 투자규모가 불확실한 가운데 전통적 투자 관련주보다는 오히려 장기간 상승하지 못한 업종이 상대적으로 더 좋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런 측면에선 4분기 이후 유통 업종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올해 무역 면에선 “트럼프가 어떤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느냐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가장 가능성이 큰 정책은 중국 등 수출국가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그는 “이 경우 한국 자산가격은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한국증시의 랠리는 IT∙자동차의 이익 증가가 아니라 나머지 업종들의 이익증가 여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업종전략도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선 일단 원화가 강세이기 때문에 수출주(IT∙자동차)는 피해야 한다. 그러면 내수주 중에서 골라야 한다. 문제는내수주 중에서 상당수는 방어주(통신∙유틸리티)라는 점이다. 주가가 상승하는데 방어주를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경기민감형 방어주 밖에 없다는 것.

이 연구원은 “3저 호황 당시 우리는 이를 트로이카 주식이라고 불렀다. 금융(증권∙은행), 건설, 상사가 그것”이라며 “물론 세부 업종 구성은 바뀔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경기민감형 내수주라는 컨셉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런 컨셉은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을 때만 쓸 수 있는 전략이다. 이 연구원은 “아직 불투명한 트럼프 정책을 믿기는 힘들지만 트럼프 말에 따르면 내년 2분기, 우리의 가정대로라면 내년 하반기 쯤에는 정책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 혹시 ‘슈퍼맨’?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해 할 부분이 있다. 트럼프의 주요 타겟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안화 강세에 따른 중국 내수 관련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1988년 원화강세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하자 우리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200만호 주택 공급을 계획한다. 바로 지금의 일산, 분당, 산본, 평촌, 중동 신도시이다. 위안화 강세로 중국부동산 상승세가 더 가팔라진다면 중국도 대도시 주변 신도시 개발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건설투자 관련주가 다시 붐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집값은 얼핏 비싸 보이지만 소득 증가 속도 대비로 보면 아직은 버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중국의 명품소비가 테마가 될 가능성도 있다. 트로이카 주식 중 하나였던 상사는 얼핏 수출주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당시 수출보다는 외국 소비재나 원자재를 수입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유럽의 명품 화장품∙잡화가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이며 대기업들이 수입 자동차 시장에 딜러로 뛰어들기 시작한 시점도 3저 호황 당시이다. 원화 강세와 내수 호황으로 원화 구매력이 강해지면서 해외 명품소비가 대중화됐다.

이 연구원은 “중국이 명품 소비 1,2위를 다투는 국가라고는 하지만 아직 대중화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사치품 수입쪽에서 주도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그는 결론적으로 코스피 밴드는 트럼프에게 달렸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기본 시나리오라면 코스피는 기존 박스권이 조금 높아진 1880~2200pt에 머물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 이익이 좋아질 것이나 수출주 실적으로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의 환율조작국 시나리오라면 코스피는 박스권을 뚫고 새로운 영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경우 KOSPI target은 큰 의미 없지만 250pt로 설정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망을 쓰면서 느낀 것은 트럼프가 ‘아이러니하게도’ 경제 석학들이 말하는 저성장 탈피 방법을 가장 잘 시행할 인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며 “경제 석학들이 제시한 방법들을 가장 강력한 정책으로 가져나온 이가 바로 트럼프”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가 정말 이것을 이해하고 하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대탈출의 문 앞에서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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