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추미애 리더십 닮은 꼴...밀실, 비선, 불통
박근혜-추미애 리더십 닮은 꼴...밀실, 비선, 불통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6.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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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여야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취소한 일로 리더십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박 대통령에 면죄부주는 식의 회담에 대한 야권과 시민사회의 극렬한 반대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네티즌 중에서는 추 대표와 박 대통령의 닮은 점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 대표의 거취 문제까지 언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추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청와대는 즉각 이 제안을 수락했다. 갑작스레 청와대에 회담을 제안한 추 대표의 행동이 보도되자 야권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100만 시민이 모여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 게 엊그제인데 제1야당 대표가 혼자서 대통령과 만나 무슨 담판을 짓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추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전하면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양자 영수회담이 성사되자 14일 오후 4시부터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추 대표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영수회담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였다. 8시 반 경까지 4시간 넘게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추 대표의 독단적 결정을 비판하는 의원들의 강경 발언이 줄을 이었다. 그 결과 다행히 영수회담은 철회됐다.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추 대표는 영수회담은 취소됐지만 애초 대통령에게 전하려던 의사는 전달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100만 시민이 모여 촛불을 켜는 것으로 민심은 충분히 전달했으며 이젠 박 대통령의 결단만 남은 상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발생 후 우왕좌왕만 거듭해온 추 대표가 이제 와서 대통령에게 촛불 민심을 전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상황을 오판하게 만들 뿐이라며 우려하면서 국민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겠다는 격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어쨌건 이 과정에서 추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에 강한 의구심을 사게 돼 야당 대표로서의 대내외적 리더십은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와 관련해 네티즌 중에서는 추미애-박근혜 닮은 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불통과 비선 의존, 밀실 결정이 그것이다. 일각에서는 직접 현장에 나가 국민의 민심을 목격했으면서도 본인의 정치적 입지 구축에 눈이 먼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비선을 통해 밀실에서 결정하고 반대 여론에도 불통하고 밀어부친 데서 박 대통령을 보는 것 같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다른 점은 최순실, 차은택, 정유라, 우병우 같은 욕받이무녀가 없는 것뿐이란 비아냥도 회자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방문 계획무산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98일 추 대표는 당 대표에 취임한 직후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 방문 계획을 일방적으로 잡았다가 당내 반발로 무산되는 일을 자초한 적이 있다. 이번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취소사태는 당시와 경위가 비슷해 추미애의 '일방통행 시즌2'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민주당의 영수회담 취소와 박 대통령 퇴진 당론 결정으로 야 3당은 일단 단일 대오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추미애 대표의 영수회담 철회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비대위원장은 추 대표와 함께 박 대통령 퇴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언급했고, 심 대표는 3당이 국민의 명령대로 박 대통령 퇴진을 관철시키는 데 온 힘을 합치는 일만 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대표 리더십 실종에 따른 제1야당의 위축은 야권 전체 투쟁 동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관측된다. 반면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추 대표의 갈짓자 행보로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늘었다는 평가다. 정국은 갈수록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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